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수사 계속, 인적쇄신 메시지…검찰 개혁엔 ‘양날의 칼’

2019.06.17 22:19 입력 2019.06.17 23:14 수정

선배 기수 고검장 등 물갈이…삼바 분식회계 수사 힘 받을 듯

권력 눈치 안 보는 ‘검찰주의자’…후반기 정권 겨냥 가능성도

<b>출근길 윤석열 “무거운 책임감 느낀다”</b> 신임 검찰총장 내정자인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출근길 윤석열 “무거운 책임감 느낀다” 신임 검찰총장 내정자인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59·사법연수원 23기)을 차기 검찰총장에 내정한 것은 적폐 수사 기조를 유지하면서 연수원 기수 파괴로 인적 쇄신을 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주의자’인 윤 내정자가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에 협조할지는 알 수 없다.

윤 내정자는 2013년 국가정보원장 댓글사건 팀장 재직 때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수사하며 외압을 폭로하고, 2016년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으로 있을 때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를 수사했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일할 때 이명박 전 대통령,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해 시민들에게 ‘강골검사’라는 인상을 남겼다.

윤 내정자 지명은 앞으로도 공무원의 부정부패나 대기업 비리 등에 대해 좌고우면하지 말고 수사하라는 대통령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윤 내정자가 총장이 되면 사법농단 수사 같은 대형 직접 수사가 활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이 현재 진행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수사 등도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여권이 검찰에 큰 수사를 맡기면서 동시에 검찰을 개혁할 수 있겠냐는 딜레마는 더 커질 수 있다. 권력 눈치를 보지 않는 윤 내정자가 이끄는 검찰의 칼날이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정권을 겨냥할 수도 있다. 정권 3년차 이후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는 집권세력에 대한 수사 첩보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윤 내정자는 2017년 초대 청와대 정무수석인 전병헌 전 수석의 비리 혐의를 수사해 재판에 넘겼는데, 당시 소환 직전까지 청와대에 수사 사실을 알리지 않아 정권 내부에서 ‘서운하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윤 내정자는 현 문무일 총장(18기)보다 연수원 다섯 기수 아래다. 조직 안정을 고려해 전임자의 한두 기수 아래를 지명하는 통례를 깬 파격이다.

관례대로라면 현재 고검장·검사장인 윤 내정자의 선배 기수(19기 3명, 20기 4명, 21기 6명, 22기 8명)들이 옷을 벗는다. 위에서부터 자연스럽게 인적 물갈이가 이뤄지는 셈이다. 검찰에서는 인사 적체 해소를 반기는 목소리와 검찰의 지나친 연소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함께 나온다. 간부 기수가 급격하게 내려가지 않도록 윤 내정자가 동기와 일부 선배들에게 검찰에 남아달라고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 내정자 임기 중 가장 중요 사안으로는 검찰개혁이 꼽힌다. 윤 내정자는 지금은 사라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출신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와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내정자의 유명한 ‘말’은 사람이 아닌 검찰 조직을 우선하는 ‘검찰주의자’를 뜻한다. 윤 내정자는 공식적으로 검찰개혁에 대한 입장을 표명한 적이 없지만, 사석에서는 수사권 조정안과 공수처 설치안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국회의 검찰개혁 법안 논의가 윤 내정자 지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문 대통령은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는 시민 지지를 바탕으로 국회에서 논의하면 되기 때문에 개혁 대상인 검찰 의견은 중요치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윤 내정자가 검찰 조직 수장의 위치에서 검찰개혁안에 어떤 공식 의견을 낼지, 검찰 내부의 반발을 어떻게 조율할지 큰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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