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지기 동창부부 5쌍의 비통… 산사태로 3쌍 사별

2011.07.28 21:47 입력 2011.07.29 10:23 수정
경태영 기자

“아내 손 꼭 쥔 채 함께 비맞는 것 외엔…”

“아내의 손을 꼭 쥔 채 함께 비를 맞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그렇게 두 시간여가 흐른 뒤 아내는 다시는 말이 없었어요.”

28일 오전 9시 경기 포천시 포천의료원. 병원에는 전날 산사태로 암흑 속에 갇혀 있다 6시간여 만에 구출된 60, 70대 노인 6명이 누워 있었다. 다른 한 명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고, 3명은 끝내 숨졌다.

초등학교 동창 5쌍인 이들은 이번 사고로 3쌍이 사별을 했다. 이들은 27일 오전 포천시 신북면 금동계곡으로 여름 물놀이를 겸해 월례모임을 왔다가 변을 당했다. 일행인 염모씨(70)는 “우리는 한국전쟁 당시 초등학교를 함께 다니며 쌓은 우정을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 달에 한 번 꼭 만날 만큼 사이좋은 친구들이었다”며 “아내를 비롯해 가족 같은 친구 아내들이 죽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울먹였다.

이들이 변을 당한 것은 27일 오후 8시30분쯤. 계곡에서 물놀이를 일찍 끝내고 펜션에서 저녁식사를 한 뒤 일행이 모두 모여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갑자기 “쾅” 하는 굉음과 함께 시뻘건 흙더미와 소나무가 벽을 뚫고 순식간에 밀려와 피할 새도 없이 마당까지 휩쓸고 나갔다.

흙더미에 매몰된 10명 중 염씨 등 7명은 잠시 뒤 정신을 차리고 흙더미를 비집고 겨우 빠져나왔다. 그러나 염씨의 아내 문모씨(68) 등 3명이 보이지 않았다.

암흑 속이었지만 한쪽에서 “살려달라”는 외침이 들려왔다. 염씨의 아내 문씨 등 2명이 커다란 소나무와 흙더미에 깔려 있었다. 염씨와 친구들은 자신들의 상처를 돌볼 틈도 없이 맨손으로 소나무 가지를 꺾고 흙을 파내 이들을 꺼냈다. 또 다른 염모씨(68·여)는 현장에서 숨졌다.

펜션은 전쟁터를 방불케 해 아픈 이를 누일 공간조차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갖고 간 휴대전화는 모두 먹통이었다. 전기마저 끊겨 사방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민박집 주인이 오후 9시15분쯤 목숨을 걸고 마을로 내려가 119구조대에 신고했다. 이 사이 문씨와 엄모씨(65)는 오후 11시30분쯤 끝내 숨졌다. 구조대도 인근 도로에 흘러내린 토사로 발이 묶였다가 6시간여 만인 28일 오전 2시30분쯤 이들을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

이날 포천에는 500㎜의 집중폭우가 내려 3곳에서 산사태가 나 6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으며 11명이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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