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한 달… 민낯 드러난 한국 의료시스템

2015.06.18 22:14 입력 2015.06.18 22:19 수정

지난달 20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터진 후 한 달 동안 한국 의료 시스템의 민낯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의료 선진국이라고 내세운 나라의 의료시설과 보호장구는 여전히 후진적이었고, 감염병을 키우는 병실 문화도 그대로 노출됐다. 수익성을 좇으며 겉모습만 치장해온 의료체계는 위기 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1) 병실 과밀에 보호장구 부실

병상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국내 병원 구조는 메르스 바이러스가 쉽게 전파될 수 있는 고리가 됐다. 국내 병원의 대부분은 한 병실에 6인 혹은 8인의 환자를 수용한다. 의료법이 규정하는 병상당 면적은 6.3㎡로 매우 비좁다. 병상 간 간격이 1m도 안되는 경우도 흔하다. 영국의 경우 병상당 면적이 13.3㎡로 한국의 2배 이상이다. 김종명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의료팀장은 “비말(콧물·침 등) 접촉으로 감염되는 메르스의 밀접 접촉 범위가 2m라는 점을 감안하면 메르스의 병원 내 전파가 용이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최초 환자가 입원했던 평택성모병원 병실은 에어컨만 있고 환기구·배기구가 없는 특이한 구조였다. 이 때문에 비말이 오래 쌓여 있다 멀리 퍼질 수 있게 됐다.

제대로 된 보호장구가 지급되지 않아 병원 의료진이 환자로부터 감염되는 일도 벌어졌다.

보건복지부는 18일 브리핑에서 “삼성서울병원이 17일 이전에는 의료진에게 레벨D(전신보호장구) 수준의 엄격한 개인보호장구를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 방사선사인 162번째 환자, 메르스 확진자 병동 간호사인 164번째 환자 모두 충분한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유독 한국에서만 메르스가 빨리 퍼지면서 초기에 바이러스 변이, 공기 중 감염 등의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메르스 확산의 핵심 요인은 기본을 지키지 못한 ‘한국형 의료 시스템’에 있었던 것이다.

(2) 부족한 공공의료 인프라

지나치게 낮은 공공의료 비중도 전염병 대응에 실패한 요인 중 하나다. 2011년 기준 전체 의료기관 병상 중 보건소와 공립병원 등 공공의료기관 병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불과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77%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치다. 특히 전염병 발생에 대비한 국가지정 음압격리병상도 충분치 않다. 전국의료산업노조는 “국내 병원에는 감염병 방지시설이 부족하고 예방장비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며 “민간의료기관이 활용도가 떨어지는 격리병상 등에 투자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공공의료시설도 부족해 메르스처럼 전염성이 높은 질병에 대한 대응과 의료진 보호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3) 대형병원 쏠림·가족간병 문화

삼성서울병원에서 확진자가 대거 나온 것은 병원의 감염 관리 체계에 구멍이 난 측면도 있지만 과도한 대형병원 쏠림 현상도 한몫을 했다. 전체 응급실 병상을 100으로 봤을 때 환자 수를 나타내는 응급실 과밀화지수를 보면 서울대병원은 175%, 삼성서울병원은 133%였다. 서울 소재 빅5 종합병원들로 환자들이 몰리면서 메르스가 상대적으로 많이 전파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 평가단은 “치료를 받으려고 여러 의료시설을 돌아다니는 의료쇼핑 관행과 여러 친구나 가족들이 환자와 병원에 동행하거나 문병하는 문화 탓에 2차 감염이 더 확산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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