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세상 속으로’

접대비 거래도 결제도 은밀한 지하경제

2013.02.01 21:04 입력 2013.02.01 23:53 수정

카드깡·현금결제 많아 실제 16조원 이상 될 듯

카드 단말기에 위치추적시스템 부착 탈세 막아야

접대비에 관한 또 하나의 불편한 진실은 8조원은 접대비로 ‘신고’한 금액이라는 것이다. 강씨는 “8조원이 모두 룸살롱 접대비라고 가정할 때 카드깡, 현금 등으로 결제하는 것을 감안해 자기들끼리 먹은 것을 포함한 실제 접대비는 8조원의 두 배 이상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고하지 않은 접대비는 고스란히 지하경제로 스며든다. 지하경제는 마약·가짜 석유 등 불법적인 거래뿐 아니라 현금 거래처럼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경제를 의미한다.

불법 거래의 대표적인 방법은 ‘카드깡’이다. 카드깡은 룸살롱 등 유흥주점에서 술을 먹고 카드로 결제할 때는 횟집이나 고깃집 등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가맹점 단말기로 결제하는 것을 말한다. 카드깡을 전문으로 하는 업자들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 가게를 ‘위장 가맹점’으로 등록한 휴대용 카드 결제 단말기를 유흥업소에 보급한다.

카드깡은 손님이 먼저 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흥업소 영수증으로 접대비 처리를 할 수 없는 법인카드 또는 개인카드의 경우, 카드깡을 통해 접대비 처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씨는 “카드깡을 하면 카드깡 업자가 수수료로 15%가량 떼어간다. 유흥업은 소득세뿐 아니라 개별소비세가 붙어 업자들 입장에서는 세금으로 내는 것과 카드깡 수수료로 내는 것이 별 차이가 없어 카드깡을 굳이 선호하지 않는다. 손님들이 원하니까 카드깡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개별소비세란 룸살롱 등 특정 유흥업소에서 소비할 때 붙는 간접세로 보석·휘발유 구입, 경마장·카지노 입장 등도 과세 대상이다. 만약 술값이 100만원이라면 여기에 개별소비세, 부가가치세 등이 더해져 손님이 내야 할 금액은 124만3000원이 된다. 개별소비세, 부가가치세 등을 술값에 포함해 받는 업주의 경우 이 또한 업주가 납부해야 한다. 강씨는 “세금으로 28~30% 가량 내고 있다. 최근에 세금으로 낸 돈만 450만에서 500만원 정도 된다”고 말했다.

카드깡을 하면 룸살롱 매출이 아닌 다른 업소의 매출로 집계돼 과세당국도 어려움을 겪는다. 게다가 가맹점의 소유주는 세금을 납부할 능력이 없는 이른바 ‘바지 사장’으로 돼 있어 세금을 부과해도 제대로 내지 않는다. 국세청 관계자는 “조사를 나가보면 업체는 폐업하고 사라져서 (조사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조사 방법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여러 경로를 통해 실제 사업자에게 과세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룸살롱에서의 결제는 현금으로도 많이 이뤄진다. 룸살롱 방문 기록이 남는 것이 껄끄러운 손님 입장에서는 현금 결제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외상 거래도 빈번하다. 강씨는 “다음날 현금으로 쏴주는(송금) 경우도 많다. 가끔씩 전날 왔던 손님이 아니라 모르는 사람이 다음날 전화를 해서 ‘어제 ㄱ씨 왔다 가셨죠’라며 대신 현금으로 보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술값을 거래처나 하청업체에 떠넘긴 경우다.

카드깡, 현금결제뿐 아니라 룸살롱 업주들은 상대적으로 세율이 낮은 봉사료를 허위로 과다계상하기도 한다. 국세청은 지난해 현금 술값은 직원 명의 계좌에 넣고, 봉사료를 허위로 계상하는 등 불법적인 방법으로 60억원을 탈루한 혐의로 룸살롱 업주를 적발했다.

전문가는 룸살롱의 세금 탈루 등으로 지하경제로 빠져나가는 세금을 줄이기 위해서는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조세연구원 김재진 선임연구원은 “카드깡을 막기 위해 카드 단말기를 등록할 때 위치추적시스템을 부착하고, 양주 등 주류를 구입할 때 무자료 거래를 통해 가격을 부풀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주류결제시스템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장 적발하기 힘든 것은 현금 거래다. 김 선임연구원은 “현금 거래의 경우 업주 등이 모은 금액을 입금할 때 금융정보분석원의 고액거래보고제도를 활용해서 적발할 수 있다”며 “입금하는 계좌가 업주가 아닌 직원, 바지사장 등 다른 이의 계좌인 경우가 있어 이를 막기 위해 금융실명법상의 차명거래에 대한 규제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액거래보고제도는 현금 2000만원 이상의 금융거래에 대해 관련 자료를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하는 것을 말한다. 국세청이 이 정보를 활용하는 것과 관련해 개인정보 침해, 국세청의 권한 강화 등의 이유로 반대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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