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경향포럼

퍼리드 저카리아 “러 우크라 침공, 냉전 이후 최대 사건…러 배제한 재세계화 일어날 것”

2022.06.20 21:34 입력 2022.06.20 23:45 수정

미국외교협회 이사

저널리스트 겸 작가인 퍼리드 저카리아는 CNN 인기 프로그램 <GPS>의 진행자로 잘 알려져 있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잡지 ‘애틀랜틱’의 객원 편집자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2019년 ‘최근 10년간 10대 최고 글로벌 지성인’(포린어페어스), ‘우리 세대에 가장 영향력 있는 외교정책 고문’(에스콰이어)에 선정되기도 했다. 퍼리드 저카리아 제공

저널리스트 겸 작가인 퍼리드 저카리아는 CNN 인기 프로그램 <GPS>의 진행자로 잘 알려져 있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잡지 ‘애틀랜틱’의 객원 편집자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2019년 ‘최근 10년간 10대 최고 글로벌 지성인’(포린어페어스), ‘우리 세대에 가장 영향력 있는 외교정책 고문’(에스콰이어)에 선정되기도 했다. 퍼리드 저카리아 제공

러, 전쟁으로 국제 체제 전복 시도
더욱 강하고 효과적인 제재 있어야
전쟁, 수개월 더 걸려…협상은 그 후

뉴스 채널 CNN을 보는 이들이라면 <GPS(Global Public Square)>의 진행자 퍼리드 저카리아를 알고 있을 것이다. 인도계 미국인인 그는 예일대에서 학사,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국제정치 전문가로 현재 미국외교협회 이사를 지내고 있다. 미국의 유명 주간지 ‘뉴스위크’에서 언론인 활동을 시작한 그는 2008년부터 매주 일요일(현지시간) <GPS> 진행을 맡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 경제지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펼쳐질 세상을 전망하고 팬데믹을 통해 깨달은 교훈 10가지를 정리한 책 <팬데믹 다음 세상을 위한 텐 레슨>의 저자로 주목을 받았다.

저카리아는 20일 기자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냉전 종식 이후 발생한 “가장 큰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전쟁은 향후 몇개월 더 걸릴 것이라며 협상이 진전되기 위한 단계도 아직 한참 멀었다고 판단했다. 저카리아는 향후 국제질서에 가장 큰 위협으로 ‘러시아’를 꼽았지만,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이 지난 수십년간 이어져오고 있는 ‘세계화’의 흐름을 뒤엎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이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 그는 러시아를 배제한 세계화 시스템 재정비가 진행되며 이는 한국과 같은 무역중심국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국제질서에 얼마나 어떤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나. 현재 서방의 러시아 제재가 유의미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보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국제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다. (지난 30여년을) ‘역사로부터의 휴가’라고 부를 수 있다면 이제 휴가는 끝났다. 역사는 강대국 정치와 함께 돌아왔고, 러시아는 국제 체제를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 이를 허용해서는 절대 안 된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중요하다. 더 강하고 효과적인 제재가 필요하다.”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8일(현지시간) 러시아군과 격전을 벌이고 있는 동부 도네츠크 지역에서 곡사포를 쏘고 있다. 도네츠크 |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8일(현지시간) 러시아군과 격전을 벌이고 있는 동부 도네츠크 지역에서 곡사포를 쏘고 있다. 도네츠크 | 로이터연합뉴스

-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핵전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온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어떤 것인가. 전쟁은 언제 어떻게 끝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전쟁은 협상을 통해 끝난다. 연합군이 추축국을 완전히 파괴하며 끝난 2차 세계대전은 매우 드문 예외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여전히 어느 쪽도 교착 상태를 깨기에 충분히 승리하거나 패배하지 않은 단계에 있다. 그 단계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수개월이 더 걸릴 것으로 생각한다.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은 그 이후에야 진행될 것이다.”

러, 현재 국제질서의 가장 큰 위협
중국과 연대하는 경우 경계해야
중, 국제사회 고립 택하진 않을 것

- 향후 국제질서에 가장 큰 위협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 시점에서는 매우 명확하다. 바로 러시아다. 러시아가 중국과 손을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은 오늘날까지 국제사회 속에서 많은 혜택을 받아왔고, 이러한 것들을 망가뜨리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중국이 변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 책 <팬데믹 다음 세상을 위한 텐 레슨>에서 ‘세계화 시대를 무력화한 것은 (전쟁과 같은) 낡아빠진 현실 정치’라고 비판했는데, 세계화의 관점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코로나19 팬데믹보다 더 큰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보나.

“그렇지 않다. 지금도 세계 무역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정치 지도자의 말에서는 탈세계화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막상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탈세계화’가 아닌 ‘재세계화’다. 다시 말해, 무역량은 더 늘어나지만 무역 상대가 기존과 달라질 것이다. 러시아는 세계화 시스템에서 다른 국가들로 대체될 것이고, 이 같은 재세계화의 작은 버전이 중국에서도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구입하던 상품을 이제 인도나 멕시코, 베트남에서 구입할 것이다. 이런 재세계화는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 기회가 될 것이다.”

재세계화 시대, 무역 상대 바뀌어
한국 등 무역중심국엔 새로운 기회

- <팬데믹 다음 세상을 위한 텐 레슨>에서 ‘미국은 환상적인 장점과 약점을 모두 지닌, 지저분하고 너덜너덜하며 불평등한 나라’라고 평가했다. 한국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국은 빈곤과 전쟁, 분단, 각종 위험을 극복한 결과, 민주적이고 혁신적인 번영한 나라로 부상했다. 물론 한국 사회에도 문제가 있긴 하지만, 한국은 이미 대부분의 국가들이 갈망하는 국가 모델이다.”

- 마지막으로 한국에도 <GPS>를 챙겨보는 시청자들과 <팬데믹 다음 세상을 위한 텐 레슨>을 읽은 독자들이 많다.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는 한국과 한국인을 매우 존경한다. 제가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할 때 경제 영역뿐만 아니라 정치·문화·예술 등에서도 놀라운 발전을 이룬 나라로 한국을 언급한다. 한국은 우리 모두에게 영감을 주는 곳이다. 그런 한국에서 저를 지켜봐주는 분들이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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