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립식 패널 구조 강당 10초도 안돼 힘없이 와르르”

2014.02.17 23:56 입력 2014.02.18 09:19 수정
권기정·김정훈·김여란·이성희 기자

잔해 깔린 학생 “살려달라”

산기슭 위치 구조 늦어져

건물주 코오롱 대책 부심

1박2일 일정의 부산 외국어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열린 경북 경주시 양남면 마우나오션리조트 별관 강당 건물은 17일 오후 9시16분쯤 천장이 무너지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오리엔테이션 공식 행사가 열리기 전에 진행된 신입생 환영 콘서트의 열기가 고조되고 있을 무렵 무대 쪽 천장이 무너지기 시작하자 놀란 학생들이 건물 밖으로 뛰쳐나갔다.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채 건물 잔해 속에 깔린 학생들은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다. 구조작업에 나선 동료 대학생들도 사고 충격에 울부짖는 등 사고 현장은 아비규환을 방불케 했다.

17일 붕괴사고로 30여명의 학생이 매몰된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강당 건물에 구조대원들이 들어가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 | 독자 제공

17일 붕괴사고로 30여명의 학생이 매몰된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강당 건물에 구조대원들이 들어가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 | 독자 제공

이날 총학생회 주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기로 예정된 참가자들은 부산외대 유럽미주대, 아시아대 소속 학생들로 신입생 660명과 재학생 352명 등 총 1012명이었다.

목격자들은 “샌드위치 패널 형태의 가로와 세로가 각 40m이고 높이가 10m인 조립식 강당 건물은 10초도 안돼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고 밝혔다. 한 목격자는 “양남면 일대에는 눈이 계속 내렸다”며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될 예정이었던 강당 건물이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고가 일어난 지 35분여 만인 이날 오후 10시쯤 무너진 건물 가장자리에 깔려 있던 학생 2명이 처음으로 구조됐다. 팔과 다리에 골절상을 입는 등 부상이 심한 상태였다.

리조트 본관 객실 쪽에서 사고 현장을 목격한 한 투숙객은 “건물의 지붕 절반 정도가 무너졌다”고 말했다. 마우나오션리조트 직원의 남편 한모씨는 “아내가 눈이 많이 와서 퇴근을 못하고 리조트에 있었다”며 “아내한테 조립식 2층 건물인 강당이 무너져 학생들이 갇혔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사고가 나자 경주와 김천, 구미 소방서 등 인근 지역 구급대원들이 긴급 출동했다. 구급차 20여대도 출동해 구조에 나섰다.

사고 리조트가 해발 400m가 넘는 산간지역에 있는 데다 눈이 많이 온 상태여서 구조대 접근이 쉽지 않았다.

소방 당국은 현지 붕괴현장에서 대학생 14명을 발견해 응급조치를 취한 뒤 병원으로 이송했다.

구조 현장을 지켜본 리조트 직원은 “다친 사람들이 차에 실려 나갔다”며 “괜찮은 학생은 괜찮고, 심하게 다친 사람은 실려 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통제하고 있어서 가까이 보진 못했지만 강당 중간이 좀 부서진 것 같다”며 “눈이 많이 와서 어제부터 계속 눈을 치웠는데도 눈이 많이 쌓였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붕괴건물에 깔려 있는 학생들의 구조가 지연되면서 추운 날씨에 저체온증으로 인한 추가 피해 발생이 우려되고 있다”고 밝혔다.

마우나오션리조트는 경주시 양남면 동대산 기슭 부지 해발 500m에 있는 위락시설로, 골프장과 객실 143개를 갖추고 있다. 1997년 6월 230만평 부지에 18홀 회원제 골프장과 콘도미니엄 공사를 착공했으나 1997년 말 외환위기로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코오롱그룹 계열사의 협력으로 공사가 재개됐다.

붕괴 사고가 난 강당에 대해 리조트 직원은 “건물 중간에 기둥이 있는데 무너져 기울어져 있다”고 밝혔다. 리조트 소유업체인 코오롱그룹은 (주)코오롱 안병덕 사장을 대책본부장으로 임명하고 사고 수습에 나섰다.

부산외대는 부산 금정구 남산동 대학본부에 총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사고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사고 후속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권기정·김정훈·김여란·이성희 기자 kw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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