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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조현민, 진에어 불법 등기이사…국토부 ‘봐주기’ 의혹

2018.04.16 22:37 입력 2018.04.17 07:37 수정

2010년부터 6년간 맡아 항공법 위반 ‘항공면허 취소’ 해당

‘관리·감독 소홀’ 비판…국토부 “당시 규정 없어 파악 못해”

대한항공 비등기 이사 재직도…대한항공 “본사 대기발령”

[단독]‘미국인’ 조현민, 진에어 불법 등기이사…국토부 ‘봐주기’ 의혹

대한항공 전무를 겸직하고 있는 조현민 진에어 부사장(35·사진)이 2010년부터 6년간 진에어의 등기이사로 재직했으며 이는 국내 항공법 위반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 부사장은 ‘조 에밀리 리’라는 이름을 가진 미국 국적인이다. 국내 항공사업법·항공안전법상 외국인은 한국 국적 항공사의 등기이사로 재직할 수 없다.

하지만 조 부사장은 6년이나 진에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고, 이는 불법행위로 항공 면허 취소에 해당되는 사안이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그의 등기이사 재직을 묵인해줬으며 재벌 총수 자녀에게 특혜를 줬다는 비판이 나온다.

16일 한진그룹 계열사인 진에어의 법인등기부등본을 보면 조 부사장은 2010년 3월부터 2016년 3월까지 등기이사로 재직했다. 그는 2010년 3월26일 기타비상무이사(등기이사)로 취임한 뒤 2013년 3월28일 퇴임했다. 이어 같은 날 사내이사로 취임한 뒤 2016년 3월24일 사임했다.

1983년 하와이에서 태어난 뒤 한국 국적을 포기한 조 부사장의 등기이사 재직은 불법이다. 국내 항공사업법 9조와 항공안전법 10조를 보면 외국인은 국적 항공사의 등기이사가 될 수 없다. 국가 기간산업 보호와 국가 안보를 위한 규정이다. 이 때문에 조 부사장의 등기이사 재직은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다. 진에어 관계자는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어서 2016년에 조 부사장은 등기이사에서 사임했다”고 해명했다.

국토부는 관리·감독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항공사업법과 항공안전법을 모두 국토부에서 담당하는데 조 부사장이 6년이나 진에어 등기이사로 재직한 사실을 몰랐을 리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등기이사는 이사회 참여 등 운신의 폭이 넓다”며 “만약 국토부가 조 부사장의 등기이사 재직 당시 위법 사항을 발견했으면 면허 취소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의 조 부사장에 대한 봐주기는 지난해 국토부가 신규 저비용항공사(LCC) 사업자 면허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재미교포의 비등기이사 재직을 문제 삼은 것에서도 드러난다. 현행법상 비등기이사의 국적에 대한 별도 규제는 없지만, 국토부는 신규 LCC 사업자 중 한 곳의 비등기이사가 재미교포 출신이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 국토부는 LCC 사업자에게서 해당 비등기이사의 결혼증명서, 외환거래 내역서를 제출받는 등 4개월 동안 철저하게 심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부사장의 진에어 등기이사 재직을 제재하지 않았던 것과 배치되는 행보를 보인 것이다.

국토부는 2016년 10월 이전까지는 항공 면허 조건을 지속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별도 규정이 없어, 조 부사장의 등기이사 재직 여부를 파악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항공사업법과 항공안전법 위반은 면허 취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구체적 법률 검토를 해봐야겠지만 사업 면허 취소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 논란 속에 16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항공 빌딩으로 한 직원이 들어가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 논란 속에 16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항공 빌딩으로 한 직원이 들어가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국토부가 외국인인 조 부사장의 대한항공 비등기 전무이사 재직을 문제 삼지 않은 것도 도마에 올랐다. 이날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대한항공이 법 허점을 이용해 그를 비등기이사로 남겨뒀다”며 “임원의 자격을 등기 여부가 아닌 임원으로서 권한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지 보고 판단하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은 이날 조 전무를 업무에서 배제하고 본사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다. 그는 대한항공에서 통합커뮤니케이션실 광고 겸 여객마케팅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향후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적절한 추가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이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지만 조 전무는 전무 지위를 그대로 유지한다. 진에어 부사장, 한진관광 대표이사, KAL호텔네트워크 각자 대표이사, 정석기업 부사장 등도 계속 맡는다. 조 전무는 지난달 16일 광고 관련 회의에서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폭언하고 물이 든 컵을 던진 사실이 지난 12일 알려지면서 갑질 논란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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