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믿을 정부” 청년문제 스스로 푸는 ‘당사자 운동’ 꿈틀

2010.02.22 02:20

“정부 실업대책 없이 4대강에 엉뚱 예산”

20~30대 부당 노동환경 개선 권리 찾기

“늦었지만 노조·시민사회 연계 땐 큰 힘”

20·30대 청년들이 직접 ‘내 문제’를 풀기 위한 새 틀을 짜고 나섰다. 취업과 비정규직 등의 청년실업이 위험수위를 넘었지만 대책은 겉돌고 있는 상황에서 속속 ‘청년모임’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성·장애인·동성애자 등 사회적 소수자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찾아 나서는 ‘당사자 운동’이 모델이고, 이념과 거대담론에 치우쳤던 청년운동이 전환기를 맞는 성격도 함축돼 있다.

아르바이트나 학원강사 등 불안정한 직종에서 일하는 청년들이 만드는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은 다음달 창립총회를 열고 공식 출범한다.

청년실업 해결 등을 목표로 내건 한국청년연대 소속 회원들이 21일 서울 성북구민회관에서 출범식을 갖고 있다. | 김기남 기자

청년실업 해결 등을 목표로 내건 한국청년연대 소속 회원들이 21일 서울 성북구민회관에서 출범식을 갖고 있다. | 김기남 기자

이들은 임금체불과 부당한 대우에 시달리는 20~30대 청년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청년고용할당제, 실업부조제 도입 등 사회적 대안도 촉구할 예정이다.

일본에서는 2000년 ‘수도권청년유니온’이 결성돼 임금체불, 부당해고 등에 대응하며 움직임을 넓혀가고 있다.

전국 70여개 진보적 청년단체들이 참가한 한국청년연대도 21일 성북구민회관에서 출범식을 갖고 “청년실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년모임들의 제1화두는 청년실업 문제다. 또래세대들의 구조적 벽이 된 일자리 문제를 직접 공론화하고 정치에서도 청년의 대표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청년유니온 김영경 대표는 “현 정부는 청년인턴 등 ‘정권홍보용’ 일자리 창출에만 몰두하고 공공기업은 오히려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구조조정을 하면서 ‘눈높이를 낮추라’는 말만 하고 있다”며 “청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청년연대 윤희숙 공동대표도 “6월 지방선거에서 청년실업 대책을 내놓는 후보를 지지하는 운동을 비롯해 졸업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일할권리찾기 학교’를 열어 대중적인 활동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88만원 세대>로 20대들이 처한 암담한 현실을 전한 2.1 연구소 우석훈 소장은 최근 출간한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에서 “1만명이 모이면 20대 당사자 운동에 헌신할 20대 시민운동가 100명을 뒷받침할 수 있다”며 “편의점 노조, 주유소 노조부터 만들어 권리를 요구하자”고 당사자 운동을 강조했다.

청년모임들의 잇단 출범을 유의미하게 보는 시각도 많다. 정년연장이나 노후문제에 집중하는 베이비붐 세대(50~60년대 세대)와는 무게중심이나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전문대 이상을 졸업한 청년층이 70~80%에 달하고 매달 56만명 가까운 청년층이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며 “청년실업을 줄이겠다는 공약을 하고도 뚜렷한 대책없이 4대강 사업 등 엉뚱한 데만 예산을 퍼붓는 정부에 대해 스스로 돌파구를 찾기 위한 운동”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오히려 20대의 당사자운동이 늦은 감이 있다”며 “기존의 노조·시민사회 등과 연계한다면 상당한 사회적 호소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회공공연구소 오건호 실장은 “이런 운동을 통해 청년들이 제도개혁에 큰 주체로 참여하고 관련 법 개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대 진보논객 한윤형씨(27)는 “대학생 그룹에 한정돼 있었던 과거의 20대 운동과 달리 실제적인 생활에 도움이 되는 커뮤니티로 거듭날 경우 많은 20대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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