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삶

김수억 “강간3범과 같은 형량…파업·집회는 탄압, 성범죄·재벌범죄에 관대한 대한민국”

2020.04.25 13:55 입력 2020.04.25 16:23 수정

김수억 전 금속노조 기아차비정규직지회장(‘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소집권자)은 문재인 정부 들어 10건의 재판을 받는다. 9건은 경찰이 국회와 청와대, 대검찰청, 국회와 노동청 앞 투쟁에 대해 집시법 위반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들이다. 2018년 파업으로 김수억을 포함한 노조 간부 7명에겐 10억800만원의 손해배상까지 청구됐다. 불법파견을 처벌하라고 벌인 파업이었다.

비정규직 이제그만은 5월1일 노동절 ‘해고를 금지하라! 악 소리도 못 내는 비정규직 긴급행동’을 진행한다. 마스크와 방진복을 착용하고 2m씩 거리를 둔 채 청와대로 행진한다. 김 전 지회장은 이 집회로 다시 구속될지 모른다. 2009년엔 불법파업 혐의로 기소돼 2년6월 실형을 선고(수원지방법원)받고 법정 구속됐다. 직전 선고에서 강간 전과 3범이 자신과 같은 2년6월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대한민국이 성범죄와 재벌 범죄에는 관대하지만, 불법을 바로잡으라는 집회와 파업은 탄압한다”고 했다. 그는 ‘모든 해고금지’ ‘휴업·실업수당 지급’ ‘4대보험 적용’ ‘상병수당 보장’ 등 비정규직 7대 요구, 해고의 고통을 두고 이야기했다. 지난 14일 만났다. 22일 추가로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단식 끝나고 건강은 어떤가.

“괜찮다. 큰 이상은 없다. 올해 현장으로 복직했다. 살아있으니까…. 먹고, 이야기도 하고….”

-공장분위기는.

“아무래도 걱정들이 많다. 화성공장은 당장 해고가 생기거나, 생산이 중단돼 일을 못하는 상황은 아니다. 식당 같은 데서 집단으로 밥 먹고 하다보니까, 불안감은 있다. 세계 자동차 공장들은 모두 셧다운을 했지만 유일하게 돌아가는 데가 대한민국 자동차 공장이다. 유럽에서는 예방 차원에서 공장 가동을 멈추면서 휴업수당을 지급하고, 일시적 해고중지도 기업에 요구한다.”

- 중소업체에선 무급휴직이나 해고 등이 현실화되는데.

“많이 발생한다. 항공, 공항 업종의 하청업체 비정규직에 대해 우선해고가 벌어진다. 9000명 중 절반 이상이 이미 무급휴직에 들어가가나 해고됐다. 대한항공, 아시아나 하청노동자들에게 대량해고를 통보되고 있다. 대리운전, 학원강사, 학습지 교사, 프리랜서, 방과후 학교 교사 등은 생계 곤란이 극에 달했다.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이유로 휴업수당이나 실업급여도 받을 수 없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주최로 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코로나19, 비정규직 증언대회 및 투쟁선포’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특수고용노동자 등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회견에서 “코로나19는 우리가 사는 사회의 불평등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면서 불안정해진 고용과 소득, 위협받는 생존권과 건강권 등에 대해 증언했다. /강윤중 기자

비정규직 이제그만 주최로 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코로나19, 비정규직 증언대회 및 투쟁선포’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특수고용노동자 등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회견에서 “코로나19는 우리가 사는 사회의 불평등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면서 불안정해진 고용과 소득, 위협받는 생존권과 건강권 등에 대해 증언했다. /강윤중 기자

- 5월1일 야외 집회를 준비중이라고 들었다.

“코로나로 모든 집회가 금지됐다.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도 크지만 당장 해고되거나 휴업수당, 실업급여도 없이 살아야 하는 생계의 고통, 두려움이 더 크다. 그런데 고통받는 당사자들이 목소리 낼 공간이 없다. 악소리도 내지 못하고 소리소문 없이 잘려나간다. 가족의 생계마저 벼랑 끝에 몰린 절박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5월 1일, ‘해고를 금지하라! 악소리도 못내는 비정규직 긴급행동’을 진행한다. 도심 세군데에서 시작해서 광화문광장과 청와대로 행진할 계획이다. 최대한 감염 예방을 위해 2m 이상 물리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진행하려고 한다. 마스크에 방진복도 착용한다. 오죽하면 방진복을 입고 거리로 나서겠는가. 무조건 집회를 금지할 게 아니라 왜 방진복까지 입고 거리로 나서는지 정부가 절박한 비정규직 당사자들의 요구에 귀 기울이고 생계 대책을 책임져야 한다. 비정규 노동자들은 이 시대 전태일이다. 당사자인 100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나서지 않으면, 사회적 목소리를 함께 모아내지 않으면 해답이 없다. 가장 고통받고 절박한 비정규직, 중소영세사업자 등 모든 이들이 함께 나서야 한다. 해고 금지, 휴업·실업 급여 지급, 모든 노동자에게 4대보험 적용, 노조할 권리 보장,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적용을 요구할 것이다. 한국사회 불평등의 근원, 죽음의 일터에 버려진 비정규직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5월1일 긴급행동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 요구 핵심은.

“지금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해고다. 1998년 IMF 경제위기 이후, 최대의 대량실업이 벌어질 것이라고 한다. IMF 시절 고통분담 하자고 했지만 결국 나랏돈은 기업에만 퍼주고 정리해고제와 파견법이 통과되면서 대량해고와 1100만 비정규직이 양산됐다. 이게 고통분담이었다. 코로나가 진정되어도, 과연 생활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까. 열에 아홉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적 경제 공황이다. 생산 자체가 멈추고 있다. 코로나 이후에도 경제가 어려워질 거라고 정부도 이야기한다. IMF 때 고통분담이란 게 어떤지는 지옥처럼 겪지 않았나. 코로나19 이후에도 노동자와 사회적 취약층에 대한 고통분담 요구, 사실상 고통전가가 뻔히 보인다. 또다시 과거를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 해고는 죽음이다. 가정이 파괴된다. 공무원 임금 동결하고, 최저임금도 동결하라 하지 않을까. 깎을 수도 있다. 정부가 코로나 대책으로 기업엔 퍼주고, 노동자, 중소영세업자한테는 고통분담을 하라는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 등 가장 큰 재난의 피해자와 당사자한테는 정부 지원이나 정책이 미치지 않는다.”

김수억 전 금속노조 기아차비정규직지회장이 지난 14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부근에서 코로나19 이후 비정규직 대책에 관해 이야야기하고 있다. 김종목 기자

김수억 전 금속노조 기아차비정규직지회장이 지난 14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부근에서 코로나19 이후 비정규직 대책에 관해 이야야기하고 있다. 김종목 기자

- 휴업·실업 수당 지급도 요구 사항인데.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취업자가 2660만9000명이고, 임금노동자는 2056만명이다. 이 중 고용보험가입자는 1380만명에 불과하다. 680만명이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계약직, 파견직, 하청용역 노동자들은 고용유지 지원금을 받을 수 있지만 회사가 신청을 하지 않는다. 4대보험을 적용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 220만명 등을 합하면 1400만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정부지원 대상에서 배제되고 있다. 근로기준법조차 적용되지 않는 5인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까지 포함하면 대다수 노동자들이 배고파서 못살겠다고 절규한다. 프리랜서와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 월50만원씩 3개월간 지급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특단대책이다. 5차 비상경제회의 코코나 경제위기 대책은 물에 빠진 사람에게 지푸라기 던져주는 겪이다. 배고파 죽겠다는 사람들에게 물 한바가지 주겠다고 하는 것이 대책인가 정말 묻고 싶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달에 50만원으로 살 수 있는가.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휴업수당과 실업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살아야 할 것 아닌가. 모든 노동자에게 4대보험 적용, 노조할 권리, 이주노동자에게 차별없는 동일 지원, 아프면 쉴 수 있게 상병수당 보장도 요구하고 있다. 마땅히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고통분담만 얘기하고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해 온 기업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30대 재벌의 사내유보금이 1000조원이 넘는다. 노동자들의 고혈을 짠 대가다. 재벌의 곳간은 차고 넘친다. 그런데도 경총은 오히려 쉬운 해고를 요구한다. 코로나 19와 아무런 상관없는 법인세, 상속세 인하를 요구하고,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사용자를 형사처벌하지 말라고 했다. 노동3권마저 무력화하는 노동개악안을 정부에 요구한다. 단 한번이라도 기업이 고통을 분담한 적이 있나. 역대 모든 정부가 재벌 편에 섰다. 국가적 재난 사태와 경제위기 속에서 온갖 불법과 비정규직 사용으로 부를 쌓은 재벌의 곳간을 열어야 한다. 미어터지는 재벌의 사내유보금을 환수해서 배고파서 못살겠는 노동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임시방편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해결책을 내놔야 한다.”

-노조 가입 안 된 이들은 더 힘들 듯한데.

“한국은 노조가입률이 10%밖에 안 된다. 1100만 비정규직 중 노조에 가입한 노동자는 2%에 불과하다. 무급휴직을 강요받고 해고가 남발되지만 그야말로 악소리도 내지 못하고 길거리로 내몰린다. 노조가 있는 곳은 악소리라도 내지만 노조가 없는 대다수 노동자들은 비빌 언덕조차 없다. 노조조차 가입하지 못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일방적인 해고와 무급휴직 강요로부터 악소리라도 낼 수 있는 보호망이 없다. 오죽하면 코로나19에 걸려서 격리수당이라도 받았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오겠나. 비참한 현실이다. 노조를 만들려면 구속되거나 해고를 각오해야 한다. 코로나19는 한번 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노조할 권리는 국가적 재난사태와 반복되는 경제위기 속에서 가장 고통받고 취약한 노동자들이 스스로를 방어하고, 삶을 보호하며 요구할 수 있는 최소한의 헌법적 권리다. 해고와 실업과 가난으로부터 헤어날 수 없는 비정규직 제도도 없애야 한다. 5인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해야 한다.”

[코로나19와 삶]김수억 “강간3범과 같은 형량…파업·집회는 탄압, 성범죄·재벌범죄에 관대한 대한민국”

-정부 노동 정책과도 이어지는 문제인 듯하다.

“3년 전 당시 문재인 후보가 현대기아차를 언급하며 대기업의 불벌파견만 바로 잡아도 일자리 40만개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바로잡겠다고도 했다.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하고 노동존중을 약속했다. 3년이 지난 지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잘리거나, 정규직 전환 약속에 속거나 일터에서 산업재해로 죽어간다. 문 대통령은 집권 뒤 적폐였던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재벌들에게 면죄부를 줬다. 범법자 이재용 부회장을 11번이나 만나고 애국자라 치켜세웠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단 한번도 만나지 않았다. 태안 화력발전소 청년 김용균은 ‘문재인 대통령 만납시다’라는 피켓을 들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소망했지만, 어두운 발전소 안에서 혼자 일하다가 무참히 죽어갔다. 이재용 부회장은 활개를 치고 있는데, 삼성의 노조탄압으로 평생을 고통받은 김용희씨는 1년 넘게 강남역 하늘감옥에 갇혀 있다. 재벌의 불법이 존중받고 노동자의 권리는 버려졌다. 현 정부의 노동정책은 노동존중이 아니라 재벌 존중이다. 문재인 정부는 한국사회 불평등의 근원인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약속했지만, 오히려 정부가 앞장 서 공공기관을 가짜 정규직 자회사로 만들었다. 최저임금 1만원을 약속했다가 산입범위를 확대해 오히려 최저임금을 빼앗아갔다. 불법파견이라고 대법원 판결까지 난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노동자들에게 자회사를 강요했고 오히려 대량해고를 자행했다. 문재인 정부 스스로가 불법을 저지르고 그것을 바로잡을 의지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는 이미 확인됐다. 비정규직 노동자 당사자들이 스스로의 요구와 권리를 위해 싸울 때만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박근혜 정권을 퇴진시킨 것이 누구였는지를 문재인 정부는 엄중히 돌아봐야 한다.”

-해고에 옥살이를 이미 겪었는데.

“노조 만드는 과정에서 구속되면서 두차례 감옥 다녀왔다. 한번은 4개월 한번은 2년 6개월 감방에서 살았다. 재벌들처럼 십수년간 불법파견을 저지르고 수백억 비자금을 횡령한 것도 아닌데 노조를 만들고 파업을 했다는 이유로 구속되고 실형을 살고 해고됐다. 복직까지 5년이 걸려고, 15년째 해고 생활중인 동료가 있다. 같은 해고자였던 동료는 고통속에 자결을 했다. 법대로 현대기아차 재벌의 불법파견을 처벌하고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47일 동안 단식 했다. 서글펐다. 십수년간 불법을 저지른 재벌은 구속은커녕 조사조차 받지 않는데, 법대로 해달라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곡기를 끊고 감옥에 가야 하는 현실이 기막혔다. 정부도 검찰도 국회도 모두 불법을 저지르는 재벌 편이었다.”

- 해고됐을 때 가족은 누가 돌봤나.

“부모님께서 연세가 많으시다. 여동생이 투병 생활중인데 해고 돼 감옥에 있을 때 가족 생계나 치료비 문제가 갑갑했다. 누나 혼자 가족 생계를 감당해야 했다. 감사하게도 조합원들이 한푼 두푼 모아 후원해 주신 걸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었다. 지금은 다행히 복직해 일하고, 노조 활동도 한다.”

-지난해 경찰이 청와대 기습 시위를 두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가, 법원이 기각하디고 했는데.

“사회적 여론을 타면서 재판부가 영장을 기각한 것 같다. 지금 같은 분위기면 구속됐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재판 받고 있눈 게 10건이다. 9건은 국회와 청와대, 대검찰청, 국회와 노동청 앞에서 투쟁했던 것이다. 9건이 병합돼 재판이 진행중이다. 경찰이 집시법 위반, 도로교통법 위반, 폭력행위등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건 것들이다. 다른 한건은 2018년 노조파업 건인데 나를 포함한 7명의 노조간부에게 10억800만원의 손배까지 청구된 상황이다. ”불법파견을 처벌하고 바로잡으라“고 파업했는데 오히려 법대로 하라고 요구한 노동자들이 손배를 맞고 처벌을 받을 상황이다. 코로나로 재판이 지연됐는데 5월부터 다시 재개된다. 구속이 되거나 해고가 되거나 비정규직 노조를 하는 대다수 노동자들의 현실이다.

- 산재 문제도 있는데.

“작년 김훈 작가님이 경향신문을 통해 발표한 ‘죽음의 자리로 또 밥벌이 한다’, 그 전에 경향신문의 ‘오늘도 3명이 퇴근하지 못했다’는 보도는 정말 충격이었다. 사망자 명단을 1면에 적은 경향신문을 두달 동안 가지고 다녔다. 화력발전소 청년 김용균을 통해 다시금 일터의 죽음 문제가 사회적으로 부각됐다. 한해 2400여명이 죽는다. 한달로 따지면 매달 200명이 일터에서 죽는다. 코로나로 3개월 동안 230여명이 사망했다. 매달 질병으로 200여명의 사람이 죽어난다면, 과연 사회가 침묵할 수 있을까. 한해 2400명 죽어가는데도, 모두가 이 죽음을 아는데도 방치하고 있다. 기업의 살인이고, 사회적 살인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생명보다 이윤이 먼저인 야만의 비정상국가다. 해결책이 없는 것이 아니다.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을 제정하고 산안법을 전면 개정해서 처벌을 강화하고 산재가 일어나지 않는 노동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죽음의 일터에서 가장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비정규직 제도를 없애야 한다. 일터에서 사람이 죽었는데도 기업에 그 책임이 있는데도 벌금 400만원이 처벌 수준이다. 어떻게 일터가 안전해지겠나. 일하다 죽지 않게 해달라는, 이윤보다 생명이 우선이라는 이 상식적인 요구가 실현될 수 있도록 모든 이들이 함께 나서야 한다. 죽음의 킬링필드를 끝내야 한다.”

서울시와 종로구가 2월27일 오전 광화문 세종대로의 농성장 천막 7개 동을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을 실시했다.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가 농성 중인 천막이 철거되자 문기수의 아내 오은주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김창길 기자

서울시와 종로구가 2월27일 오전 광화문 세종대로의 농성장 천막 7개 동을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을 실시했다.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가 농성 중인 천막이 철거되자 문기수의 아내 오은주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김창길 기자

- 문중원 열사 투쟁 때도 동참했는데.

“그때도 단식했다. 문 열사 부인인 오은주씨가 단식했는데, 유족이 한 건 처음이었다. 유족만 하게 할 순 없었다. 그 전에 47일 단식이 있다보니 열사가 죽고 100일 지나도록 정부가 마땅히 책임져야 할 죽음이나 마사회 문제를 철저히 무시하는 걸 보면서 가만 있을 수 없었다. 정부는 방관만 한 게 아니라, 장례식장과 다름없던 시신이 있던 농성장을 경찰 500명, 용역 300명을 동원해 짓밟았다. 코로나19로 모이면 안 된다고 해놓고 경찰과 용역을 그렇게 불러 모았다. 마사회 적폐를 폭로하고 자살한 분인데도, 경찰과 용역을 동원해 폭력 휘둘렀다. 김미숙씨도 끌려나와 다쳤다. 나도 실려나갔다. 이렇게 밟히면서 정부가 어떻게 이럴 수 있지란 생각이 들었다. 문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하고, 노동 존중 하겠다는 게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10대 거짓말도 발표했는데, 마사회 적폐에서 새삼 느꼈다. 장례 치르려고 마사회가 합의하고 시신 안치하려고 부산까지 갔다. 장지로 가는 데 회사가 합의 깨겠다고 해서, 바로 가지 못하고 마사회로 가서 다시 항의하다가 날 컴컴해서 갔다. 비가 추적 추적 왔다. 피눈물 흘리면서 문 열사를 안치했다.(울음) 정부가 결정권을 가진 마사회 같은 공공기관에 대해서도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안 했다. 부패를 폭로한 죽음을 무시하는 정부 민낯을 보면서, 코로나19 이후 나온 대책이 이상한 것도 아니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기업에 100조원을 퍼줘도, 노동자 생명, 생계 문제는 철저하게 무시하고 가는 듯해서.”

- 코로나19가 진정된 뒤 상황은.

“문 대통령이 위기가 기회라고 이야기하더라. 그 말이 참 무섭게 느껴졌다. 코로나 같은 국가적 재난 사태에서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무엇일까. 기업들이 요구하는 쉬운 해고를 만들고, 부당노동행위도 법적 처벌 안 하고, 장시간 근로 확대하고, 최저임금도 동결시키려는 게 기회라는 걸까. 노동자한테 철저하게 고통 전가해서 기업 사는 기회가 열리는 걸 바라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19가 끝나도 원래 생활로 못 돌아갈 것이다. 진정되면 해고가 중단될 것인가, 경제 어렵다고 하면서 더 많이 해고, 더 권리를 빼앗으려 할 것이다. ”

-노조 운동은 왜 시작했나.

“2003년에 입사했다. 첫 출근해서 든 생각이 출근하지 말까였다. 일은 너무 힘들고, 돈은 너무 적었다. 관리자가 면접 자리에서 ‘특근 때 안 나오면 해고되는 거 알죠, 해고 사유입니다’라고 하더라. 말도 안 되는 일인데도. 바로 옆에 정규직이 있잖아요. 같은 공장 안인데도 정규직 일하는 환경이란 비정규직 환경이 천지 차다. 겨울인데 난로가 없고, 여름인데 에어콘은커녕 선풍기도 없다. 물이 땡땡 얼었다. 장갑은 소모품인데, 기름을 만지려면 하루 2켤레가 필요한데 회사는 한달에 10켤레만 줬다. 정규직은 장갑을 쓰다 버렸다. 제일 비참한 게 정규직이 쓰레기통에 버린 장갑을 주어 빨아서 쓴 것이다. 창피하니까 비정규직 동료끼리 돌아가면서 장갑을 걷어 왔다. 악질 관리자 횡포 처벌이 첫 요구였다. 30대든, 40대든 관리자들은 60, 70 넘은 분들한테도 반말하고, 욕설을 내뱉었다. 찍소리도 못했다. 노조밖에 답이 없다고 생각했다. 동료들이 말렸다. ‘안 해봤을 거 같냐, 다 실패했다’고. 2년 동안 준비해 만들었다. 2005년 기아차 사내 하청으로 처음 만들었다. 그때 나를 포함해 3명이 구속됐다. 노조 만들고 임금과 환경이 조금씩 나아졌다. 그러다 불법파견이란 걸 알게되면서 법대로 하라고 싸우는 게 16년째다.”

- 첫 파업은 어땠나.

“생애 첫파업은 2005년 8월24일로 기억한다. 그날 조합원들이 많이 울었다. 그때 사회를 봤다. ‘파업했습니다 공장이 섰습니다’고 선언하니까 많이들 우셨다. 다들 많이 올까, 다른 동료들은 일하면 어떻게 하지 같은 걱정을 많이 했다. 실제로 다 모였다. 가슴이 벅찼다. 공장도 다 섰다. 관리자한테 욕 먹으며 사람대접 못 받던 우리들이 일을 안하니까 공장이 서버린 거다. 당시 화성공장 노동자가 1만5000명이었는데, 20% 정도인 1000명의 비정규직 조합원이 일손 놔버리니까 공장이 멈췄다. ‘우리가 주인이지, 우리도 사람 대접 받아야지’ 이런 생각이 컸다. 파업을 11월까지 했다. 구속 되고, 손배도 날아왔지만 단체 협약을 최초로 체결했다. 감옥 다녀온 사람들은 다 복직했다. 지금도 노조하려면 구속과 해고를 각오해야 한다. 그래서 못 나서는 거다.”

- 선고 때는 어땠나. 감옥 생활은.

“2년 6개월 실형 받았을 때 실감이 안 나더라. 법정구속됐다. 2년6개월 살 일인가. 제앞의 죄수도 2년6개월 받았다. 강간이었다. 전과 3범이었다. 강간 3범하고 똑같은 선고를 받러라. 1심은 수원지방법원이었다. 2심 가면 보통 형량이 깎이는데, 기각되더라. 강간해도 집유로 나가고, 합의하면 풀어준다. 재벌들은 수백억 횡령을 해도 집행유예로 구속하지 않는다. 유독 노동자 파업, 집회시위만 악랄하게 탄압한다. 형도 세고요. 정몽구는 수백억 비자금 적발돼 구속되고도 집유로 나오지 않나. 이재용은 판사가 대놓고 풀어주겠다고 하는 거지 않나.”

- 곧 총선인데.

“양극화와 불평등 문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문재인 정부나 민주당이 할 수 없다는 걸 이른바 민주당 정부의 세 번 집권에서 확인했다. 문 대통령이 비정규직 제로 시대 선언하고도 이렇다. 누구도 비정규직 문제를 대신 해결해 줄 수 없다. 1100만 비정규직 당사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위해, 불평등의 근원인 비정규직 제도를 없애기 위해 얼마만큼 단결하고 투쟁하느냐에 달려 잇다. 이 땅 절대 다수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죽음과 차별이 일상화된 한국사회를 바꿔내는 당당한 사회적 주체로 세력화 될 때, 다른 한국사회, 진정으로 정의와 상식이 통하는 평등사회가 열린다고 생각한다. 보수당인 민주당과 극우세력인 미래통합당이 지배하는 양당 정치와 총선판에서 노동자 민중의 삶은 바뀌지 않는다. 노동자 민중을 위한 정치는 그 누가 대신할 수 없다. 재벌 편인 지금의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더더욱 그렇다. 한국사회를 바꾸고 싶은 노동자와 시민들이 직접행동에 나서야 한다. 그 속에서 노동자 민중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정치가, 새로운 정치세력화의 주체가 형성될 것이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이 단결과 투쟁의 대표체가 되려고 한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110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와 요구를 대변하고 끊임없이 함께 단결하고 투쟁한다면, 희망을 찾으리라고 확신한다.”

※경향신문은 비정규직·이주·문화예술 노동자, 장애인·노숙인 지원 단체 활동가 6명을 만나 코로나19와 삶, 투쟁에 관해 물었다. 운동가이자 당사자인 이들에게서 어떻게 사는지, 무엇을 하며 살지도 들었다. 보건 전문가, 인문학자 의견도 들었다. 24~25일 [코로나19와 삶 연속인터뷰]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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