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당원 조종·장악했다는 헌재의 ‘주도세력’

2014.12.22 22:39 입력 2014.12.22 23:02 수정

‘민혁당’에 뿌리 둔 경기동부·광주전남·부산울산연합 규정

과거 함께 했던 인천연합 등 그 외 자주파 배제해 ‘기준’ 모호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하면서 밝힌 핵심 논거인 ‘주도세력’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헌재의 주도세력 논리는 개념 자체가 법률적으로 불명확할 뿐 아니라 진보당의 내부 상황과도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진보당의 주도세력을 “이적단체로 인정된 민혁당을 뿌리로 하는 경기동부연합 출신, 민혁당 연관 인사가 있는 광주·전남연합 출신, 민혁당 산하 활동가 조직의 조직원이 있는 부산·울산연합의 주요 구성원과 이들과 이념적 지향을 같이하면서 영향을 받은 당원들”이라고 규정했다. 헌재는 이들이 당을 장악해 주요 사안을 결정했다고 판단했다. 주도세력은 이석기 전 의원 등의 내란음모 회합모임을 진보당의 활동으로 귀속시키는 중요한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진보당의 역사와 현실을 보면 사실관계 판단 자체에 허점이 드러난다. 1989년 결성된 민족민주진영 재야운동단체인 ‘전국연합’의 지역조직인 경기동부연합 등은 민주노동당이 10석 원내진출이라는 성과를 거둔 2004년 17대 총선을 전후로 대거 당에 들어왔다. 이들 민족해방(NL) 계열, 소위 ‘자주파’는 이후 민노당에서부터 2012년 창당된 진보당에 이르기까지 줄곧 당내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도권을 잃은 적이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헌재의 논리라면 이 주도세력을 장악한 옛 민주노동당이나 2차 분당 전의 통합진보당도 깡그리 해산 대상이 된다는 논리로 확장될 수 있다. 주도세력 내부의 관계 역시 세밀하게 고려되지 않았다. 경기동부연합과 사상적으로 궤를 같이했던 인천연합이 부정선거 사태를 계기로 결별한 일이나, 울산연합이 2012년 2차 분당 시 정의당 창당에 참여하기로 했다가 막판에 입장을 바꿔 잔류한 일 등이다.

헌재는 주도세력을 일단 먼저 상정한 뒤 이들의 이념과 성향·활동을 길게 설명했다. 진보당 측 대리인인 이재화 변호사는 22일 “헌재는 주도세력이 무엇을 주도한 것인지, 당의 의사결정을 어떻게 주도했는지 등을 밝히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결정적으로 주도세력의 행위가 왜 진보당 전체의 행위가 되는지도 불분명하다.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임지봉 교수도 “주도세력은 법률 용어가 아니고 정당해산을 명하는 결정문에 쓰이기에는 불명확한 개념”이라고 지적했다.

진보당 해산 반대 의견을 낸 김이수 재판관은 결정문에 실린 소수의견에서 “경기동부연합이 민혁당 조직원에 좌우된다고 보기 어렵고 설사 법무부가 주장하는 주도세력이 진보당의 다수를 차지했다고 해도 10만 당원이 지도부에 의해 장악되고 조종된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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