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세상 속으로’

노래방 ‘노골적’ 변화…일부 하드코어 ‘유사성행위’

2013.02.01 21:07 입력 2013.02.02 14:12 수정

유흥가의 불경기 생존법

폐쇄회로 TV로 접대부 고르고 소주 팔기까지

서울 대기업에 근무하는 ㄱ씨는 대외협력 일을 하는 친구와 노래방을 찾았다가 깜작 놀랐다. “노래방 도우미를 부르겠다”고 친구가 미리 말을 했지만, 여러 명의 도우미들이 들어와 선택을 기다리는 일명 ‘룸살롱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옷차림도 TV 드라마에서 보던 것보다 노출이 심했다. 노래방을 찾은 일행 3명은 마음에 드는 도우미를 ‘파트너’로 삼았다. 그 노래방으로 안내한 친구는 “이만하면 저렴하면서도 화끈하게 즐길 수 있지 않으냐”고 자랑했다.

불황이 깊어지면서 유흥주점이 ‘노골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모토는 ‘보다 싸게, 보다 화끈하게’다. 주머니 사정이 가벼워진 애주가들과 법인카드 사용을 줄인 기업 고객들의 발길을 최대한 사로잡기 위한 유흥가의 고육책인 셈이다. 과거 룸살롱에서는 한 사람당 70만~80만원도 아깝지 않게 썼지만 요즘은 1인당 50만원이 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ㄱ씨가 간 노래방 도우미들은 단순히 노래만 함께 부르는 이들이 아니었다. 잠시도 쉬지 않고 ㄱ씨를 유혹했다. ㄱ씨는 “그 도우미는 뭔가 다른 것을 원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기업 접대비가 2011년 기준 사상 처음 8조원을 넘어섰지만 실제 접대보다는 회식비로 쓰이는 비중이 훨씬 높다. 늦은 밤 유흥업소가 밀집해 있는 서울 중구 북창동 거리를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기업 접대비가 2011년 기준 사상 처음 8조원을 넘어섰지만 실제 접대보다는 회식비로 쓰이는 비중이 훨씬 높다. 늦은 밤 유흥업소가 밀집해 있는 서울 중구 북창동 거리를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이 같은 ‘하드코어 노래방’은 전형적인 ‘불황형’ 업태로 꼽힌다. 도우미 한 명을 부르려면 시간당 2만~2만5000원을 지급한다. 일부 업소에서는 유사성행위와 성행위까지 연결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드코어 노래방을 즐겨 찾는다는 ㄴ씨는 1일 “기존 룸살롱에서 ‘아주 진하게’ 놀려면 1인당 최소 30만원은 있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하드코어 노래방에선 그 반값에 즐길 수 있어 거래처 접대용으로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불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양주 대신 소주를 파는 유흥주점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룸살롱 등 여성 접대부를 고용한 업소에선 주류 수입이 주력이어서 마진이 적은 소주는 판매하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엔 소주를 주전자에 담아 2만~3만원에 대놓고 파는 업소들이 생겨나고 있다.

폭탄주도 ‘양폭’이 아닌 ‘소폭’으로 자연스레 대체되고 있다. 가볍게 마시려는 최근 흐름과도 맞아떨어져 인기다. 양주 1병을 대체하는 소주량은 통상 소주 2~3 주전자. 이럴 경우 전체 비용은 양주의 3분의 2선이면 해결할 수 있다고 애주가들은 귀띔했다.

룸살롱을 찾던 남성들은 경기불황이 지속되면서 정액제로 술을 파는 ‘풀살롱’으로 옮기고 있다. 안마방도 과거 비용보다 30% 이상 값을 낮춘 역삼·선릉역 일대의 오피스텔로 대체되고 있다. 중국인 등 외국인 여성이 접대부로 나오는 술집도 들어섰다. 서울시내 한 먹자골목 쪽의 주점에 들어서면 업주가 “(원하는) 국적만 말하라”고 한다.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싼 외국인만 ‘도우미’로 내세워 특화한 곳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이 같은 불황형 업태가 유행하는 것을 “당연한 현상”이라고 했다.

그는 “경기가 안 좋으니 기업들이 사치성 예산을 줄이게 되고 자연히 고급 룸살롱 등을 찾는 빈도가 줄었다”며 “대외 접대가 필요한 업무의 경우 술자리가 꼭 필요하니 어쩔 수 없이 저렴한 곳을 찾게 되고, 유흥가도 이에 맞춰 변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 고급 룸살롱도 고객 확장이 어려운 만큼 이미 확보한 단골을 더 잘 관리하려는 기색이 역력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예전처럼 법인카드를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분위기도 작용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20만~30만원은 법인카드로 룸살롱 결제가 가능했는데 지금은 그런 회사가 줄었다. 개인 돈으로 결제하는 만큼 돈을 아낄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하지만 강남 일부 지역이 중심인 ‘되는 곳’은 여전히 불야성을 이룬다. 대기업에서 과장으로 일하는 ㄷ씨는 최근 강남의 한 유명 룸살롱을 찾았다. 저녁식사 후 오후 8시30분쯤 전화를 걸어 “일행 4명이 가겠다”고 문의했지만 주점 직원은 확답하지 못한다고 했다. 30분 후 룸살롱에 도착했지만 접대부는 2명밖에 들어오지 않았다. ㄷ씨는 “강남 유명 룸살롱들은 여전히 성업 중”이라며 “일부 업소는 1시간 이상 기다려야 겨우 입장할 수 있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통상 겨울철은 연말연시를 제외하면 비수기인데 이런 곳은 늘 성업 중이다. 강남의 일부 유명한 룸살롱은 시간대에 따라서는 1시간 안팎을 기다려야 하는 곳도 있다.

아가씨들을 고르는 방식도 진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속칭 ‘매직 미러방’이라는 유리창 안에 번호표를 단 접대부들이 대거 앉아 있고 번호를 지명해 파트너를 선택하는 방식이 많았다. 최근에는 한 단계 진화해 폐쇄회로(CC)TV를 통해 고르는 방식으로 바뀐 곳이 많다.

회계사 ㄹ씨는 “많게는 100명에 이르는 접대부들이 대기하는 공간이 없어 이런 방식이 사용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검찰과 경찰이 아무리 단속을 해도 업태가 조금 바뀌고 접대부들이 달라질 뿐 룸살롱 영업은 이곳을 찾는 남성들이 사라지지 않는 한 영원히 계속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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