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비상

‘오후 3시면 끝’ 초등 돌봄교실…역시나 ‘돌봄 공백’ 못 메웠다

2020.03.03 23:10 입력 2020.03.03 23:17 수정

하교시간 부모 퇴근 안 맞아

감염 우려에 도시락도 부담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으로 개학을 연기하면서 전국 초등학교에 ‘긴급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 이용률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서울시교육청은 전날부터 서울 관내 초등학교 602곳 중 576곳이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돌봄교실을 신청한 학생은 전체 초등학생(41만6176명)의 3.1%인 1만2776명이지만 실제 이용 학생은 5601명에 불과했다. 경기지역도 초등학교 1318곳 중 1297곳에서 돌봄교실을 운영했다. 당초 전체 학생 77만3050명 중 1.6%인 1만2353명이 신청했지만 실제 등교한 학생은 절반 수준인 6906명에 그쳤다.

학부모들이 감염을 우려해 가정 돌봄을 선택하면서 돌봄교실이 실질적인 돌봄 공백의 대안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실성이 떨어진 서비스 질도 외면당하는 이유 중 하나다. 교육부가 돌봄시간을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정했지만 학교 현장에선 오후 3시로 마감해 부모의 출퇴근 시간과 맞지 않다. 학부모 최모씨(32)는 “잘못해서 감염이라도 되면 어쩌냐”며 “엄마들 사이에 돌봄교실에 보내는 사람이 이상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돌봄을 신청했다가 당일에 취소한 학부모가 생각보다 많았다”며 “긴급돌봄은 불참 인원과 상관없이 단 한 명의 학생이 오더라도 운영된다”고 말했다.

개학 연기가 길어지면서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도시락을 마련하는 데도 애를 먹고 있다. 정부는 긴급돌봄을 편성하면서 학생들의 점심식사는 개별 도시락으로 해결하도록 했다. 학생 수요가 적어 급식 등을 제공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별도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개학 연기 연장으로 학부모들은 3주가량 도시락을 싸서 학교에 보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개학 연장에 따른 급식 대책으로 학생 1인당 5000원을 식비로 쓸 수 있게 하도록 2월 말쯤 각 학교에 공문을 보냈다”며 “각 학교에서 해당 지원비로 학생들의 점심 도시락을 마련할지, 간식을 마련할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맞벌이 부부들의 고민은 당분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학부모 김모씨(39)는 “교실 안에 아이들이 모여 있는 것도 불안하고 어차피 퇴근시간과 하교시간을 맞출 수 없어 부모님 집에 아이를 맡기고 있다”며 “상황이 심각해지면 휴직을 하더라도 아이를 집 밖에 내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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