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의 북한 테러국 지정 검토, 꼬여만 가는 북한 상황

2017.02.28 20:30 입력 2017.02.28 20:32 수정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한·미·일 3국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에서 미측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문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고 한다. 그동안 비슷한 언급은 있었지만 미 당국자가 테러지원국 재지정 움직임을 직접 밝힌 것은 처음이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이 공공장소에서 VX 신경작용제에 의해 암살된 것이 테러지원국 재지정 논의를 급진전시킨 것으로 보인다. 핵·미사일에 이어 화학무기까지 동원한 북한의 위협이 가중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미국 조야를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테러지원국 재지정 움직임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악화 일변도로 치닫는 북·미관계이다. 미 국무부는 당초 1~2일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던 ‘북·미 트랙1.5’(반관반민) 대화에 참석할 북한 외교관들의 비자 발급을 막판에 거부했다. 일본 등 북한에 적대적인 미 동맹국들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처럼 북한에 대해 ‘전략적으로 인내’할 뜻이 없어 보인다. 북·미관계 개선에 긍정적인 조짐이 전무한 상황에서 2008년 해제된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 움직임이 구체화되면 양국관계는 결정적으로 꼬일 수밖에 없다.

이대로 가면 트럼프 정부가 대북정책을 제대로 검토해 보기도 전에 북·미 대화 가능성은 차단된다. 그동안 금기시되어온 대북 선제타격론과 정권교체론이 공공연히 거론되는 상황이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북·중관계까지 악화되면서 북한의 모험적 행동을 제어할 장치가 사라지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어제도 유엔인권이사회 기조연설에서 김정남 암살을 거론하며 미국과 국제사회의 강력 대응을 요구했다. 북한에 대한 강공 외에는 어떤 창의적 발상도 없다. 북한을 압박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대화를 통한 해법도 포기해서는 안된다. 정부의 중재 역할이 필요하지만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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