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수사 위기”라던 한상대, 공안수사로

2011.08.28 18:09 입력 2011.08.28 22:42 수정

한상대 검찰총장(52·사진)은 지난 12일 취임사에서 “종북좌익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공안 역량 강화”를 강조했다. 이후 검찰 조직은 그의 말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공안 사건 수사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다.

검찰은 지난 25일 반국가단체 지하당 ‘왕재산’ 사건에 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이 반국가단체 혐의자를 기소한 것은 1999년 민족민주혁명당 사건 이후 12년 만이다.

“특수수사 위기”라던 한상대, 공안수사로

바로 다음날인 26일에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57) 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53)와 동생을 체포했다. 같은 날 대검찰청에서는 임정혁 대검 공안부장 주재로 경찰청, 국방부, 고용노동부, 국군기무사령부 등 유관기관이 참여한 공안대책협의회가 열렸다. 공안대책협의회가 열린 것은 2년 만이다. 검찰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 사업에 반대하며 경찰과 충돌한 강정마을 사태 및 ‘희망의 버스’ 행사 등에 대해 강경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 모두가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24일)가 무산된 뒤 며칠 새 벌어진 일이다.

한 총장 취임 후 보름 사이 검찰 수사를 놓고 야당 등에서 내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공안정국 조성용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 총장의 ‘공안 드라이브’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검찰 관계자들은 말한다. 서울지역 한 검찰청의 부장검사는 “총선과 대선을 앞둔 만큼 공안부에 인력을 보충해 주거나 29일쯤 있을 검찰 인사에서 공안통을 전진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총장 내정과 인사청문 과정에서 병역면제·위장전입·스폰서 의혹 등에 시달렸음에도 자신을 신임한 청와대에 대한 ‘화답’ 성격도 있어 보인다. 한 총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다.

일부에서는 총장 취임 전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내 검찰 내부 첩보나 수사상황을 훤히 꿰뚫고 있는 한 총장이 당장 성과를 낼 수 있는 공안 사안을 미리 언급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총장이 특수수사 분야에서는 당장 ‘먹잇감’이 없다는 걸 알고 공안 쪽으로 방향을 돌려 ‘성과물’을 쌓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총장은 지난 2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취임할 땐 특수수사를 강조했다. 당시 그는 “(진술에 의존하는) 사람 중심의 수사, 보물찾기식 수사는 성공할 수 없다. 과학적인 방법을 개발하라”고 했다. 며칠 뒤에는 “특정 테마를 정해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벤츠’(대형 사건) 같은 작품을 1년에 2건만 내라”고 했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누구는 ‘벤츠’ 만들기 싫어 ‘자전거’ 만들고 있는 줄 아느냐”고 볼멘소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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