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발레단 신작 ‘트리플 빌’…격정적이고 섬세한 몸짓으로 표출한 분노·사랑·정

2021.06.21 21:38 입력 2021.06.21 21:42 수정

대한민국발레축제 초청작으로 초연

파가니니 곡과 한·중 선율 따라 표현

한국 무용과 결합한 몸짓 대미 장식

유니버설발레단의 신작 <트리플 빌> 중 ‘코리아 이모션’의 한 장면.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유니버설발레단의 신작 <트리플 빌> 중 ‘코리아 이모션’의 한 장면.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공중으로 도약하는 무용수들의 역동적 군무가 쉴 새 없이 이어진다. 라흐마니노프의 명곡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에 맞춰 시작된 ‘파가니니 랩소디’는 음악과 몸짓만으로 인간 내면의 격동과 서정을 표현한다. 인간의 모든 감정을 작품 속에 투영한 이 대곡에서 안무가가 주목한 감정은 ‘분노’. 다이내믹하게 변주되는 선율에 맞춰 무용수들은 때론 격정적인 군무로, 서정적인 파드되로 ‘분(憤)’의 감정을 표현한다. 쉼없이 이어지는 무용수들의 고난도 테크닉이 관객의 시선을 빼앗는다.

유니버설발레단이 제11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초청작으로 유병헌 예술감독이 안무한 신작 <트리플 빌>을 선보였다. 발레단이 7년 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지난 18~20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초연했다.

<트리플 빌>은 인간의 보편적 감정 중에서도 분노, 사랑, 정을 주제로 한 세 개의 작품을 묶은 네오클래식 발레다. 무대 장치를 최소화하고 오로지 음악과 춤에만 집중해 다채로운 감정을 표현한다.

첫 번째 작품 ‘파가니니 랩소디’가 러시아 작곡가의 대곡을 몸짓으로 담아냈다면, 이어지는 ‘버터플라이 러버즈’와 ‘코리아 이모션’은 각각 중국과 한국의 전통 선율을 춤의 언어로 표현한다. ‘버터플라이 러버즈’는 중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 불리는 민간 설화 ‘양산백과 축영대’ 이야기를 담은 무용극이다. 발레 <춘향>을 안무했고 중국 국립발레단 발레마스터로 활동하기도 했던 유병헌 예술감독은 클래식 발레에 중국 전통의 색채를 더해 한 편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무대 위에 재탄생시켰다. 무용수들의 손끝 동작과 부채 등의 소품, 절도 있는 군무는 중국 경극을 떠올리게 했다. 중국 작곡가 허진하오와 첸강이 ‘양산백과 축영대’ 이야기를 모티브로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나비 연인’의 선율도 분위기를 더했다.

19일 공연에서 관객들의 가장 뜨거운 호응을 받은 작품은 ‘정(情)’의 감정을 표현한 마지막 무대 ‘코리아 이모션’이었다. 음악과 안무 모두 지극히 한국적인 발레다. 지평권의 앨범 <다울 프로젝트>(2014)에서 국악 크로스오버 네 곡(미리내길, 달빛 영, 비연, 강원 정선아리랑 2014)을 발췌해 사용했다. 한국 무용의 어깨춤과 발동작이 클래식 발레와 만나 섬세하고 서정적인 몸짓으로 구현됐다. 특히 마지막 곡인 ‘강원 정선아리랑 2014’는 국악과 성악, 클래식 연주와 발레가 함께 어우러지며 공연의 대미를 장식했다.

유병헌 예술감독은 이번 신작을 통해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한다. 유 감독은 “자신의 감정을 피하지 않고 직관으로 마주함으로써 그 감정을 수용할 수 있을 때, 스스로 치유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고 안무 의도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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