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삶

조기현 “‘어떻게 살 것인지’ 묻는 게 고통스러운 일”

2020.04.24 20:47 입력 2020.04.25 00:15 수정

조기현 시인(다울협동조합 대표)은 대구에서 노숙인들에게 도시락 나눔을 하고 있다. 그는 “세월호 참사 때 대구에 있으면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코로나19 때는 뭐라도 하자, 저 사람들 굶어죽게 놔둘 수는 없지 않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 시인이 전한 대구 상황은 암울하다. 노숙자는 늘었다. 식당은 문을 닫았다. 거리엔 사람이 없다. 그는 코로나19 이후를 두고 비관한다. “회복 기미가 안 보이면 고통은 더 심해질 것 같다”고 했다. 지난 9일 전화 인터뷰를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대구에서 노숙인들에게 도시락 나눔을 한다고 들었다.

“코로나 터지고 사람 못 만나게 하니까 전국적으로 무료급식소를 중단시켰다. 대구는 노숙인 쉼터를 이용하는 이가 20명이고, 이용하지 않는 이가 120명 정도 된다. 2월18일 31번 확진자가 나온 그 다음날부터 급식이 중단됐다. 다울협동조합 마을목수 학교도 전면 중단했다. 생산을 위한, 돈을 남길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6년 전 세월호 참사 때 대구 있으면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코로나 때는 뭐라도 하자, 저 사람들 굶어죽게 놔둘 수는 없지 않느냐고 생각했다. 예산 갖고 무조건 해보자 해서 도시락 나눔을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같이 하겠다고 했다. 심지어, 가난한 시인들도 십시일반 내놓고 해서 도시락 나눔을 해왔다. 대구 마을기업들도 생산하는 게 없어 폐업 수준에 있지만, 이 일에 동참하고 있다. 코로나가 한풀 좀 꺾였지만 도시락 나눔은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후원금도 들어왔다. (도시락 나눔 하라고) 소중한 정성을 보낸 거니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나중에 알고보니까, 코로나 전에도 거리 노숙인들에게 저녁 무료급식 하는 데는 없었다. 점심을 주는 데는 많았는데. 요즘 저녁 도시락 나누는 일도 하고 있다.”

조기현 시인이 노숙인 도시락 나눔 장소에서 발열 체크를 하고 있다. 조기현 시인 제공

조기현 시인이 노숙인 도시락 나눔 장소에서 발열 체크를 하고 있다. 조기현 시인 제공

- 현장은 어떤가.

“전쟁을 겪어보진 않았지만, 전쟁이 아마 이것보단 더 심각하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다. 거의 초토화했다. 식당은 문 닫고, 거리엔 사람이 없다. 생산할 거라곤 아무것도 없으니 노숙인들이 일 못 나가는 것도 당연하다. 재난에 가까운 돌림병이 생기자, 가장 피해보는 건 사회적 약자들이더라.”

- 협동조합 사업도 중단이라고 했는데.

“협동조합을 하게 된 이유, 가난한 이웃과 함께 하는 이유가 있다. 자기가 하고 싶어서 노숙인 된 사람이 없다. 노숙인들은 저성과자라는 이유로,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고용 기회가 박탈당한 사람들이다. 사회적 일자리는, 그 사람 힘에 맞는 일을 찾아주는 것이다. 국가와 사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국가 사회가 하지 않으면 우리라도 해야지 하고 가난한 이웃과 살아가고 있다.”

- 노숙인 중에 건설직 노동자 출신이 많다고 들었다.

“쪽방 주민이나 노숙인들 전직 물어보면 70% 정도다. 지금도 대부분 건설 일용직이나 청과시장 하역작업 일용직으로 살고 있다. 공무원 퇴직했다고 노숙인이 되겠나. 저는 노동운동을 30년 넘게 했다. 건설노조 위원장도 하고 했다. 어느날 정리하고 협동조합을 하게 된 배경이 건설 일용직 노동자의 은퇴 이후 문제 때문이다. 이들은 퇴직금도 없다. 망치 자루 놓는 순간 도시 빈민으로 전락한다. 어느날 노동운동을 관두고 다울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다울은 ‘너도 나도, 다 우리다’라는 뜻이다.”

대구 시민들이 노숙인에게 전할 도시락을 만들고 있다. 조기현 시인 제공

대구 시민들이 노숙인에게 전할 도시락을 만들고 있다. 조기현 시인 제공

-최근 대구쪽 건설 경기는.

“대구 건설이 다른 지역에 비해 물량이 떨어졌다. 실업자가 많은 상태다. 국가에서 지원한다는데, 50만원 갖곤 한달도 힘들다. 노숙인들은 저축한 것도 없다. 하루 하루 버티기 힘들다. 노숙하는 사람들 하고 이야기해보면, 일하기 싫어서 일 안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하도에 노숙하면, 지하철 막차가 떠나야 자러 들어간다. 첫차 들어오기 전 박스를 개고 나가야 그 다음날 잠자리 보장된다. 첫 차 오기 전 씻고 시내 배회하면서 파지를 줍거나 청과시장에 하역 하러 가야 되는데, 코로나 터지니까, 하역 작업도 없어졌다. 학교도 안 하고, 급식 안 하니까. 농산물도 갈아엎는다니 하니까 하역 작업은 더 말할 것도 없는 상황이다.


-노숙인들 상황은.

“일반인들은 노숙인 하면 일하기 싫어 저러나 싶지만 사실이 아니다. 거동 불편 노숙인들이 있지만, 왔다갔다 하며 일하는 이들이 많다. 일용직으로 돈을 좀 벌면 24시간 만화방에도 가고 찜찔방에도 간다. 돈 떨어지면 노숙하러 온다. 건설현장이나 하역일이 줄었다. 코로나가 그 일마저 빼앗아갔다. 만화방이나 찜찔방에서 거리로 나오는 노숙인들이 늘어났다. 하루 6000원 하는 만화방에 줄 돈이 없으니까 역으로 가거나 지하도로 내려온다. 이들에게 어떻게 살래 묻는 거 자체가 고통스러운 일이다.”

- 어느 정도 늘어났나

“통계는 도시락 개수 보면 안다. 코로나 터지고 도시락 나눔을 우리 조합이 처음 시작할 때 하루 한 100개, 120개 정도였다. 2주 정도 지나 대구노숙인 지원센터 하고 몇군데서 함께하는데 지금은 우리 조합이 60 개 정도 하고, 대구역 60개, 동대구역 70개 정도 나눈다. 남아돌진 않는다, 도시락 개수가 노숙인 숫자라고 보면 된다. 60~70명 늘어났다.”

- 마을목수 학교 상황은.

“코로나로 마을목수 학교 수업이 7주째 중단됐다가 이번주 처음 다시 시작했다. 마스크 끼고, 하루 두 번 방역하고 있다. 우리만 따져 봐도, 두달간 손실금이 한 3000만원 가량 된다. 직원이 6명인데, 저야 노동운동 했으니까, 체불은 못한다. 생산 없더라도, 계속 월급 주고, 월세 주다 보니까 3000만원 손실이 생겼다. 생산으로 이윤, 수입 잡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대구 시민은 어떤가.

“마을목수학교 있는 데가 대구에서 가난한 동네다보니까, 주변 식당이나 만화방 보면, 월세 낼 엄두도 뭇 낸다. 보증금 까먹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데, 하늘만 쳐다본다. 끝났다 하더라도 나아질 게 없을 것 같다는 우려들 하고 있다.”

노숙인들이 생활 실태조사 항목에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조기현 시인 제공

노숙인들이 생활 실태조사 항목에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조기현 시인 제공

-코로나 이후 삶은.

“공황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은 정신 차릴 수 없을 정도로 갑자기 몰아쳐서 뭐를 해야할지 모를 것 같은데, 고통은 더 심해질 것이다. 회복 기미가 안 보이면, 자살이나 폭동으로 이어지진 않겠지만, 소요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노숙인들은 생명에 대한 질긴 의지 같은 갖고 있다. 그런데 노숙 안하는 사람들 중에선 동반자살로도 이어지지 않나. 대구 황금동에서 휘발유 붓고, 분신자살 시도했다. 대구 북구에 4인 가족 동반 자살도 나오고, 코로나 희생이 비관 자살로 자꾸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그런 불안감이 있다.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채 많이 희생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한편으론 경제 어려워지면 가정 파탄도 많이 일어날 것 같다. 경범죄를 저질러 자발적으로 교도소가 먹고 살 생각을 하는 사람도 다수가 생길 것같다.”

- 비관적인 듯하다.

“학교 비정규직만 해도, 두달 수입 없으면 50만원만 갖고 어떻게 살겠나. 학자들이야 과학적, 경제적 지표 갖고 이야기들 하지만 내 주변에서 부대끼는 분들은 대개들 비관한다. 대구라는 데가 아무것도 안 되고 있다. 공무원이나 공기업 정규직 직원이나 재택하거나 출근하지, 영세공장 다니는 사람들 이야기 들으면 1주일에 무급휴직을 2, 3일씩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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