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늪 빠진 경북 3대 문화권 사업

2023.11.22 21:26 입력 2023.11.22 21:31 수정

영주 ‘선비세상’ 1년 새 62억 손해…안동·문경 등도 비슷

2조원 들인 관광단지 “주먹구구식 건설” 세금 낭비 비판

경북 영주시 순흥면에 있는 한(韓)문화 테마파크 선비세상이 지난 1일 관람객 한 명 없이 텅 비어 있다.

경북 영주시 순흥면에 있는 한(韓)문화 테마파크 선비세상이 지난 1일 관람객 한 명 없이 텅 비어 있다.

경북 영주시 순흥면에 있는 선비세상은 선비의 삶과 정신·전통문화를 앞세운 한(韓)문화 테마파크로, 경북 3대 문화권 관광사업 중 가장 최근에 문을 열었다. 부지 면적 96만974㎡에 1694억원을 들여 지난해 9월 개관했으나 지난 1년간 유료 관람객은 2만9652명, 하루 평균 81명에 그친다.

2조원의 세금이 투입된 경북 3대 문화권 관광사업이 적자 수렁에 빠지면서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60억원이 넘는 운영 적자를 기록하면서 재정 상황이 열악한 기초자치단체의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22일 영주시에 따르면 선비세상의 최근 1년간(지난해 11월~지난달) 입장료 수입은 1억8764만원이다. 연간 운영비는 64억원으로 1년 만에 62억원의 적자를 냈다. 인구 10만명의 작은 도시인 영주의 재정자립도는 11.49%로 전국 평균(45%)에 한참 못 미친다.

영주시 관계자는 “인근 지역에 유교와 관련된 관광지가 많아 관람객을 모으기 힘든 상황”이라며 “키즈카페 등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콘텐츠를 추가해 적자 규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비세상은 경북 3대 문화권 사업의 일부다. 이 사업은 2010년 당시 23개 시군에 흩어져 있는 유교·가야·신라 3대 역사자원을 활용해 문화관광기반을 넓힌다는 목표로 시작됐다.

43개 지구에 총사업비 1조9870억원(국비 1조1440억원, 지방비 6723억원, 민자 1707억원)이 투입된다. 현재까지는 42개 시설이 완공됐다.

3930억원이 들어간 안동 3대 문화권 사업장도 수십억원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세계유교문화박물관·한국문화테마파크·안동국제컨벤션센터로 조성된 이곳의 올해 적자 규모는 48억원으로 추정된다.

430억원을 투입한 안동 유교랜드도 최근 3년간 매년 10억~12억원 적자를 내고 있다. 지난해 하루 평균 방문객은 45명 수준이다. 인구 15만명, 재정자립도가 11%에 불과한 안동시가 이들 관광단지를 운영하면서 매년 발생하는 적자 규모는 60억원 가까이 된다.

올해 대구로 편입된 군위군의 삼국유사 테마파크도 마찬가지다. 72만2000㎡ 부지에 1223억원을 들여 <삼국유사>에 나오는 소재로 놀이공원을 만든 이곳은 개장 첫해부터 3년 동안 24억원 적자를 봤다. 적자 규모를 줄이기 위해 군위문화관광재단은 직원을 24명에서 16명으로 줄였다.

안동시 관계자는 “3대 문화권 사업장이 도심에서 떨어져 있다 보니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내년에 민간위탁자와의 계약이 끝나는 대로 적자 규모를 줄이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1229억원을 들인 문경 에코월드와 610억원이 투입된 청도 신화랑풍류마을 등 경북 3대 문화권 사업 대부분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혈세가 투입되는 사업을 타당성 검토나 수요 예측 등을 제대로 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진행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광현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지자체장들은 임기 내 뭔가를 보여줘야 다음 선거에서도 재선·3선을 노릴 수 있어서 경제성 분석 등은 고려하지 않는다”며 “그 피해는 결국 시민에게 돌아오는 만큼 주민의 감시와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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