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사법 신뢰

잇따른 판·검사 비위…“썩어도 너무 썩었다”

2016.09.06 23:13 입력 2016.09.06 23:48 수정
홍재원·박용하·정제혁 기자

<b>침통</b> 양승태 대법원장이 6일 대법원에서 열린 김수천 부장판사 뇌물수수 구속 관련 전국법원장회의에서 묵념하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날 오후 김수남 검찰총장이 김모 부장검사 뇌물수수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굳은 표정으로 대검청사를 나와 퇴근하고 있다.  이석우·김창길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침통 양승태 대법원장이 6일 대법원에서 열린 김수천 부장판사 뇌물수수 구속 관련 전국법원장회의에서 묵념하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날 오후 김수남 검찰총장이 김모 부장검사 뇌물수수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굳은 표정으로 대검청사를 나와 퇴근하고 있다. 이석우·김창길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판사와 검사의 비리 사건이 잇따르면서 사회 정의의 보루인 사법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최근 법원과 검찰이 자체 개혁방안을 내놓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또 다른 판검사 비위 사건이 곧바로 터져 나오는 형국이다. 법조 분야 담당인 청와대 민정수석이 되레 자신의 비리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을 정도로 국가의 사법 정의는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추락했다.

양승태 대법원장(68)은 6일 전국법원장회의에서 “현직 부장판사가 직무와 관련해 거액의 금품을 수수한 일로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사과드린다”며 “법관이 지녀야 할 가장 근본적인 직업윤리와 자세를 저버려 법관 전체의 도덕성마저 의심받게 됐다”고 밝혔다.

김수천 인천지법 부장판사(57)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 측에서 뇌물을 받고 구속돼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이다. 대법원장의 대국민 사과는 10년 만이다. 대법원은 이날 윤리감사관실 확대 등 법관 비리 예방책을 내놨지만 신뢰 회복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간부들의 비리는 더 심각하다. 대검찰청은 김모 부장검사(46)가 친구인 사업가 김모씨에게서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고 이를 덮으려 했다는 의혹을 감찰 중이다. 법무부는 이날 예금보험공사에 파견 중이던 김 부장검사를 서울고검으로 사실상 대기발령을 냈다.

문제는 법원과 검찰의 ‘셀프 개혁’이 더 이상 먹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대법원(6월)과 대검찰청(8월)은 ‘몰래 변론(전관예우) 금지’ 등을 담은 자체 개혁방안을 내놓았지만 발표문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판검사들의 추가 비리가 속속 드러나는 형국이다. 법조계와 고위직에 있는 비리 인사들은 사회 정의를 뒤틀어놓을 뿐 아니라 지위와 영향력을 활용해 자신의 비리까지 덮고 있어 더욱 심각하다.

이 때문에 제3의 조사기관, 즉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도입론에 힘이 실린다. 박근혜 정부는 공수처 도입 대신 특별감찰관 제도를 신설했지만 우병우 민정수석(49)에 대한 조사가 ‘청와대 벽’에 부딪히면서 한계를 드러냈다. 더 이상 법원·검찰의 ‘셀프 개혁’으론 안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검찰이 뿌리까지 썩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며 “공수처 신설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소속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현직 부장판사와 검사장이 뇌물 혐의로 구속되고 민정수석은 수많은 비리 혐의에도 버티고 있다. 장관 청문회를 하면 ‘썩어도 너무 썩었다’는 개탄이 나온다”면서 “공수처를 신설해 고위공직자 비리를 대청소하라는 게 국민의 준엄한 목소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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