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2014.11.12 21:32 입력 2014.11.12 22:07 수정

가슴 먹먹해지는 76년간의 사랑과 이별

세상에는 사랑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셀 수 없이 많이 있다. 영화 속 커플들은 수없이 많은 장애물을 넘어서며 사랑을 지켜낸다. 나이, 성별, 심지어 시공간까지도 사랑하는 이들을 갈라놓을 수 없다.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사진)에는 보통의 사랑 영화에 나오는 역동적인 스토리는 없다. 대신 ‘현실’의 사랑이 가진 ‘울림’이 있다. 영화는 76년의 세월 동안 한결같이 서로만 바라보고 살아온 한 노부부의 실제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에 나오는 조병만·강계열 부부는 이미 꽤 유명하다. KBS1 <인간극장> 등 지상파 방송 다큐 프로그램에 76년 동안 한결같이 금실 좋게 지낸 노부부로 여러 차례 소개됐다.

[리뷰]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이들의 사랑은 ‘금실’이 좋다는 말로는 표현하기 부족할 정도로 생기 넘치고 아름답다. 100세를 앞둔 나이에도 막 연애를 시작한 커플 같다. 조병만 할아버지는 시도 때도 없이 부인에게 장난을 치며 까르르 웃는다. 쓸던 낙엽을 모아서 할머니에게 던지고, 냇가에서 빨래를 하는 할머니 앞에 조약돌을 던져 물을 튕긴다. 젊은이들이 커플 티를 맞춰 입고 다니듯 두 노부부는 항상 똑같은 한복을 맞춰 입고 손을 꼭 잡은 채 다닌다. 여름엔 하얀 모시 한복을, 겨울엔 잘 누빈 분홍 한복을 입는다.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결같은 사랑을 유지해온 커플을 갈라놓는 것은 ‘죽음’이다. 두 사람의 일상만 카메라에 담으려던 진모영 감독은 두 사람이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까지도 영화에 담아냈다. 영화 촬영 중 조병만 할아버지의 건강이 악화된다. 할아버지는 더 이상 장난을 치지 않고, 할머니가 지은 밥을 맛나게 먹지 않는다. 매일 웃음이 넘치던 집에는 웃음이 끊기고,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얼굴을 만지며 “석 달만 더 이렇게 내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네”라고 말한다.

영화는 지난 9월 열린 DMZ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전석이 매진되며 관객상을 수상했다. 샌타바버라 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경쟁 부문에도 초청받았다. 진모영 감독은 “영화를 통해 ‘끝없는 사랑’이 무엇인지 관객들이 보게 하고 싶었다”고 한다. 개봉은 오는 27일이다. 상영시간은 8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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