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출근, 칼퇴근”…폭우가 바꾼 일상

2011.07.28 21:48 입력 2011.07.28 21:50 수정

티셔츠에 슬리퍼 차림…‘지옥길’ 전략 짜기도

대형 로펌에서 일하는 라종민씨(29)는 요즘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티셔츠에 슬리퍼 차림으로 출근한다. 대신 정장을 따로 챙겨와 사무실에 도착한 뒤 갈아입는다. 그는 “나처럼 회사에 나와서 옷을 갈아입는 직원이 많다”고 전했다.

긴 장마에 이어 쏟아진 폭우가 시민들의 생활상을 바꿔놓고 있다. 여분의 신발이나 양말을 지참하고 다니는 사람이 늘었고 반바지와 장화, 우의도 일상복처럼 자연스러워졌다.

출퇴근길이 지옥길로 변하면서 일찍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경기 부천시에 사는 회사원 정환섭씨(34)는 평소 오전 7시10분쯤 집을 나서지만, 비가 많이 오기 시작한 뒤로는 6시도 되기 전에 출근길에 오르고 있다. 정씨는 “조기 출근, 칼퇴근, 외출 자제가 요즘 내 생활방식”이라고 말했다.

우면산 산사태로 토사가 도로와 아파트를 덮친 남부순환도로 예술의전당 부근에서 28일 공무원들이 중장비를 동원해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우면산 산사태로 토사가 도로와 아파트를 덮친 남부순환도로 예술의전당 부근에서 28일 공무원들이 중장비를 동원해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직원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재택근무나 자율근무를 허용하는 회사도 늘고 있다. 서울 강남에 본사를 둔 영어학습교육업체에서 일하는 이모씨(27)는 28일 “경기 안양 지사에서 일하는데, 회사 방침에 따라 오늘은 집에서 근무했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은 서울에 폭우가 쏟아진 지난 27일부터 당분간 출퇴근 시간을 직원들 개개인의 사정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이 회사 직원 우모씨(32)는 “침수 피해를 입은 직원의 경우 회사에서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승용차 출근자들은 대중교통으로 몰리고 있다. 경기 과천에 사는 이혜진씨(34)는 “어제 서울 강남으로 출근하다가 차가 물에 잠겨 큰일날 뻔했다”면서 “여름철에는 언제든 큰비가 올 수 있는 만큼 당분간은 지하철만 이용할 생각”이라고 했다.

집을 나서기 전 트위터로 도심 곳곳의 폭우 피해 정보를 검색해 출근 경로나 교통편을 바꾸는 사람도 늘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회사원 이모씨(29)는 중구에 위치한 회사까지 출근하기에 앞서 트위터로 도로 상황을 확인한다. 이씨는 “주로 승용차를 이용하는데, 교통방송보다 트위터에 올라온 정보가 더 빠르고 정확하다”고 밝혔다.

트위터를 통해 폭우로 다친 동물을 데리고 오면 무료로 치료하겠다고 나선 이도 있다. 수의사 이종찬씨(@DOGFAF)는 “이번 집중폭우로 다친 반려동물이 있다면 연락주십시오. 저희 병원에서 무료로 치료해드리겠습니다. 작지만 이렇게나마 힘을 보태고 싶네요”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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