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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의 크레인 산재', 검찰 “법 개정없이는 처벌 불가”

2017.08.16 06:56 입력 2017.08.16 07:54 수정
탐사보도팀 강진구·박주연기자

대우건설이 2014년 수원 광교 현장에서 타워 크레인 붕괴 사고 후 경찰과 노동부 상대로 조직적으로 금품로비를 벌인 의혹(▶관련기사: 경향신문 4월13일 1면보도
)에 대해 검찰이 사실상 수사를 접었다. 사고 당시 하청업체만 처벌하고 대우건설에 불기소 결정을 내린 검찰이 또다시 면죄부를 부여한 것이다. 검찰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원청 사업주로서 대우건설의 책임에 대해서도 “현행 법령으로는 대우건설을 처벌할 수 없다”며 종전 불기소 입장을 고수했다.

15일 수원지검 특수부(송경호 부장검사)는 2014년 5월 크레인 붕괴 사고 후 대우건설의 금품로비 시도에 대해 “대우본사 차원의 산재은폐 개입은 확인하지 못했다”며 사실상 수사종결 방침을 밝혔다.

2014년 5월 24일 광교 주상복합 신축공사장에서 타워크레인 전복으로 운전자가 사망하자 대우건설은 본사 임원을 중심으로 현장 부근에 캠프를 차리고 사고 조사기관별로 로비 담당자를 지정했다. 사진은 사고 직후 현장모습 /제보자 제공

2014년 5월 24일 광교 주상복합 신축공사장에서 타워크레인 전복으로 운전자가 사망하자 대우건설은 본사 임원을 중심으로 현장 부근에 캠프를 차리고 사고 조사기관별로 로비 담당자를 지정했다. 사진은 사고 직후 현장모습 /제보자 제공

검찰은 사고 직후 현장 관리부 차장 ㄱ씨(48)가 사고무마를 위해 노동부 산업안전감독관에 1400만원의 뇌물을 전달하는 과정에 현장소장 임모씨(49)등 윗선은 개입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ㄱ씨가 대우건설 협력업체 사장 오모씨에게 200만원을 전달하고 경찰 간부를 만나는 과정에도 대우 본사의 개입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노동부와 경찰을 상대로한 금품로비를 현장에서 돈 심부름 역할을 한 차장급 직원 1명이 주도했다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송 부장검사는 “(대우건설 협력업체 사장)오씨, 현장소장 임씨, ㄱ차장 등 3명 진술에 의하더라도 대우본사가 산재 은폐를 지시했다고 볼 만한 수사단서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ㄱ차장은 “오씨가 나와 대질조사에서 대우본사의 부탁을 받고 경찰을 찾아간 사실과 경무관급 경찰간부를 만나기전 현장소장에 돈을 달라고 요구한 사실은 시인했다”며 검찰수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또 “대질과정에서 현장소장 임씨가 ‘오씨가 누구인지도 모른다’며 전날 오씨가 했던 진술과 전혀 상반된 진술을 했음에도 검사는 고개만 숙인 채 듣기만 할뿐 별다른 추궁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측은 이에 대해 “수사와 직접 관련이 없다고 판단해서 (상반된 진술에 대해)조사를 진행하지 않았을 뿐 원칙에 어긋난 수사를 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원칙에 충실했다’는 해명과 달리 검찰수사의 석연찮은 의문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검찰은 오씨가 사고 후 대우 본사의 부탁을 받고 경찰청 본청 소속 경무관과 관할경찰서인 수원남부경찰서장등 2명의 경무관(현 치안감)을 만났음에도 경찰상대로 아무런 조사도 진행하지 않았다.

검찰측은 “오씨가 대우에서 받은 돈을 로비자금이 아닌 생활비로 썼다고 했고 사고 후 접촉한 사람도 서장이 아니라 담담경찰관이라고 진술한 상황에서 서장을 조사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의 해명과 달리 오씨가 담당경찰관이 아닌 서장을 찾아가 대우건설에 편의를 봐달라고 부탁한 사실은 ㄱ차장이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 고스란히 나온다. 당시 수원남부경찰서장은 경향신문과 통화에서도 오씨를 서장실에서 만난 사실은 인정한 바 있다.

검찰측은 오씨가 관할서장을 만났다는 증거가 잇따라 제시되자 “설사 서장을 만났다 하더라도 서장이 뇌물수수자로 지목된 것도 아니고 본사차원의 관여여부를 밝힐 단서가 될 수 없었다”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 이 역시 오씨가 대우본사의 부탁을 받고 경찰과 접촉했다고 시인한 사실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특히 타워 크레인 붕괴 사고 이틀 후인 2014년 5월26일 대우건설에서 작성한 로비계획 문건에는 오씨 가 경찰상대 로비 담당자로 기재돼 있었다. 검찰이 의지만 있다면 대우건설 본사-오씨-경찰청 본청 소속 경무관-수원남부경찰서장으로 이어지는 로비 라인을 추궁할 단서는 충분했던 셈이다.

하지만 검찰은 금품로비를 밝힐 기초단서인 로비 문건의 작성경위조차 제대로 된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대우건설 내부의 전산망을 압수수색 하면 문건을 누가 작성해서 배포했는지 확인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검찰은 문건 작성 및 배포자를 밝히기 위한 수사의지를 끝내 보이지 않았다.

2014년 5월 24일 광교 주상복합 신축공사장에서 타워크레인 전복으로 운전자가 사망하자 대우건설은 본사 임원을 중심으로 현장 부근에 캠프를 차리고 사고 조사기관별로 로비 담당자를 지정했다. 사진은 5월26일 밤에 작성돼 다음날 보고된 대관 대응 문건. 제보자 제공

2014년 5월 24일 광교 주상복합 신축공사장에서 타워크레인 전복으로 운전자가 사망하자 대우건설은 본사 임원을 중심으로 현장 부근에 캠프를 차리고 사고 조사기관별로 로비 담당자를 지정했다. 사진은 5월26일 밤에 작성돼 다음날 보고된 대관 대응 문건. 제보자 제공

검찰은 대신 ‘봐주기 수사’ 논란을 의식한 듯 “대우건설 본사가 (산재 은폐에)관여한 정황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지 관여하지 않았다고 단정한 것이 아니다”고 말끝을 흐렸다. 검찰은 또 “ㄱ차장이 추가로 고발장을 제출한 만큼 새로운 혐의가 드러나면 수사보완여부를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ㄱ차장이 앞선 대질조사에서 녹취록이나 로비계획 문건 등 보유하고 있던 증거를 모두 제출한 상태라 검찰이 대우건설에 추가수사를 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검찰이 이처럼 사실상 산재은폐 수사를 중단함에 따라 2014년 사고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수사결과를 무시하고 대우건설에 면죄부를 부여한 검·경의 부실수사 의혹에 대해서도 진상을 밝히기 어렵게 됐다.

당시 국과수는 현장조사를 거쳐 타워 크레인 자체 기기 결함 가능성을 지적했지만 대우건설로부터 뇌물을 받은 근로감독관은 조종사 과실로 사고원인을 몰아갔다. 검·경 역시 대우건설이 원청 사업주로서 기기결함에 대해 사전 점검 의무를 이행했는지 제대로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더구나 당시 검찰은 “크레인 작업 경우 원청 사업주에 대해서는 산재예방 책임 자체를 물을 수 없다”며 대우건설에 대한 면죄부를 정당화했다.

심지어 수원지검의 한 고위간부는 “현행 법 개정 없이는 산안법으로 대우건설을 처벌 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검찰의 이같은 자신감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26조)상 크레인 설치·해체 작업 경우 원청 사업주에 산재예방책임을 부과하고 있는 사업으로 볼 수 없다는데 기초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2013년8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26조가 개정된 사실을 간과했다. 개정 시행령은 ‘사무직에 종사하는 근로자만 사용하는 사업을 제외한 모든 사업’에 원청 사업주의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2014년5월 발생한 대우건설 타워 크레인 붕괴 사고 경우 당연히 개정법령이 적용돼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검찰은 ‘법 개정 없이는 대우건설을 처벌 할 수 없다’는 종전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기 위한 산안법 조항까지 무용지물로 만든 대우건설에 대한 검찰의 면죄부는 단지 개별기업의 문제로만 그치지 않는다. 검찰의 불기소 결정을 인정하게 되면 건설현장의 극한작업인 타워 크레인 설치·해체 작업 경우 원청은 모든 산재 책임을 하청에 떠넘길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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