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선 후 초고속 부상한 김흥기 스토리

2015.11.02 06:10 입력 2020.02.28 16:47 수정
강진구 기자

벤처기업가에서 창조경제 전도사를 거쳐 ‘댓글부대’ 회장이 되기까지

국정원 출신의 김흥기 카이스트(KAIST) 겸직교수가 벤처기업가에서 대표적인 창조경제 전도사를 거쳐 국정원 ‘댓글부대’ 용역업체의 회장으로 영입되기까지의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다. 2000년 국정원에서 나와 10여년 동안 무명에 가까운 벤처기업가로 살던 그의 인생에 있어 중요한 전환기는 2012년 대선을 전후한 시점으로 보인다. 2011년부터 국가지식재산보호 전문위원으로 중앙 정치무대에 명함을 내밀기 시작한 지 불과 2~3년 만에 그는 국가의 온갖 자문위원을 도맡았다.

누군가 기획한 측면이 보이지만 그는 김용 세계은행 총재와 함께 한 시민단체에 의해 ‘2012년 대한민국을 빛낸 10인’에 선정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를 김용 총재와 같은 반열의 인물로 간주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2013년 12월 ‘강원발전 21’ 창립식에서 상임의장 자격으로 기념촬영을 하는 김흥기 교수. / 뉴시스 제공

2013년 12월 ‘강원발전 21’ 창립식에서 상임의장 자격으로 기념촬영을 하는 김흥기 교수. / 뉴시스 제공

글로벌창업정책 포럼 상임의장에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취임 초부터 창조경제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지식재산 전문가로서 이미지를 구축해온 그는 고속질주를 거듭했다. 2013년 7월 그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이 되면서 현경대 민주평통 상임의장, 좌승희 전 한국경제연구원(KERI) 원장 등 친여·보수의 거물들과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한 달 뒤인 2013년 8월 중국과학원(CAS) 지식재산 최고위과정의 원장을 맡아 전·현직 장·차관 등 고위관료들과 본격적으로 네트워크를 맺는다. 급기야 2013년 11월에는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상징인 미래창조과학부의 글로벌창업정책 포럼 상임의장이 됐다. 글로벌창업정책 포럼은 민간기구였지만 실무 운영위원장이 미래부의 현직 과장이었고, 상임의장 아래 의장단 면면을 보면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 겸 성주그룹 회장, 이기주 인터넷진흥원 원장, 박수용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원장 등이 포진해 있다. 당시 포럼을 기획했던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의 한 관계자는 “김 교수가 포럼의 의장단, 고문 명단을 미리 중량급 인사들로 다 짜 왔고, 창립식 때 그분들이 대부분 참석하는 것을 보고 인맥이 간단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글로벌창업정책 포럼은 창립식만 거창했을 뿐 실제 활동은 미미했다. 결과적으로 포럼은 김 교수의 존재를 정·관·재계에 부각시키는 ‘디딤돌’로 이용된 측면이 강하다. 실제로 그의 약력사항에 있어 빠지지 않는 것이 모스크바 초빙교수와 글로벌창업정책 포럼 상임의장이다. 그가 중국과학원의 허가도 받지 않고 한국 분원장을 자처하면서 고위관료들을 강사와 수강생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했다.

그의 탄탄대로 최정점이자 내리막의 시작은 지난해 12월 그린미디어에서 발행하는 글로벌이코노믹 회장 취임이었다. 그로서는 정·관·재계에 탄탄한 인맥을 구축한 데 이어 신생매체이기는 하지만 언론사 회장에까지 오름으로써 전성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글로벌이코노믹은 그가 회장에 취임하기 전부터 개인 홍보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는 글로벌이코노믹의 파워인터뷰라는 코너를 직접 진행하면서 정운찬 전 총리,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 임권택 영화감독 등 인맥을 더욱 확산시켰다. 하지만 그가 회장에 취임한 직후 <경향신문>은 잇따라 그린미디어를 둘러싼 ‘댓글부대’ 의혹을 제기했고, KTL과 그린미디어의 갈등이 시작됐다. 우연의 일치일지 모르지만 그는 KTL이 그린미디어에 준 용역계약을 취소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지난 6월 무렵 돌연 회장직을 그만뒀다. 그는 “글로벌이코노믹에서 나의 역할은 단순 무보수 명예직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와 파워인터뷰를 했던 정길생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이사장은 “김 교수가 신문사의 경영책임자를 맞게 됐다며 인터뷰를 요청해 왔다”고 기억했다. 정 교수와의 인터뷰 시점은 지난해 3월이다. 정 이사장의 기억이 정확하다면 김 교수는 공식 회장 취임 9개월 전부터 실질적인 경영을 책임지고 있었던 셈이다. 국정원 ‘댓글부대’로 의심 받는 용역업체의 단지 ‘얼굴마담’이 아니라 실질적인 회장으로서 그의 역할에 대한 규명이 필요한 이유다.

[단독]‘가짜 수료증’ 장사에 장·차관 동원한 국정원 출신 ‘댓글부대’ 회장의 힘

[단독]파면 팔수록 의혹만 더해지는 김흥기씨의 이력

[단독]KTL ‘댓글부대’ 의혹 새 전기

<강진구 기자 kangjk@kyunghyang.com>

<반론보도문>

경향신문은 원고에 대하여 2015. 11. 2. 보도한 [(단독)‘댓글용역’ 김흥기, 장 차관 동원해 ‘가짜 수료증 장사’] 기사, 2015. 11. 2. 보도한 [장, 차관 강사진에…미래부, 특허청, 한림원도 깜빡 속아 후원] 기사 등에서 ‘원고는 중국 과학원 명의를 도용한 중국과학원 지식재산 최고위과정을 개설하여 수강료로 1인 600만 원을 받음으로써 가짜 수료증 장사를 하였다’는 내용, ‘원고가 모스크바 국립대학에서 명예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것처럼 행세하였다’는 내용을 보도한 사실이 있습니다.

그러나, 원고는 위 각 보도에 대하여 원고가 운영하는 ‘지식센터 주식회사’는 중국과학원의 쓰용 교수가 부원장으로 재직하던 ‘중국과학원 가상경제 및 데이터과학센터’로부터 운영에 관한 정식 승인을 받아 ‘중국과학원 지식재산권 최고위과정’을 개설, 운영하면서 그 수료자에게 ‘중국과학원 가상경제 및 데이터과학센터’가 발급한 수료증을 교부하여 주었고, 원고는 ‘유라시아 무브먼트’로부터 명예이학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는 반론을 제기하므로, 이를 보도합니다.

K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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