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삶

김희정 “당신 한국 사람 아냐, 누구 편을 들어”

2020.04.24 17:06 입력 2020.04.25 00:17 수정

대구 성서공단 여러 이주노동자들이 코로나19 이후 한국을 떠났다고 한다. 김희정 성서공단 노조 위원장은 “(정보 부재와 고립 등으로) 불안감이 커졌다. 한국에서 나를 지켜주는 세력이 아무도 없다는 데서 오는 공포감도 크다”고 했다. 고향으로 떠난 이주노동자들에겐 월급과 퇴직금 문제가 남았다. 이들은 노조에 위임하고 귀국했다. 김 위원장은 “퇴직금이나 임금을 달라고 하면, 한국인 사장들이 당신 한국 사람 아냐? 누구 편을 들어’ 이런다. 모든 한국 사람이 그렇지 않겠지만, 맘속에 이주민 차별, 배제가 깔려 있지 않나”라고 했다.

성서공단에 절망과 희망, 단절과 연대가 공존했다. 여러 한국인들이 연대했다. 공단 주변 주민, 서울대병원 간호사들이 마스크를 보냈다. 주민들은 이주노동자에게 나눠줄 마스크 포장도 함께했다. 김 위원장과는 지난 16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주노동자들이 오도가도 못한다고 들었다.

“3월 말 노조로 마스크를 받으러온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이 ‘한국인들은 왔다갔다 하는데, 사장이 우리한텐 공장과 기숙사 바깥에 나가지 마라고 했다. CCTV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입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코로나 숙주처럼 이야기 돌고 있을 때라 염려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주노동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기분이 상했을 것이다. 대구는 작은 공장이라도 마스크를 안 쓰면 못 들어간다. 출입금지 명패가 다 붙어 있다. 그러니 더 밖으로 못 나간다. 굉장히 많은 이주노동자들 이런 취급과 대접을 받았다. 코로나 발생 초기엔 이주노동자를 위한 정보가 하나도 없었다. 한국하고 MOU체결해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나라가 16개국이다. 다 영어를 아는 것도, 중국어를 아는 것도 아닌데 중국어로만 번역됐다. 30초간 손을 씻어라, 기침할 때 옷소매로 가려라 같은 게 홍보가 안 됐다. (정보가 없다 보니까) 몽골 친구가 코로나 걸려 죽었다, 한국 정부가 베트남 친구를 돌려보냈다’는 소문이 돌았다. 원래 지병이 있던 이주노동자 한명이 죽었지만, 코로나로 죽은 건 아니다.”

경기지역 이주노동자공동대책위원회를 비롯한 70여개 이주민 인권 및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9일 경기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재난 속에서 함께 사는 지역 주민을 구별해서 차별하지 말라”며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을 외국인 주민에게도 지급하라”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경기지역 이주노동자공동대책위원회를 비롯한 70여개 이주민 인권 및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9일 경기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재난 속에서 함께 사는 지역 주민을 구별해서 차별하지 말라”며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을 외국인 주민에게도 지급하라”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 지금 이주노동자들은 어떻게 지내나.

“(정보 부재와 고립 등으로) 불안감이 커지면서,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귀국을 서두르는 친구들이 생겼다. 문제는 집에 가면 퇴직금과 월급을 어떻게 할지 같은 문제가 생긴다. 많은 친구들이 성서공단노조 상담소에 이 문제를 상의하러 온다. 한번에 몰려서 고생을 많이 했다. 그런데 해결은 못하고 우리한테 위임만 하고 떠난다. 많이들 돌아갔다. 경기가 안 좋다보니까, 해고 이주노동자들도 굉장히 많다. 코로나에서 오는 불안감, 한국에서 나를 지켜주는 세력이 아무도 없기 때문에 오는 공포감이 컸다.” 아직도 상당수 사업주들은 월급을, 퇴직금을 안 줘도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많은 노동자들이 퇴직금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이주노동자 퇴직금이나 임금을 달라고 하면, 한국인 사장들이 ‘당신 한국 사람 아냐, 누구 편들어, 우리 회사 얼마나 힘든지 알아’ 이런다. 모든 한국 사람이 그렇지 않겠지만, 맘속에 이주민 차별, 배제가 깔려 있지 않나.“

- 못 돌아가는 이들은.

“퇴직금 나오길 기다리는 친구도 있고, 코로나 지나면 다시 회사가 괜찮아지길 기다리는 친구도 있다. 한편으론 본국이 더 위험한 상황이다보니까, 지금 해고되더라도, 배고프더라도 참고 여기서 기다린다. 본국 가면 일자리도 없다. 한국은 코로나가 줄어드는 추세인데, 동남아 등지는 생기는 상황이다. 가족들이 지금은 돌아오지 말라고 한다고 들었다.”

-코로나 초기 마스크 구매가 힘들었다는데.

“지금은 마스크 문제가 많이 해소됐는데, 처음엔 마스크든 소독제든 구할 수도 없고, 인터넷 구매도 불가능했다. 정보부족에서 오는 불안함으로 비닐장갑을 두 개, 세개씩 끼거나 면마스크를 두 개씩 겹쳐서 끼거나 KF 마스크를 빨아 쓰는 친구들도 있었다. 처음엔 비싼 돈이라도 주고 살 수 있었는데, 5부제 이후엔 그것마저 어려워졌다. 초반엔 외국인 등록증, 건강보험증을 가져가야 했다. 건강보험증도 발급도 힘들다. 이게 문제 되니까, 정부가 입장을 바꿔 외국인 등록증만 가져오면 구매가 가능하도록 방침을 바꿨다. 그런데 이주노동자들은 오전 8시 일을 시작해, 오후 8시 일을 마친다. 토요일에도 많이들 일한다. 토요일 오후나 일요일에 가서 살 수밖에 없는데, 주말 가 봐야 문 여는 데 도 못 찾고 해서 못 구했다. 비자 없는 노동자들은 아예 방법이 없었었다. 사장이 시키는대로 방에서 안 나오는 방법 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불안에 떨다 못해 귀국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바이러스는 평등하지 않다는 이야기 많이들 하는데, 한국인들한테 마스크나 소독제 많이 줘도 이주노동자가 한명 걸리면, 공장 노동자들 다 걸리는 건데 왜 그런 생각 못할까, 돈 문제가 아니라 안하는 걸까, 정부나 지자체가 조금만 생각이 있으면 왜 그리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민주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자료를보니까 정부의 기업지원예산은 160조원인데 계산 해보니까 노동자쪽, 일하는 사람들한테는 1.5조원 투입할 계획이라고 하더라. 이런 데서부터 정부의 기본 마인드를 본다.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있는 이유가 자신의 필요도 있지만, 이들이 없으면 공장 안 돌아가는 데가 진짜 많다. 사업주들이 원한다. 등록, 미등록 포함해서 추정으로 150만명의 노동자들이 일하고, 결혼 이주여성 등 포함하면 250만명이다. 이들은 재난기금 같은 대책에서 다 제외하지 않았나. 유럽 같은 경우 다 주지 않나. 외국인도 주고, 한국은 왜 이럴까. 난 (이주노동자들을)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성서공단노조가 마스크 지원에 나섰는데.

“지금까지 전국에서 2만5000장쯤 마스크를 지원받았다. 코로나 초반 몇시간을 한참 줄서서 산 12장을 보낸 동네 분도 있다. 경북대 4학년 학생은 자기 돈으로 소독제 200미리리터 40통을 만들어 보냈다.”

성서공단 에이치엔텍 이주노동자들이 지난 3월24일 회사 주변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희정 위원장은 “회사가 취업규칙을 강제적으로 변경해 회사가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해고가 가능하도록 했다. 매일 중식집회와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 제공

성서공단 에이치엔텍 이주노동자들이 지난 3월24일 회사 주변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희정 위원장은 “회사가 취업규칙을 강제적으로 변경해 회사가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해고가 가능하도록 했다. 매일 중식집회와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 제공

- 공지를 냈나.

“다들 알아서 보내주셨다. 그때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생각했다.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보내달라고 공지했다. 다만, 이주노동자들을 동정해선 보내지 마라, 권리에서 배제된 노동자로 인식하고 보내주면 좋겠다고 했다. 그때부터 여기저기서 보내들 주셨다. 서울대병원 간호사 4분이 20장 모아서 보내셨다. 1000장, 2000장 보내신 분들도 정말 고마운데, (마스크 구하기 힘든 시기 몇장이라도 손수) 보낸 분들이 기억난다. 중국인 한분은 중국에서 KF95마스크를 노조에 보내주셨다. 뭉클했다. 그 마스크를 떠올리면서 긴장하고, 생각을 다잡고 한다. 마스크 포장해주신 분들도 대단하gle. 덴탈 마스크 50장 들어오면, 5장씩 10개 분리해야 했다. 지역 주민들이 일요일 낮에 샌드위치니 고구마니, 비빔밤이니 만들어오셔서 분리 작업을 해주셨다. 그 때도 많이 오셔서 기억이 남는다.”

-어떻게 나눴나.

“이주노동자들이 원래 밖에 못 나간다. 비자 없는 친구들은 강제추방 위험이 있다. 우리가 마스크를 가지고 찾아갔어요. 검단, 고령, 다산, 왜관 공단으로 또 네팔 쉼터니 인도네시아 쉼터, 아시아 마트, 식당 등에 갔다. 더 먼 데는 택배를 보냈다. 지금은 여러 군데서 하지만, 처음 성서공단노조만 마스크를 나눠줬을 때 왕복 택시비 3만원을 내고 받으러들 오곤 했다. 주머니에 돈이 없고 한국말 모르고, 친구가 없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노조에서 나눠줘도 정보를 얻지 못했다.

- 이주노동자는 몇 명인가.

“성서공단에 일하는 사람이 6만명이다. 민주노총 소속은 정주,이주노동자 모두 500명정도인데 이주노동자들은 100여명 된다.”

- 공단 분위기는 어떤가.

“고용노동부가 3월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같은달 보다 실업급여 지급액이 40.4% 늘었다. 특수고용노동자나 자영업자가 제외된 상황에서도 해고되는 정주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이주노동자들은 실업급여 대상도 안 된다. 이주노동자한테도 고용보험을 냈다, 안 냈다가 기준이 아니라, 실업 수당이나 생계비는 보장해야 한다.”

- 여당이 총선에서 압승했는데.

“경기 상관없이 탄력근로제나 노동법 개악, 경총의 40개 요구도 추진할 것 같다. 노동자들이 힘을 모아 가야하는 게 노동절인데, 민주노총이 집회를 안 하기로 했다. 성서공단노조는 4월26일 이주노동자 집회를 하기로 했다. 코로나 때문에 위험하다고들 하지만 대체 방법을 찾으면 된다. 옛날 대우전자가 대유로 넘어갔는데 거기 비정규직 노조 분들이 만든 구호가 ‘코로나도 무섭지만, 비정규직이 더 무섭다’이다. 코로나로 죽게 생겼는데, 사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하는 생각도 든다. 조선업 구조조정이다, 자동차 안 좋다, 최악의 경기다, IMF때보다 힘들다, 노동자들 더 해고 될 거다, 말하면서 실제로는 노조가 그 준비를 안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좀 답답하다. 우리가 힘 없지만, 이주노동자 모여 봐야 몇 안 되지만, 그런 상황에서 코로나 상황에서 못 나오는 친구들이 많겠지만, 소수라도 모여서 뭐라도 제기하려 한다. 정규 노동자한테도, 정부한테도 요구하고 내부에서도 각성하는 계기를 만드려고 한다. 난 민주당에 원래 기대가 없었다. 이번에 소수정당들이 왜 표를 못 받았나도 보면, 민주당 하고 차별성이 별로 없어서 그렇다. 정의당이 비정규직 철폐, 무상의료, 무상교육 같은 노동자들 요구를 전면에 확 걸고 나갔어야지. ‘우리(정의당)가 너네(민주당) 완충지대 해줄게’ 아니었나. 민중당도 마찬가지다. 다른 당은 말할 것도 없다. 변혁은 현실적으로 오랜 기간이 필요할 것 같다.”

영남대의료원 해고자 복직 투쟁 현장의 김희정(오른쪽) 성서공단노조위원장과 차민다 부위원장. 김 위원장 제공

영남대의료원 해고자 복직 투쟁 현장의 김희정(오른쪽) 성서공단노조위원장과 차민다 부위원장. 김 위원장 제공

-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오래된 과제인데.

“시간이 더 필요한 문제 아닌가 싶기도 하다. 노동자들의 주체적인 의식, 노동자 의식을 향상시키는 운동을 다시 좀 부활해야 하지 않나, 그게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자동차 만드려면 부품 3만여개가 필요하다고 하더라. 자동차 만드는 원청하고 1차 벤더는 작지만, 인정받는 사회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 밑에 2차, 3차까지 내려면 정말 필요한 부품을 만드는데도 노동의 가치를 인정 못 받는다. 노동이나 자존감, 자존심은 인정 못받는다. 노동의 값어치가 이것밖에 안 되나 하는 생각들 한다. 인간다운 대접을 받고, 사회에서 인정받는 노력을 다시 해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 병원 청소하는 분들은 일은 아무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병원에서 없어선 안될 일을 하는데도 인정 못 받는다. 톨게이트 노동자 일도 마찬가지다. 이런 사회적인 노동의 기준 올리는 활동, 운동이 필요하다. 이번 총선에서도 그랬고, 어디에서도 그 일을 안 한다. 노동당만 비정규직 철폐 공약을 내걸었다. 의회정치나, 정당운동에 우리가 시간을 조금 더 시간 갖기보단, (비정규직 철폐 같은) 현실정치에 시간과 노력 투자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공단은 이주노동자, 여성노동자, 고령노동자 주축이다. 70까지 일하는 분도 많다. 그런 노동자들이 만든 부품이 없으면 엔진도, 자동차도 안 굴러가지 않나. 그런 이야기 자랑스럽게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요즘은 그런 노동자의 자부심을 잃어버리진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코로나19와 삶]김희정 “당신 한국 사람 아냐, 누구 편을 들어”

※경향신문은 비정규직·이주·문화예술 노동자, 장애인·노숙인 지원 단체 활동가 6명을 만나 코로나19와 삶, 투쟁에 관해 물었다. 운동가이자 당사자인 이들에게서 어떻게 사는지, 무엇을 하며 살지도 들었다. 보건 전문가, 인문학자 의견도 들었다. 24~25일 [코로나19와 삶 연속인터뷰]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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