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MS엔 ‘장애인용’ 따로 없다

2022.04.19 21:15 입력 2022.04.19 23:26 수정

장애인 접근성 높은 미 IT업계, 방점은 따로 아닌 ‘함께’

마이크로소프트(MS)의 화상회의 애플리케이션 팀즈에서 회의 도중 화면에 실시간으로 자막이 나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홈페이지

마이크로소프트(MS)의 화상회의 애플리케이션 팀즈에서 회의 도중 화면에 실시간으로 자막이 나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홈페이지

장애인용 따로 만들지 않고
화상회의 때 실시간 자막 등
MS, ‘윈도 11’에 기능 추가
비장애인도 유용하게 사용

‘접근성 팀’ 운영하는 구글
기술 개발 때마다 협의 필수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PC 운영체제인 윈도 11에 화상회의 때 실시간 자막 기능을 제공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MS의 화상회의 애플리케이션(앱)인 팀즈는 물론 유튜브, 페이스타임 등 인터넷 사이트에서 나오는 각종 사람의 음성을 실시간으로 포착해 자막으로 표시해주는 기능이다.

이 기능은 청각장애가 있는 MS 애저(클라우드서비스)의 수석 프로덕트 매니저가 화상회의를 하면서 느낀 불편을 토대로 개발됐다. 본인만 화상회의 내용을 늦게 파악하다보니 소외감을 느끼기 일쑤였다고 한다. 그는 다른 직원들과 실시간 자막 기능을 개발한 후 경영진을 설득해 윈도 11에 공식 기능으로 넣기로 했다. MS는 윈도 11에 일정 시간 동안 e메일, 메시지 알림이 울리지 않도록 하는 ‘방해 금지’ 버튼도 추가하기로 했다. 이 기능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가 있는 직원이 ‘너무 알림이 많아 일에 제대로 집중할 수 없다’고 호소해 도입할 수 있었다. 이 같은 기능 개발은 장애인이 업체의 주요 보직에서 함께 섞여서 일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때 장애인 접근성을 우선 고려하는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의 문화가 있기에 가능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1990년 장애인법(ADA)이 시행된 이후 기업들이 거액의 손해배상을 피하기 위해 장애인 접근성을 보장하고 있다. 장애인을 위한 기술이 비장애인들에게도 편리하다는 인식이 오랜 경험을 통해 보편화돼 있다. MS가 도입한 실시간 자막과 방해 금지 기능은 비장애인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기능이다.

구글과 애플도 비슷하다. 구글에는 수백명이 일하는 ‘장애인 접근성’ 팀이 있다. 모든 직원은 입사 후 접근성 교육을 받고, 새로운 제품·기술을 개발할 때는 의무적으로 접근성 팀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 애플은 장애인 접근성 관련 기능을 연구하는 부서나 매장에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다. 실제 구글과 애플이 장애인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한 기술 역시 비장애인들에게 유용하게 쓰이면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구글이 언어 미숙자를 위해 만든 검색창 자동완성 기능은 현재 대부분의 이용자가 편리하게 쓰고 있다. 시각장애인이 길에서 사람이나 구조물과 부딪치지 않도록 센서가 감지해 경고하는 애플 아이폰의 기능은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스몸비족’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애플워치 ‘한손 작동’ 기능은 우산을 쓴 사용자가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법이 정한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공공 3.4%, 민간 3.1%)도 지키지 않는 기업이 부지기수다. 장애인을 고용하더라도 개발 등 핵심 부서가 아니라 콜센터, 안마, 바리스타 등 특정 업무만 맡기는 경우가 많다. 제품·서비스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용 TV, 시각장애인용 스마트폰 등 시혜적 시선을 담아 장애인용 제품을 따로 만들어 보급하는 정책이 많았다. 김태표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 사무총장은 “아직은 장애인 고용이 외부 홍보를 위한 이벤트성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제품·서비스를 개발하는 단계부터 장애인들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그들의 의견이 중요한 아이디어로 존중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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