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가 본 군 형법 “軍이 생각하는 ‘이상적 남자’ 강요…차별이고 폭력”

2017.06.03 17:31

정의당 김종대 의원. / 이상훈 선임기자

정의당 김종대 의원. / 이상훈 선임기자

지난 5월 24일 국회 의원회관 549호실. 전화벨 소리가 잠시도 끊이지 않았다. 성난 목소리의 항의가 쏟아졌다. 비서진은 업무를 볼 수 없어 한동안 전화선을 빼놓았다.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군형법 92조 6항을 폐지하는 군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남성 동성 간의 성행위를 겨냥한 ‘항문성교와 그 밖의 추행’에 대한 처벌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이다. 딱 일주일이 지난 6월 1일 의원실을 찾았다.

군형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일주일이 지났다. 반응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나?

“확실히 핫(hot)한 주제라고 느끼고 있다. 항의전화는 계속 오고 있고, 지지자 중에서도 국방과 관련해 중요한 일들을 해야 하는데 왜 이런 문제를 건드려서 악영향을 받느냐고 안타까워하거나 비판하는 분들도 계셨다. 성소수자 인권의 문제로 진지하게 보려는 흐름도 있고, 종교적 신념이나 차별, 한국 군대가 규정하는 ‘남성상’ 등 한국 사회의 여러 가지 태도들이 다 드러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호의적이지 않은 반응이 쏟아진다. 걱정이 되진 않나?

“비례대표 의원이라 지역구가 없다. 만약 지역구가 있었다면 쉽게 발의할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다른 의원님들 사례를 보면 (차별 금지와 관련한) 법안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지역구에서 험한 일을 겪기도 했고, 그 지역에 가족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걱정할 수밖에 없다. 솔직히 성소수자 인권 문제에 특별히 진지하게 관심을 가지거나 사명감이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나는 지역구도 없고 국방위원회 소속이자 진보정당의 일원이니 여러 가지 문제들에서 자유롭고, 누군가 해야 한다면 발의하기 좋은 조건이었다. 차별은 금지해야 하는 게 맞고, 발의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발의의 계기가 된 육군 동성애자 대위의 사건을 어떻게 보나?

“‘SNS에서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 수사해 처벌하는 것 자체는 필요하다. 그런데 동성애의 문제로 몰아 사적 공간을 들여다보고 주변 집단 전체를 색출하는 함정수사를 벌여 30명 넘는 사람이 수사를 받았고, 처벌이 예상되는 사람이 18명이다. 여수·순천 반란 이후 군내 최대 조직사건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군은 단순히 군 기강의 문제라고만 생각하고 있다. 우리 군이 앞으로 꽤 오랫동안 민주주의와 인권을 존중하는 새로운 군으로 거듭나기 어려워질 거라는 불길한 징조다.”

수많은 남성들이 군에서 상관에 의한 성추행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것 때문에 동성애자의 존재에 부정적이고 법안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현재 군형법 92조 1~5항이 전부 그런 강제 성추행·성폭행에 대한 처벌조항이다. 동성애나 이성애와 무관하게 처벌할 수 있다. 그런데 굳이 6항을 만든 것은 별도의 이데올로기가 작동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기존 군형법만 제대로 운영해도 성추행 등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는데 6항을 둔 이유는 무엇일까?

“군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남성상이 있다. 그 남성상에 대한 이데올로기는 병역법 전반에 투영돼 있다. 병역법은 병역의무의 대상으로 ‘대한민국의 건강한 남자’라고 본다. 건강한 남자의 기준은 뭔가? 한때 무정자증이나 발기부전은 군면제 사유였다. 2012년 법 개정으로 3급 현역 판정을 받는다. 그러지만 왜 3급인가? 무정자증과 군복무 능력은 무슨 상관이 있는가? 국가가 건강한 남성에 대한 면허증을 부여하는 것이다. 성적 지향도 그 중의 하나인 셈이다. 더 심각한 것은 우리는 징병제 국가이기 때문에 성소수자처럼 군에서 생각하는 적절한 남성의 기준에 위배되더라도 군대는 가야 한다. 징집은 하면서 처벌받는다는 점에서 인권문제가 더 커진다. 의사와 무관하게 징집해놓고 성적 취향에 대해 조사하고 색출하고 처벌할 수 있다는 점은 자기모순이다.”

동성애자 대위에 대한 판결이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성폭력 피해 여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알려졌다.

“군은 병역법과 군형법을 통해 ‘남성적 결함’이 있으면 국민을 비정상으로 취급한다. 반대로 남성적인 면모는 과도하게 강화된 형태로 나타난다. 군사문화라는 게 결국 여성혐오, 상하 지배와 복종, 권력관계에 대한 순응, 소수자나 장애인에 대한 배려의 부족 등 이런 잘못된 경향을 강화하고 그것이 사회로도 영향을 미친다. 군내 성폭력 사건이 잦은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지 성적인 자유가 지나치게 보장돼서가 아니다.”

군형법 92조 6항의 폐지는 인권보호 차원에서 중요한 것은 알겠다. 그러나 영내 성폭행 문제를 해결하려면 추가적인 다른 조치도 필요할 것 같다.

“우리 병영에서 사람의 가치, 인간의 가치에 대해 잘못된 평가를 하고 있다. 한마디로 ‘저평가’한다. 병사를 너무 싸고 손쉽게 부려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월 20만원, 시급 930원짜리 인생 아닌가. 그래서 군 기본권이 전반적으로 제약돼 있다. 휴가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한다. 휴가로 인해 쓸 돈이 많아지면 장병들은 더욱 많은 월급을 필요로하고 요구하게 될 것이니까 예산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병사 1인당 월급을 50만원으로 올리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추진하고 있다. 그래봐야 1조5000억원이 더 든다. 사람의 가치를 높여주면 귀하게 써먹을 거고 거기서 국방개혁의 이니셔티브가 촉발된다. 성소수자 문제는 독립된 것이 아니라 인격의 가치를 총체적으로 상향조정해야 이런 문제들이 해결된다.”

군형법 개정작업은 앞으로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낙관적이지는 않다. 사회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을 확산시키는 1차 목표가 있다. 입법안이 청원되고 국회에서 법안이 발의되면 토론 공간이 열린다. 군형법 92조 6항 폐지의 정당성을 계속 확산시켜서 군에 압박을 가하고 인권문제 개선의 여론을 만들어가도록 시민사회와 협력하고 국회 내에서도 동료 의원분들과 함께 효과적인 수단을 찾아볼 것이다. 또 하나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도 있는데, 성소수자와 더불어 군에서 절대 인정하지 않는 권리의 문제다. 이 문제들을 같이 해결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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