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공개념 대토론을 벌이자

2018.03.27 21:15 입력 2018.03.27 21:22 수정

헌법 개정안 공이 국회로 넘어갔다. 대통령 개헌안에 담긴 여러 논점 중에서 나는 특히 토지공개념에 주목한다. 이는 서민들에게 너무도 절실한 문제이고 또한 자유한국당의 으름장이 황당해서이다. 내친김에 이번에 토지공개념을 주제로 대대적인 토론이 벌어지기 바란다.

[정동칼럼]토지공개념 대토론을 벌이자

복지국가 활동을 하면서 늘 어려운 숙제가 주거복지이다. 모든 복지가 중요하지만, 우리의 생활에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필요한 영역이 바로 주거이다. 의료비? 속절없지만 그래 아프지 말자 기도해 본다. 아이 키우기 어렵다고? 그래 낳지 말자고 계획 아닌 계획을 짜본다. 그런데 주거는 매일 생활하고 잠을 자는 일상 공간이다. 전·월세가 오르면 올려줘야 하고 감당할 수 없으면 주변 지역으로 이사를 가야 한다. 전·월세 평균 거주기간이 3.5년에 불과하니 이사 걱정을 안고 사는 인생이다. 가계 지출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부담도 무척 크다. 전세대출금, 월세인상액을 충당하기 위해 일하고 있다고 느낄 정도이다. 이러니 무상보육, 기초연금, 문재인케어 등 복지가 늘어도 집이 없는 사람에겐 복지 체험이 반감된다. 주거복지를 구축하지 않고선 우리나라에서 복지국가 집을 짓기 어려운 이유이다.

왜 주거복지가 뒤처질까? 다른 복지들은 정부가 정한 공적 규칙에 따라 운영되지만 주거는 대부분 부동산시장의 사적 계약에 의존한다. 공공임대주택을 제외하고는 일반 전·월세 가격이 부동산시장의 날뛰기에 영향을 받는다. 이에 부동산이 안정돼야 전·월세도 관리될 수 있건만 역대 정부마다 부동산시장 활성화 정책이 주거복지를 압도해 왔다. 심지어 2010년 이후 복지바람이 불고 서민들이 그렇게 전·월세 폭등에 아우성쳐도, 부동산정책 기조는 그대로였고 주거복지는 여전히 빈약하다.

이럴수록 사람들은 ‘내 집’을 갈망한다. 안타깝게도 갈수록 이 꿈이 멀어지는 듯하다. 정부마다 서민들에게 ‘내 집’을 부추겨 왔지만, 1990년대 이후 자가점유율은 계속 50%대에 머문다. 비록 집을 가졌지만 과도한 주택담보대출로 하우스푸어로 몰린 사람들도 많다. 앞으로는 부모로부터 집을 물려받는 행운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수명연장으로 노후는 길어지건만 별다른 현금 수입이 없는 노인의 경우 불가피하게 집을 주택연금이나 토지연금 등으로 현금화하는 일이 늘어날 것이다. 결국 지금은 대략 시민의 절반이 남의 집에 살고, 젊은 사람들은 이후에도 집을 가지기 어려우며, 지금 추세라면 주거비 부담도 계속 무거울 것이다. 자영업자도 비슷한 처지에서 가슴만 탄다. 장사가 잘되면 어찌 알았는지 조물주 위에 산다는 건물주가 나타나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니 말이다.

그래서 이번 헌법 개정에 토지공개념을 강력하고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 물론 현행 헌법에 토지공개념 원칙이 담겨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이 조항을 협소하게 해석해온 까닭에 부동산개혁 논의 때마다 위헌 논란이 등장하고 정부와 국회 역시 스스로 위축돼 토지정의를 세우는 정책에 소극적이었다. 일부에선 대통령 개헌안이 공연히 토지공개념 조항을 보강해 갈등을 유발한다고 비판하지만, 토지공개념이 전·월세 안정을 위한 기본 토대라는 점에서 본격적인 토론의 계기로 삼아가야 한다.

자유한국당의 대응이 무척 거세다. 토지공개념을 ‘자유시장경제의 근간을 허물어뜨리는 시도’라 비판하며 ‘대한민국이 사회주의에 오를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 단언한다. 대단한 논리 비약이다. 토지공개념은 체제를 넘어선 인권의 문제이다. 토지와 집은 한정된 자산이기에, 아무리 재산권이라지만 동시대 사람의 기본 생활권보다 우선할 순 없지 않은가. 좋다. 이번 기회에 토지공개념 강화가 우리 사회에 절실한 일인지, 혹 사회주의로 가는 길인지 대토론을 벌이자. 전국적으로 시민들이 참여하는 토론장을 열고, 이를 토대로 최종 결정은 공론화위원회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도 토지공개념이 헌법의 문구 논란에 그치지 않도록, 지금 가능한 정책은 적극 추진해야 한다. 대선공약이면서 주거권의 핵심인 계속계약청구권, 전·월세상한제 도입 속도가 더디다. 부동산 보유세 인상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음에도 임기 1년이 다 되도록 묵묵부답이다. 기존 정책의 편향을 바로잡는 취지에서 부동산·주거 관련 정부위원회에 세입자 대표 몫을 할당하라는 제안도 경청하기 바란다. 촛불혁명을 이룬 시민의 자긍심이 살아 있고, 대통령 지지율까지 높은 지금이 부동산개혁의 적기이다.

시민들이 토지정의와 주거복지가 구현되는 ‘나라다운 나라’를 향한 정부의 의지를 믿을 수 있도록 실천하라. 그래야 대통령의 헌법 개정안도 힘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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