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파면 팔수록 의혹만 더해지는 김흥기씨의 이력

2015.11.02 06:09 입력 2020.02.28 16:49 수정

“은스푼을 들고 태어났어도~ 비천한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고~ 개천에서 났어도~ 용으로 승천할 수 있어~(중략) 남의 일에 찌질하게 소문자로~ 태클 걸지 말고~ 위대한 삶의 대문자로 태-클-하라.” 유튜브에 등록되어 있는 ‘태클 노래 배우기’라는 동영상이다. 노래의 작사자는 김흥기씨다. 동영상을 보면 작곡자가 기타를 치면서 먼저 부르고 영상 후반부에는 김씨가 직접 악보를 들고 부르고 있다.

“지금까지 영어사전에는 소문자 tackle만 등록되어 있지만 앞으로는 대문자 태클이 등록될 것이다.” 김씨가 여러 강의영상에서 반복해서 주장하는 내용이다. 대문자 태클? Talent(재능), Attitude(태도), Challenge(도전), Knowledge(지식), Luck(운), Effort(노력)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것이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인생을 바꾸는 도전의 공식’이라는 부제가 붙은 <태클>이라는 책을 펴냈다. 책의 띠지에는 그의 직함을 강조한 선전문구가 등록되어 있다. “김흥기 모스크바 국립대 초빙교수가 이 시대 청춘에게 꼭 전하고 싶은 ‘필생의 메시지’.” 책의 날개에는 그의 이력을 담은 공식 프로필이 기재되어 있다. “달동네 무허가 판잣집 4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나 어려운 환경을 딛고 이공계 출신으로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이후 공직생활을 거쳐 기업가와 언론인, 교육자로 활동 중이다. 특허청, 국가정보원 등에서 봉직한 저자는 벤처 1세대로 지식센터를 창업해 유망 벤처 혁신기업을 키워내고 있다. 특히 교육자로서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 명문 모스크바 국립대 행정대학원 교수로 초빙됐으며, KAIST 지식재산대학원 겸직교수, 중국과학원(CAS) 지식재산 최고위과정 원장 등을 겸임하고 있다.(후략)”

지난해 12월 출간된 김흥기씨의 책 <태클>. / 갈라북스

지난해 12월 출간된 김흥기씨의 책 <태클>. / 갈라북스

그런데 가짜학위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그가 공식 프로필에서 밝힌 ‘한국인 최초’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다. 김씨와 모스크바 국립대학의 ‘학위수여식’에 동행한 이모씨의 블로그에 보면 김씨와 마찬가지로 ‘유라시안 명예경제학박사’를 수여한 사람들의 강의, 배지 증정, 학위수여식 사진들이 여럿 올라와 있다. 김씨의 명예박사 학위수여일은 2011년 12월 15일. 그런데 황모 회장, 오모 교수, 김모 교수, 정모 회장의 사진에 찍힌 학위수여일은 김씨보다 적어도 1~2년 앞선 것이다.

김씨의 프로필 경력을 보면 대한민국과학기술대연합(대과연) 공동대표라는 직함이 올라와 있다. 2011년 결성된 이 단체는 19대 총선과 2012년 대선 당시 이공계 출신 국회 진출운동과 ‘친과학기술 정책 제안’ 등의 활동을 벌인 적이 있다. 이 단체의 핵심 인사로 현재 지자체 공기관 책임자로 일하는 인사에게 김씨가 어떻게 공동대표가 될 수 있었는지 문의했다. 돌아온 답변은 이랬다. “김흥기씨는 일면식도 없는 인사다. 얼핏 이름을 들어본 기억은 있는데, 당시 32개 과학 관련 단체가 연합해 만든 단체였기 때문에 공동대표였다면 김씨가 그 단체 중 하나의 대표자여서 의례적으로 올린 이름이었을 것이다.”

특허청과 국정원에서 근무했다고 하지만 그의 경력의 많은 부분은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주간경향>의 취재 결과 그는 연세대 생명공학과 81학번으로 대학에 들어갔으며, 1985년도에 졸업한 것은 확인된다. 그가 지난해 말 펴낸 책 <태클>에는 간간이 그의 개인사가 언급된다.

책에서 그는 자신의 모친이 그가 100일이 되지 않았을 때 장님 점쟁이를 찾아가니 “자식 많다고 자랑하지 말고, 이 자식 하나만 잘 키우시면 만인이 우러러 보는 사람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줬다고 적고 있다. 어린 시절, 집안형편이 좋지 않아 달동네에서 학교를 다녔지만 “어려운 생활에도 기가 죽은 적은 없고 교우관계도 원만했다”고 그는 책에 쓰고 있다. 비슷한 연배이면 기억하고 있을 <소년경향>, <어깨동무>, <새소년> 같은 소년잡지를 그는 가난해 구매할 수 없었는데, ‘내가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어도 그 책을 빌려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라고 생각하다 생각해낸 방법이 “<어깨동무>를 가진 친구에게 가서 ‘내가 <소년경향>을 가지고 있으니 바꿔 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하고, 다시 <소년경향>을 가진 친구에게 <새소년>과 바꿔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하는 방식의 중개”였다고 그는 썼다. “이것은 경제학적으로 말하면 ‘거래를 통한 사회적 효용의 증가’에 해당한다”고 그는 해석하고 있다. ‘태클’을 주제로 앞에 소개한 노래까지 만든 것을 보면 그로서는 책의 출간에 상당한 의의를 부여했던 것 같다. 책은 올해 1월 2쇄를 찍었다. 출판사 관계자는 “요즘 젊은이들이 많이 위축돼 있는 것이 사실인데, 기 죽지 말고 도전해보라는 뜻에서 기획해본 책”이라며 “사실 자기계발서를 2쇄 찍었다고 많이 팔린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단독]‘가짜 수료증’ 장사에 장·차관 동원한 국정원 출신 ‘댓글부대’ 회장의 힘

[단독]대선 후 초고속 부상한 김흥기 스토리

[단독]KTL ‘댓글부대’ 의혹 새 전기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반론보도문>

경향신문은 원고에 대하여 2015. 11. 2. 보도한 [(단독)‘댓글용역’ 김흥기, 장 차관 동원해 ‘가짜 수료증 장사’] 기사, 2015. 11. 2. 보도한 [장, 차관 강사진에…미래부, 특허청, 한림원도 깜빡 속아 후원] 기사 등에서 ‘원고는 중국 과학원 명의를 도용한 중국과학원 지식재산 최고위과정을 개설하여 수강료로 1인 600만 원을 받음으로써 가짜 수료증 장사를 하였다’는 내용, ‘원고가 모스크바 국립대학에서 명예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것처럼 행세하였다’는 내용을 보도한 사실이 있습니다.

그러나, 원고는 위 각 보도에 대하여 원고가 운영하는 ‘지식센터 주식회사’는 중국과학원의 쓰용 교수가 부원장으로 재직하던 ‘중국과학원 가상경제 및 데이터과학센터’로부터 운영에 관한 정식 승인을 받아 ‘중국과학원 지식재산권 최고위과정’을 개설, 운영하면서 그 수료자에게 ‘중국과학원 가상경제 및 데이터과학센터’가 발급한 수료증을 교부하여 주었고, 원고는 ‘유라시아 무브먼트’로부터 명예이학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는 반론을 제기하므로, 이를 보도합니다.

KTL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