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검찰 ‘본사 개입’ 외면, 대우건설 ‘산재은폐 사건’ 녹취록 보니…

2017.08.17 06:00 입력 2017.08.17 07:45 수정
강진구 기자

2014년 수원 광교 현장에서 타워 크레인 붕괴사고후 1년정도 지난 시점에서 대우건설 현장직원과 협력업체 전무가 나눈 대화 녹취록. 협력업체 전무가 검사와 3번이나 통화를 하면서 사건처리 방향을 서로 협의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해당 크레인 산재사고는 검사와 통화내용 대로 노동부와 경찰수사가 따로 진행이 됐고 사법처리도 대우건설은 빠지고 협력업체만 벌금이 부과됐다.

2014년 수원 광교 현장에서 타워 크레인 붕괴사고후 1년정도 지난 시점에서 대우건설 현장직원과 협력업체 전무가 나눈 대화 녹취록. 협력업체 전무가 검사와 3번이나 통화를 하면서 사건처리 방향을 서로 협의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해당 크레인 산재사고는 검사와 통화내용 대로 노동부와 경찰수사가 따로 진행이 됐고 사법처리도 대우건설은 빠지고 협력업체만 벌금이 부과됐다.

대우건설이 2014년 수원 광교현장에서 타워크레인 붕괴사고 직후 조직적인 금품로비를 시도한 의혹에 대해 검찰은 ‘본사 차원의 개입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경향신문 8월16일 12면 보도) 검찰은 그 이유를 ‘수사단서 부족’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사고 후 근로감독관과 고위경찰관에게 돈 심부름을 하다가 해고당한 ㄱ차장(48)이 제출한 녹취록을 보면 검찰의 설명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사고 후 1년 정도 지난 2015년 5월 ㄱ차장이 타워크레인 사고업체 ㄴ공영 김모 전무와 나눈 대화내용을 보면 대우건설이 업체로부터 받은 돈으로 근로감독관에게 뇌물을 준 정황이 잘 나타나 있다. 먼저 ㄱ차장이 “ㄴ공영 사장님이 현장소장한테 연락받고 그렇게 해준 거잖아요”라고 묻자 김 전무는 “그렇죠. 1000만원 얘기를 해준 거잖아요”라고 맞장구를 쳤다. 이어 ㄱ차장이 “기성 더 떠주기로 한 것. 기존 계약된 것 외에 기성을 더 주기로 한 게 있었잖아요”라고 묻자 김 전무는 “그러니까 그건 2500, 2500선을 일단은”이라고 말했다. 협력업체가 뇌물 등 사고처리 비용을 대면 대우건설이 계약을 변경해 공사비를 올려주기로 돼 있었던 것이다.

ㄱ차장이 또 “어쨌든 대우한테 대미지 안 가게 감독관한테도, 솔직히 1000만원이 작은돈입니까”라고 묻자 김 전무는 대우에 대한 섭섭함을 표시했다. 그는 “그것도 우리 사장이 (대우 본사에) 들어가서 좀 얘기해야. 맨날 현장소장한테만 전화를 하고. 참 답답하다”고 했다.

대우건설이 비자금 횡령혐의로 ㄱ차장을 고발한 2015년 12월 대우퇴직 간부 오모씨와 나눈 녹취록을 보면 경찰 쪽 금품로비도 사정은 비슷했다. ㄱ차장이 오씨와 함께 인천 횟집에서 경찰청 소속 경무관과 식사하면서 전달한 로비자금 200만원을 회사에서 횡령으로 몰고가고 있다고 하자 오씨는 버럭 화를 냈다.

“내가 돈 받은 거 그대로 다 썼는데 뭐 그런 얘기를 하고 자빠졌어.(중략) 내가 내일 (대우)사장 만나고 본부장(상무) 다 만날게.”

ㄱ차장이 뇌물공여로 수사받던 2016년 11월 녹취록에는 대우 본사가 ㄱ차장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려 한다는 증언도 나온다. ㄱ차장이 “현장소장이 노동부를 막아라. 돈이 얼마 들어가도 괜찮다고 했는데 갑갑하다”며 협력업체 김 전무에게 하소연했다. 그러자 김 전무도 “차장님만 아주 덤터기를 썼구먼”이라고 동정을 표시했다. 녹취록만 보면 대우건설은 금품로비 책임을 ㄱ차장 1명에게 전가했고 검찰도 여기에 말려든 셈이다.

특히 2015년 5월 김 전무는 크레인 사고를 무마하는 방법을 놓고 검찰과 모종의 사전협의를 암시하는 말도 했다.

“내가 검사하고도 세 번인가 통화했거든. (중략) 좀 빨리빨리 하자. 그래 갖고 원래 (노동청·경찰수사) 병합처리를 하려고 했는데 따로따로 하는 걸로. (중략) 노동부는 포커스를 망자(조종사 과실)한테 갈 것 아니냐 이거지. 벌금은 (대우가 아닌) 우리 쪽으로 나오는 거고.”

김 전무 말이 사실이라면 2015년 5월 대우건설에 대한 최종 불기소 결정은 재수사뿐 아니라 감찰까지 필요해 보인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