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진상규명 ‘기로’

“머리카락은 또 나지만, 아이들은 못 돌아와”

2015.04.02 21:58 입력 2015.04.03 10:48 수정

광화문·팽목항서 52명 삭발… 지켜보던 시민들 함께 눈물

“너네가 아빠 머리 깎은 모습 한번도 못 봤을 거야. 웃어, 실컷 웃으렴. 너희들은 웃어. 우리가 울게.” 머리카락이 떨어질 때 눈물도 함께 떨어졌다.

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유가족 및 생존자 가족 48명이 정부가 내놓은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안 폐기와 진상규명, 배상·보상 절차 전면 중단을 요구하며 집단 삭발식을 했다.

세월호 희생자 및 피해자 가족들이 2일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선체 인양과 진상규명, 세월호특위 정부 시행령안 폐기, 희생자 배·보상 절차 중단 등을 요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세월호 희생자 및 피해자 가족들이 2일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선체 인양과 진상규명, 세월호특위 정부 시행령안 폐기, 희생자 배·보상 절차 중단 등을 요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안산 단원고 실종자 허다윤양의 아버지 허흥환씨는 “제가 부모고 죽은 아이가 제 자식이다. 끊으려야 끊을 수가 없다”며 “집에서 나올 때면 ‘다윤아 오늘 너를 찾게끔 오늘도 거리로 나간다’고 되뇌고 돌아갈 때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정부는 약속을 꼭 지켜달라”고 했다.

삭발식이 시작되자 노란색 가운을 입은 세월호 가족들은 자녀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다. 삭발식을 지켜보던 시민들도 눈물을 흘렸다. 단원고 이영만군의 어머니 이미경씨는 “머리는 자르면 또 나지만 우리 아이들은 절대 돌아올 수 없다. 지금 이렇게 마주하고 싶지 않지만 4월16일은 곧 돌아온다”고 했다. 단원고 희생자 유예은양의 아버지 유경근 4·16 세월호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시행령 폐기, 배·보상 절차 전면 중단을 위한 의지의 표명이다. 세월호 가족들의 순수한 마음을 알아달라”고 했다.

가족협의회는 삭발식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사 1주기 전에 해야 할 일은 배상·보상이 아니라 선체 인양을 통한 실종자 완전 수습과 철저한 진상규명”이라며 “시행령안을 폐기하고 특위가 제안한 시행령안을 수용해 공포하라. 참사 1주기 전에 온전한 선체 인양을 공식 선언하고 구체적 일정을 발표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팽목항에서도 4명이 삭발에 동참했다. 가족들은 4일 2차 삭발식을 열기로 했다. 가족협의회는 4~5일 희생자 영정을 들고 안산 합동분향소부터 광화문까지 도보행진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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