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현상 왜?···“이기적 존재로 취급받는 여성들의 실제 삶 알아주길”

2017.03.08 17:24 입력 2017.03.08 19:34 수정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작가 조남주. / 서성일 기자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작가 조남주. / 서성일 기자

· 출간 4개월 만에 1만5000부 조남주 작가 ‘화제의 책’

· 페미니즘 소설에 남성 독자들도 뜨거운 반응 이례적


부족할 것 없는 평범한 주부가 미쳐버리게된 이야기는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소설가 한강이 <채식주의자>에서, SF작가 반다나 싱이 <자신을 행성이라 생각한 여자>에서 미쳐버리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여성에 대해 썼다.

그리고 지금, 우리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미쳐간 한 30대 여성을 다룬 소설이 조용하지만 무섭게 사람들을 흔들고 있다. 소설을 읽은 여성들은 잠을 못 이뤘고, 한 남성 국회의원은 책을 읽은 뒤 300권을 사서 동료 의원들에게 안겼다.

작년 10월 출간 후 갈수록 독자 반응이 더 뜨거워지고 있는 <82년생 김지영>(민음사)이다. 2주마다 증쇄, 8일 현재 출간 4개월 만에 1만5000부를 찍었다. 작년 민음사에서 나온 소설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리고 있다. 이 책에 쏠린 비상한 관심은 ‘김지영 현상’으로까지 불린다.

‘김지영 현상’에 특이한 점은 페미니즘의 관점을 담고 있는 소설인데도 남성 독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금태섭 국회의원은 “이 소설을 읽고 생각이 바뀌었다”며 동료의원들에게 이 책을 돌리고, 단국대 기생충학과 서민 교수도 이 책을 읽고 칼럼을 통해 남성들의 여성혐오를 비판했다. “남성들이 꼭 읽어야 한다”고 얘기하는 남성 지식인들의 서평도 눈에 띈다. 기존 페미니즘 도서의 주 독자층이 20·30대 여성인 것과는 구분된다.

<82년생 김지영>은 문학이라기보다 르포르타주에 더 가깝다. 1982년에 태어나 대학을 졸업한 후 홍보대행사에서 근무하다가 서른한 살에 결혼해서 딸 하나를 낳아 키우고 있었던 한국 여성 김지영의 삶을 담담히 좇으면서 ‘도대체 김지영에게 무슨 일이 있었기에?’라고 묻고 있다.

‘82년생 김지영’ 현상 왜?···“이기적 존재로 취급받는 여성들의 실제 삶 알아주길”

‘78년생’인 저자 조남주 작가를 7일 경향신문사에서 만났다.

- 사람들이 이 책을 계속 찾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독자들을 만나면, 본인의 이야기와 너무 비슷한데 주변에 표현하거나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라고 한다. 여성독자들의 경우, 내 얘기인데 알아줬으면 좋겠다, 는 마음에서 주변에 책을 권한다는 분도 있었다.”

- 특히 남성 독자들이 많다. 이 책을 읽고 놀란 것 같다.

“사실 너무 보편적이고, 평범한 얘기들을 골라서 썼는데 (남자들이) 정말 몰랐나 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랑 같이 살고 있었던 절반의 세계가 이 책을 통해 뒤늦게라도 자각됐으면 좋겠다.”

- 소설을 쓰게된 계기는.

“2015~2016년을 살아가고 있는 한국여성의 삶을 정확하게 말하고 싶었다. 내 주변엔 열악하고 한계가 있는 환경에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여성들이 많은데, 언론과 여론에선 그들을 무능력하고 이기적이고 사치스럽고 책임감 없는 존재로 다뤘다. 성실히 살고 있는 여성들을 그렇게 기억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이 책이 출판돼 나오면 증거나 증언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 여성들도 행복해질 수 있는 사회가 되려면 가장 먼저 무엇이 바뀌어야 할까.

“남성과 여성이 가정을 이루는 게 사회의 ‘기본’이라는 사고방식에서부터 탈피해야 전체적인 문제들이 풀려가지 않을까 싶다. 억지로 결혼을 하게 하고, 아이를 뽑아내는 것보다는 다른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행복해지는 사회를 만들어야 자발적으로 다음 세대가 생겨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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