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세상 속으로’

알수록 불편한 접대비의 진실

2013.02.01 22:00

8조3535억원. 2011년 한 해 동안 46만614개 법인이 접대비로 썼다고 국세청에 신고한 금액이다. 접대비가 8조원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기업 한 곳당 1800만원이 넘는 접대비를 쓴 셈이다. 매출액이 1조원을 초과한 대기업 355개사의 접대비는 1조646억원으로 업체당 30억원에 육박했다.

경기침체가 깊어지고 있다고 각계에서 아우성을 치고 있지만 접대비는 해마다 늘고 있다. 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는 “성장률이 낮아지고 불황이 장기화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접대비도 줄여야 하는데 늘어난 것을 보면 이상하다”며 “기업들이 불황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지 않았거나 오히려 불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접대 등으로 영업을 강화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접대비는 어디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을까. 경향신문은 접대비로 신고된 금액 가운데 절반 이상이 접대가 아닌 회식비였다는 ‘불편한 진실’을 한 룸살롱 업주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업주는 “룸살롱 술값의 75% 정도는 접대가 아니라 자기 회사 동료들끼리 먹은 것”이라고 말했다. 룸살롱에서 이뤄지는 거래는 절반 이상이 지하경제로 숨어들고 있다. 룸살롱 업주는 “카드깡, 현금 등 결제 비율이 절반 정도여서 실제 접대비는 국세청 신고액의 두 배 이상은 될 것”이라고 털어놨다. 우 교수는 “지하경제로 흘러들어가는 규모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지만 정서적 추정치로 룸살롱의 경우 매출의 3분의 1만 국세청에 신고하고, 나머지는 지하경제에 포함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불황이 깊어지면서 룸살롱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 양주 한 병에 200만원을 받는 최고급 룸살롱이 있는가 하면, 접대부를 고용해 소주를 팔면서 룸살롱식 영업을 하는 불법 노래방도 등장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대외 접대가 필요한 업무의 경우 아예 술자리를 갖지 않을 수는 없으니 저렴한 곳을 찾게 되고, 시장이 생기니 유흥가도 이에 맞춰 변신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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