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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회신 왜곡해 무주택 서민 울린 동작구청·대우건설

2017.10.16 06:00 입력 2017.10.17 18:08 수정

비리 조합장 자격 회복 위해 보유 빌라 면적 줄이려 온갖 꼼수

대우건설은 조합장에게 수천억대 사업부지 처분권 넘겨받아

조합원 500명 땅 뺏기고 내 집 마련 물거품…구청 직원 고발

동작구청 “국토부 의견 따른 것”…국토부 “위법 지시 안 해”

서울 동작구청이 2011년 국토부 회신을 제멋대로 해석해 대우건설에 땅을 빼앗긴 무주택 조합원들의 권리를 박탈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법과 국토부 회신까지 왜곡해 건축물대장 표시를 고쳐 사업부지 처분권을 대우건설에 넘겨준 비리 조합장의 자격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이로 인해 노량진본동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한 500여명의 무주택 서민들은 내집 마련의 꿈과 1400억원의 투자비를 날릴 위기에 놓이게 됐다.

16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2011년 수천억원대 노량진본동지역주택조합 사업부지 9000평이 대우건설로 처분권이 넘어갈 당시 조합장 최모씨(수감중)는 조합원 자격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008년 6월 30일 노량진본동지역주택조합이 조합 설립 인가신청을 하고 10개월만에 최씨가 건축물대장상 전유면적이 67.75㎡인 노량진 본동 삼원빌라 310호를 취득했기 때문이다. 지역주택조합 조합원은 조합설립인가 신청일부터 해당 조합주택의 입주 가능일까지 소유한 주택이 없거나 전유면적 기준 60㎡ 이하의 주택을 1채 소유한 경우에만 자격이 주어진다. 하지만 동작구청이 법령과 국토부 회신까지 왜곡해 2011년 9월 삼원빌라 310호 전유면적을 57.03㎡로 건축물대장에 축소 표시함으로써 최씨는 조합원 자격을 유지할 수 있었다.

2011년 9월 국토해양부가 동작구청 질의에 대해 회신한 내용. 현 시점에서 전유부분과 공용부분의 면적을 나눠 기재할 경우 현행법령을 소급적용할 수 있는지는 건축물대장이 건축법령에 따라 사용승인할 때 사용된 내용대로 작성된다는 점(붉은색 밑줄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전유면적 표시는 사용승인 당시 법령에 따라야 하고 소급입법 행정은 안 된다고 한 것이다.

2011년 9월 국토해양부가 동작구청 질의에 대해 회신한 내용. 현 시점에서 전유부분과 공용부분의 면적을 나눠 기재할 경우 현행법령을 소급적용할 수 있는지는 건축물대장이 건축법령에 따라 사용승인할 때 사용된 내용대로 작성된다는 점(붉은색 밑줄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전유면적 표시는 사용승인 당시 법령에 따라야 하고 소급입법 행정은 안 된다고 한 것이다.

 당시 면적을 축소해준 동작구청 주택과 ㄱ주무관은 “국토부와 구청 고문 변호사들의 의견을 반영해 변경해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구청에 법을 무시하고 전유면적 표시를 사후에 변경해도 좋다고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유철규 국토부 녹색건축과 사무관은 “해당 주택은 1984년 사업계획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그후 개정된 현행법을 소급 적용해 건축물대장의 전유면적을 정정해 표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유 사무관은 또 “2011년도 국토부 회신 내용도 같은 의미로 허가권자가 법률에 맞게 처리하라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동작구청이 더이상 국토부 회신을 위법한 행정행위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삼을 수 없도록 ‘쐐기’를 박은 것이다.

이로써 최씨가 조합장 자격으로 대우건설과 체결한 각종 계약은 정당성을 갖기 어렵게 됐다. 채무를 갚지 못할 경우 사업부지 처분권을 대우건설에 넘겨주도록 한 조합 총회 역시 무효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동작구청이 건축물대장을 변경해준 준 것은 최씨가 대우건설과 체결한 각종 계약을 사후 승인하기 위해 소집한 총회 하루 전날이었다. 또 건축물대장 변경 민원을 제기한 것은 최씨로부터 2009년 8월 310호 소유권을 이전받은 대우건설 북부사업소장의 부인 김모씨였다. 북부사업소는 노량진본동지역주택조합을 담당하는 대우건설의 사업부서였다.

주택조합원들이 2011년 9월 총회를 앞두고 조합장 최씨와 대우건설, 동작구청 등 3자간 담합을 의심하는 이유다.

“조합장이 2009년 4월 노량진본동지역주택 사업부지 옆 2차 예정부지에 있는 전유면적 67.75㎡인 삼원빌라 310호를 구입했어요. 본인은 추가 개발이익을 기대한것 같은데 대우건설 입장에서 낭패였던 거죠. ‘꼭두각시’ 조합장의 자격에 문제가 생긴 것을 알게 된 대우건설은 최씨가 구입한 310호를 석달만인 그해 7월에 소장 부인 명의로 소유권을 넘기도록 해요. 그마저도 주택조합원들에게 발각되자 아예 2011년 총회를 앞두고 동작구청과 짜고 건축물대장을 변경한 거죠”(주택조합원 김모씨)

경향신문이 최근 입수한 당시 동작구청의 국토부에 대한 질의서 내용도 이같은 의심을 뒷바침하고 있다. 질의서엔 구청이 건축물대장상 빌라 면적을 60㎡ 이하로 만들기 위해 동원한 온갖 ‘꼼수’가 고스란히 등장한다. 먼저 구청측은 질의서에서 “건축물대장에는 전유부분이 ‘연립주택 67.75㎡’로 기재돼 있으나 주택과에 보관중인 사업계획승인 관련 도면에는 전유부분이 ‘연립주택 61.51㎡’과 ‘공용 계단실 6.24㎡’로 구분돼 있다”고 했다. 계단실을 빼고 계산한 61.51㎡를 전유면적으로 전제하고 질의를 한 것이다. 그러나 주택조합원들(현 재산보호연대)은 “구청은 계단실 면적을 빼면 전유면적이 61.51㎡라고 주장하지만 우리가 갖고 있는 준공 당시 평면도를 보면 건축물대장상 전유면적 67.75㎡엔 이미 계단실 면적이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2011년 질의 당시 구청이 신뢰할 만한 도면을 보고 전유면적을 계산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경향신문이 1986년 준공도면이나 1984년 사업계획승인 관련 도면을 요청하자 구청은 “해당 주택의 준공도면은 보존기간(10년)이 경과돼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구청은 질의서에도 준공도면이나 건축허가 당시 도면이 아니라 대우건설 북부사업소장의 부인 김모씨가 설계사무소에 의뢰해 2011년 만든 도면을 첨부했다.

구청측은 “(준공도면은 없지만)1984년 사용계획승인 받았을 때의 호실별 면적표는 컴퓨터에 저장돼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향신문 확인 결과 호실별 면적표에 적힌 치수마저도 국토부에 보낸 내용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았다. 결국 사업계획승인 관련 도면에 표시된 정확한 전유면적은 알 수 없는 상태다. 동작구청은 건축물대장을 고치면서 해당 주택에 대한 실측도 하지 않았다.

구청측은 이처럼 명확한 근거도 없는 상태에서 전유면적에서 계단실 면적을 빼낸 것이다. 하지만 전유면적이 여전히 60㎡가 넘자 2단계로 전유면적에서 벽체면적 4.48㎡를 들어내는 시도를 했다. 국토부에 ‘전유면적을 벽체 중심선이 아니라 눈으로 보이는 벽체 사이의 거리(안목치수)를 기준으로 산정할 수 없느냐’고 질의한 것이다. 주택법상 집합건물의 주거전유면적 산정 기준이 안목치수로 변경된 것은 1998년 8월이다. 새 법령은 1998년 10월1일 사업계획승인을 신청한 주택부터 적용토록 했다. 그러나 구청은 1986년 준공된 집합건물에 1998년 개정된 주택법을 소급 적용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국토부의 입장은 명확했다. 국토부는 2011년 9월 구청에 보낸 회신에서 “건축물대장은 사용승인된 내용대로 작성되는 점을 감안하여 허가권자가 판단하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건축물대장상 전유면적 변경은 사용승인 당시 법령에 따라 이뤄져야 하고 소급입법 행정은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구청측은 ‘허가권자가 판단해야 할 것’이라는 표현을 국토부가 구청의 재량권을 인정해준 것으로 제멋대로 해석, 310호의 건축물대상장 전유면적을 60㎡ 이하로 줄여줬다.

국토부는 동작구청의 ‘고무줄 행정’에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철규 국토부 녹색건축과 사무관은 “당시 회신내용은 허가권자가 법령에 맞게 판단해야 한다고 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법을 무시한 구청측의 소급입법 행정에 면죄부를 준 게 아니라는 것이다.

동작구청의 위법한 행정행위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동작구청은 집합건축물 공용부분을 변경할 경우 다른 구분소유자의 동의를 받도록 한 집합건물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15조)도 무시했다. 삼원빌라에는 총 35세대가 있지만 동작구청은 당시 나머지 34세대의 동의없이 310호 전유면적만 건축물대장에서 축소 변경했다.

국토부 유 사무관은 “전유면적이나 공용면적을 변경할 땐 전체 세대의 4분의 3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며 “동작구청에서 질의가 왔을 때도 이 점을 분명히 알려줬다”고 말했다.

이처럼 온갖 편법과 위법사항이 곳곳에 존재했음에도 대우건설은 처음부터 조합장 최씨가 자격을 회복할 것을 자신하고 있었다. 경향신문이 단독 입수한 2011년 8월 23일 회의록에는 최씨를 포함해 조합 집행부 3명과 대우건설 김모 부장간 협의사항과 김 부장이 쓴 것으로 보이는 펜글씨가 등장한다.

‘8월 25일 비대위에서 (구청)주택과 과장과 면담해서 신속하게 처리해달라고 요청하면 바로 해주기로 했음.(늦어도 9월 2일까지 완료)’

2011년 8월 대우건설 김모 부장과 노량진지역주택조합 최모 조합장 등의 협의사항이 기록된 회의록. 동작구청 주택과장이 최 조합장의 자격 유무를 가늠하는 삼원빌라 310호 전유면적과 관련해 건축물대장 및 등기부등본을 신속하게 처리해주기로 했다는 내용(붉은색 원 부분)이 김 부장의 펜글씨로 써있다.

2011년 8월 대우건설 김모 부장과 노량진지역주택조합 최모 조합장 등의 협의사항이 기록된 회의록. 동작구청 주택과장이 최 조합장의 자격 유무를 가늠하는 삼원빌라 310호 전유면적과 관련해 건축물대장 및 등기부등본을 신속하게 처리해주기로 했다는 내용(붉은색 원 부분)이 김 부장의 펜글씨로 써있다.

이후 실제 상황은 모든 게 대우건설의 예상대로 흘러갔다. 구청은 건축물대장을 변경해 최씨의 조합원 자격을 회복해줬고 최씨는 다음날인 2011년 9월 17일 총회를 열었다. 이날 총회에서는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총회 의결 없이 사업부지를 담보로 대출을 받은 계약에 대한 사후승인과, 조합이 채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대우건설에 사업부지 처분권을 넘겨주는 결정이 이뤄졌다.

총회가 끝난 후 상황은 점점 더 조합원들에 불리하게 돌아갔다. 대우건설은 환경영향평가를 이유로 사업계획승인 신청을 미루고 채무지급보증도 거부했다. 결국 조합은 2012년 2700억원의 채무를 갚지 못했고 사업은 좌초됐다. 조합원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이 물거품이 됐지만 대우건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대우건설은 조합으로부터 넘겨받은 처분권을 기초로 사업부지 9000평을 2100억원에 특수관계에 있는 로쿠스에 팔아 넘겼다.

동작구청이 법과 국토부 판단을 무시한 채 무리하게 조합장 최씨의 조합원 자격을 회복해주지 않았다면 가능하지 않았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노량진본동지역주택조합원들은 땅을 되찾기 위해 1차로 1870평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말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해 6월 최종 패소했다. 재판부가 건축물대장 변경으로 조합장 최씨가 유효한 조합원 자격을 취득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은 지난 1월 전 동작구청 주택과장 등 4명을 공문서 위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사건은 담당 검사만 4번 바뀌는 상황속에서 9개월째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삼원빌라 310호 전유면적은 다시 67.75㎡로 원상회복됐다. 건축물대장상 전유면적이 고무줄처럼 줄어들었다가 다시 원래대로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여전히 비상식적인 행정행위로 인해 빼앗긴 땅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오는 19일 열리는 2차 토지반환소송(1840평) 1심 판결에 희망을 걸고 있다. 앞서 1차 소송때와는 달리 동작구청이 국토부 판단을 왜곡해 법을 소급적용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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