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진상 규명”…서울광장 촛불집회 10만여명 참여

2013.08.10 20:25 입력 2013.08.11 10:54 수정

10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는 국정원 촛불집회가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렸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습한 여름 날씨였지만, 5만~6만여명(경찰추산 1만6000여명)의 시민들이 서울광장을 가득 메웠다. 주최 측은 서울 뿐 아니라 부산·대전·대구·울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린 집회 참석자까지 합하면 모두 10만여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밝힌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은 “촛불집회는 진보와 보수를 떠나, 어느 정당을 지지하느냐를 떠나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고자 하는 시민운동”이라며 “검찰 수사와 국정조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밝혀내지 못한 것이 많다.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10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10만 국민촛불대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대선·정치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을 규탄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10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10만 국민촛불대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대선·정치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을 규탄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가족 단위 참가자 곳곳 눈에 띄어…“자식들에게 정의로운 사회 물려주고 싶다”

집회에는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가족 단위로 온 참석자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초등학교 1학년생인 딸과 5살 난 아들을 데리고 참석한 이종범씨(40)는 “지난 대선 때 딸과 투표소 인증샷까지 찍으며 선거의 중요성을 가르쳤는데, 이제는 그 선거에 국정원의 정치공작이 있었다는 사실을 딸에게 알려줘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시절 내 자녀에게 이런 사회를 물려주지 않기 위해 학생운동을 했는데, 아직도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게 황당하다”고 덧붙였다.

10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10만 국민촛불대회’에 참여한 시민이 들고 있는 촛불을 바라보고 있다.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10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10만 국민촛불대회’에 참여한 시민이 들고 있는 촛불을 바라보고 있다.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곽중훈씨(45·경기 의정부)도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은 유신시대에나 있었던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게 당혹스럽다”면서 “제 딸들이 어른이 됐을 때는 좀더 정의롭고 투명한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오늘 집회에 아이들과 함께 참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촛불집회가 계속되는 데도 정부와 새누리당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마을 기업 운영자인 김필준씨(42)는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때는 시민들이 나서면 뭔가 해결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있었는데, 지금은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으니 답답함이 크다”면서 “매번 촛불집회에 각계의 시민들이 집회에 참석하고 있지만 그 목소리가 광장에 쌓이기만 할 뿐,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는 것 같다”면서 안타까워했다.

경기 안양에서 온 박모씨(45)는 “TV나 신문에 촛불집회 뉴스가 너무 없어서, 이런 집회가 열린다는 것을 인터넷을 보고 알았다”면서 “외신에서 오히려 촛불집회 소식을 더 크게 다룰 정도니, 이렇게까지 보도를 막는 것을 보면 진짜 무언가 찔리는게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10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10만 국민촛불대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대선·정치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10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10만 국민촛불대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대선·정치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광장에 쌓이는 시민들의 목소리, 대통령은 들어야” … 남재준 원장 사퇴, 대통령 사과

이날 집회 발언자로 연단에 선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지난 겨울, 저는 직장을 던졌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당시 조직과 동료, 선후배로부터 배신자·변절자 소리를 들으면서 두려움과 공포를 느꼈다”면서 “이러다 나 혼자 사라져 버리게 되는 것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그동안 민주주의를 위해 이 거리에서 목숨을 잃고 피를 흘렸던 분들 덕분에 저는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고 이렇게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표 전 교수는 “제가 당시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시간과 역사는 언제나 진실과 정의 편이라는 믿음, 그리고 바로 얼굴도 본 적 없는 저에게 인터넷과 거리에서 응원을 아끼지 않고 보내준 여러분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10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10만 국민촛불대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대선·정치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을 규탄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10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10만 국민촛불대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대선·정치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을 규탄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박석운 진보연대 공동대표는 “남재준 국정원장은 국정조사에 출석해 대선개입을 정당한 대북심리전의 일환이라고 말하고,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대통령의 재가 없이 본인의 판단으로 공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민주주의와 헌법을 무시한 채 막 나가고 있는 남재준 원장을 국민 촛불의 힘으로 잘라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이 알아서 ‘셀프 개혁’을 하라며 나몰라라 하고 있다”면서 “헌법을 수호할 책임이 있는 박 대통령이 거듭되는 국기문란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염형철 환경운동 대표 역시 “국정원은 대선 개입만 저지른 것이 아니라, 정책에 반대하는 모든 목소리를 북한의 지령을 받은 종북세력으로 몰며 정치공작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환경운동만 20년동안 해온 우리 단체마저도 4대강 녹조의 위험성을 지적하자 종북세력으로 몰아갔다”며 “국정원 개혁은 우리의 생명과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대통령 사과할 때까지 장외투쟁 계속하겠다”

한편 촛불집회에 앞서 민주당은 같은 장소에서 ‘민주주의 회복 및 국정원 개혁촉구 2차 국민보고대회’를 열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국회 주도의 국정원 개혁, 대통령의 사과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민주당 원외 투쟁의 목적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또 최근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에 대해서도 “민주주의가 무너진 자리에 세금 폭탄이 터졌다”면서 “대선 당시 절대 증세는 없다고 약속했는데, 이제 보니 그 말은 재벌과 슈퍼 부자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었다”고 비판했다. 이날 보고대회에는 민주당 소속 의원 115명과 당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들은 보고대회가 끝난 뒤에도 대부분 그대로 남아, 시국회의가 주최하는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그러나 ‘대선 불복 논쟁’을 우려한 탓인지 문재인 의원은 이날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서울광장 인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는 대한민국재향경우회와 한국자유총연맹, 북한민주화위원회 등 보수성향 시민단체들도 경찰 추산 5000여명의 회원이 모인 가운데 맞불집회 성격의 ‘반국가 종북세력 대척결 국민대회’를 열었다. 경찰은 양 측의 충돌사태에 대비해 69개 중대 5520명과 여경 1개 부대 80명의 경력을 서울광장 주변과 세종로, 을지로 등 일대에 배치했다.

10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10만 국민촛불대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대선·정치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을 규탄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부산·대전·대구·울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린 이번 집회는 야당 지도부(아래쪽)와 시민단체 지도부가 대거 동참했다.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10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10만 국민촛불대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대선·정치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을 규탄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부산·대전·대구·울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린 이번 집회는 야당 지도부(아래쪽)와 시민단체 지도부가 대거 동참했다.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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