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진상규명 ‘기로’

독립성 ‘훼손’ 규모 ‘축소’ 범위 ‘제한’… 거꾸로 간 정부 시행령

2015.04.03 06:00 입력 2015.04.03 10:48 수정

‘성역 없는 조사’에 위배… 유가족·시민사회 일제히 반대

특위 여당 추천 위원들 ‘철회 요구 반대’ 정부 옹호 급급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유가족 등이 일제히 정부의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안을 비판하고 나선 것은 “성역 없는 진상조사”라는 당초 취지를 무력화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안대로라면 특위는 허수아비가 될 수밖에 없다”는 이석태 위원장의 발언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부안의 대표적인 문제로 꼽히는 것은 특위의 독립성 훼손이다. 정부안은 여당 추천 상임위원인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 밑에 기획조정실장을 두도록 돼 있다. 또 기획조정실장 밑에 기획총괄담당관을 두도록 하고 있다. 기획조정실장과 기획총괄담당관은 정부에서 파견된 공무원이 맡도록 돼 있다.

문제는 기획조정실장과 기획총괄담당관의 업무다. 정부안을 보면, 이들은 ‘위원회 업무의 종합·조정’ ‘진상규명에 관한 종합기획 및 조정’ ‘안전한 사회 건설을 위한 종합대책 수립 관련 기획 및 조정’ ‘피해자 지원대책의 점검에 관한 기획 및 조정’ 등 특위의 주요 업무를 담당토록 돼 있다.

[세월호 진상규명 ‘기로’]독립성 ‘훼손’ 규모 ‘축소’ 범위 ‘제한’… 거꾸로 간 정부 시행령


진상규명의 핵심 중 하나는 정부의 부실한 대응의 원인과 책임자를 밝히는 일이다. 정부도 특위 조사 대상 중 하나인 셈이다. 그런데도 파견 공무원에게 특위의 핵심 업무를 맡도록 한 것은 “조사 대상에게 조사의 핵심 업무를 맡긴 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안은 진상규명의 과제도 대폭 축소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정부안은 특위가 해야 할 진상규명의 과제 중 하나를 “세월호 참사의 원인 규명에 관한 정부 조사 결과의 분석 및 조사”로 규정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나 정부의 구조·구난 작업의 적정성에 대해 폭넓고 제한 없이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조사 결과에 대한 검증만을 업무로 삼도록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위 인력 규모를 120명에서 90명으로 축소한 것을 놓고는 ‘특위 힘 빼기’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체 인력 중 공무원을 민간인보다 많이 두도록 한 것도 ‘특위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듣는다. 종합적으로 볼 때 특위의 진상규명 범위는 제한하고, 규모는 축소하고, 독립성은 현저히 약화시킨 것이 정부안이라는 것이다.

특위가 이날 정부안 철회 요구 결의안을 표결하는 과정에서 새누리당 추천 특위 위원들은 다시 한번 정부·여당과 철저히 보조를 맞췄다.

설립준비단의 법적 근거·예산 책정·정원 등을 문제 삼으며 특위 출범을 늦춘 이들은 이날 “출범이 더 늦어져선 안된다”고 입장을 바꿨다. 황전원 위원은 “지금 철회를 요구하면 언제 조직을 갖출 수 있느나”고 했다. 특위 정원 축소에 대해서도 조대환 부위원장은 “90명도 적은 게 아니고 소요업무가 생기면 추가하면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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