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게임같이” 도박을 시작했다…그리고 ‘빚의 노예’가 됐다

2020.10.10 06:00 입력 2020.10.10 14:27 수정

온라인 불법 도박에 빠진 아이들

■짜릿한 돈맛 좇아…‘도박’에 빠진 아이들

[커버스토리]아이들은 “게임같이” 도박을 시작했다…그리고 ‘빚의 노예’가 됐다

스포츠 경기·홀짝·달팽이 등
스마트폰으로 ‘5분’이면 베팅
돈 없으면 급전 빌려 결국 ‘빚’

청소년들은 ‘온라인 불법 도박’을 ‘토토’라고 부른다. 스포츠 경기 결과를 맞히는 체육복권 ‘스포츠토토’에서 유래했다. 사설 스포츠토토, 사다리, 달팽이, 그래프, 파워볼 같은 불법 도박은 청소년 가까이 있다. 청소년들이 즐겨 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웹툰 불법 공유 사이트엔 온라인 도박 광고가 넘친다.

20~30대가 빚을 내 주식을 한다면 10대는 도박을 한다. 청소년 간 ‘고리대금업’도 등장했다. 불법 도박은 청소년들의 문화가 되어간다.

도박으로 ‘돈맛’을 배우며 위험한 한탕에 덤벼든다. 정문(15·가명)이는 ‘돈의 힘’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싸움 잘하는 학생이 이름을 알리는 건 옛말이 됐다. 돈놀이로 큰돈을 번 ‘아는 형’이 우상이다. 정문이에게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게 해주는 건 젊음이 아니라 돈이다.

정문이는 중1 때 도박을 시작했다. 중3이 된 지금 수백만원의 빚을 졌다. 돈놀이를 하는 형들은 빚 독촉을 한다. ‘돌려막기’를 하라고 강요한다. SNS에선 ‘급전을 빌려준다’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형들은 돈을 마련할 범죄수법도 알려준다. 중고거래 사기는 흔해졌다. ‘중고나라론’이라고 불린다. 상대 부모에게 돈을 달라고 하는 건 얌전한 편이다.

청소년 도박은 현금다발을 들고 골방에 모여 화투패를 돌리는 것과는 다르다. 별다른 인증 없이 스마트폰으로 도박 사이트에 들어가면 끝이다. 처음엔 ‘무료 서비스’라며 돈도 준다. 첫 베팅까지 5분도 걸리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쥐고 선 그곳이 도박장이다.

도박은 쾌락과 인정욕구를 채워주는 게임과 비슷해 더 빠져든다. 부모들은 아이가 게임하는 것처럼 보여 도박이란 걸 알아채지 못한다. ‘달팽이 경주’에 판돈을 걸리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박주민군(18·가명)도 “돈은 권력”이라고 했다. 도박은 권력을 갖는 수단이다. 돈을 따는 순간 주위 시선을 잊지 못한다. 이 순간 중독이 시작된다. 위험성을 뼈저리게 깨닫고도 경기를 보면 돈을 걸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친다.

온라인 도박 규모 약 54조원(2020년, 사행산업감독위), 도박 위험 청소년 14만명(2018년 추산,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도박 상담 청소년 1459명(2019년, 센터)…. 통계 숫자는 청소년 도박 범죄와 중독의 심각성을 다 드러내지 못한다.

그래픽 | 성덕환 기자 thekhan@kyunghyang.com

그래픽 | 성덕환 기자 thekhan@kyunghyang.com

가입하기 쉬운 도박 사이트
게임 형식에 규칙도 간단
스포츠 경기에 베팅하는 식
부모들도 도박 구별 어려워

지난 8월 어느 날, 정문(15·중3·가명)이는 ‘아는 형’들에게 붙잡혔다. 이들은 페이스북에 정문이 사진과 행방을 찾는다는 ‘현상수배’ 글을 올렸다. 돈을 갚지 않는다는 이유를 댔다. 도박 빚이다. 정문이는 모텔로 끌려가 갇혔다.

빚은 원금만 약 400만원. 이자까지 더하면 800만원이 넘는다.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접한 온라인 불법 도박이 정문이를 빚쟁이로, 감금 피해자로 만들었다. 지난달 16일 정문이를 만났다. 어머니와 함께 인터뷰 장소에 왔다. 신변보호를 위해 정문이 본명과 사는 지역은 노출하지 않는다.

“중1 때 친구가 (도박에) 1만원을 넣어서 700만원이 됐다며 자랑했어요. 10만원인가 20만원인가 ‘너 쓰라’며 저한테 줬는데, 그때 한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한 게 시작이었어요.” 700배가 된 1만원의 의미를 어렵지 않게 이해했다.

온라인 불법 도박은 간단한 게임 형식을 띤 것이 많다. ‘홀’이나 ‘짝’ 둘 중 하나에 돈을 걸거나, 달팽이 경주에서 이기는 쪽에 돈을 걸면 된다. 이 도박은 게임 같다.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구현된 도박판은 게임 화면과 다르지 않다. “(도박은) 롤(인기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줄임말) 같은 거죠. 피파(온라인 축구게임)에서 강화(게임 아이템 성능을 올리는 것)하려고 돈 쓰는 거랑 똑같죠.”

■“돈은 힘”이라는 중3

잃고 따기 반복하다 빚까지
‘아는 형’에 빌리는 도박 자금

정문이가 직접 도박 사이트 계정을 만들고 실제 베팅을 하는 과정은 간단하게 이뤄졌다. 온라인 쇼핑몰 회원가입이나 은행 웹사이트 접속보다 쉬웠다. 주민등록번호도 요구하지 않는다. 입출금용 계좌번호와 전화번호 등을 쓴 뒤 바로 가입하고 베팅한다.

공짜로 ‘도박 자금’도 줬다. “가입하셨던데, 저희가 돈 넣어드릴 테니 한번 해보세요.” 몇만원에서 몇십만원까지 사이버머니를 무료로 충전(공짜 돈이란 뜻의 ‘꽁머니’라고 한다)해준다고 전화나 문자를 보내기도 한다. 사이버머니는 입출금이 가능하니 현금이나 마찬가지다.

정문이는 ‘도박’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계속 ‘토토’라고 했다. 토토로 돈의 위력을 깨닫는다. 이 중3 학생은 “돈은 힘”이라고 규정했다.

“요즘은 싸움 잘하는 거 아무 소용 없어요. 오히려 서로 맞으려고 해요. 합의금 받으려고요. 대신 돈 많고 토토 잘하면 유명해져요. 돈 빌려준 형들도 유명한 형들이에요. 돈 많으면 ‘○○아 뭐해’하고 자길 찾는 사람이 끊이지 않아요. 돈은 힘인 것 같아요.”

정문이는 ‘아는 형’이 보여준 통장 잔액이 선명하다. 1억3000만원. 돈만 많으면 (나이가 어려도) 차를 몰고, ‘명품’ 옷을 걸치고 다녔다. 정문이는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좋아했다. 친구들과 실컷 놀고 맛있는 것도 사먹고 싶었다. 돈 벌 방법이 없다. 만 15세 미만이면 아르바이트도 못한다. 정문이는 토토를 잘하면 돈을 벌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부모님 폰 훔쳐서 대출받으라”

정문(15·가명)이 부모에게 온 빚 독촉 문자메시지다. 도박에 빠진 정문이에게 돈을 빌려준 10대 ‘아는 형’이 보냈다. 정문이 어머니는 “이 정도는 아주 예의 바른 편”이라고 했다. 전현진 기자

정문(15·가명)이 부모에게 온 빚 독촉 문자메시지다. 도박에 빠진 정문이에게 돈을 빌려준 10대 ‘아는 형’이 보냈다. 정문이 어머니는 “이 정도는 아주 예의 바른 편”이라고 했다. 전현진 기자

부모 전화번호와 집 주소만
알려주면 돈 빌리기도 쉬워

처음엔 잘됐다. 해외 축구 경기 ‘승·무·패’를 잘 맞혀 수십 배를 불렸다. “챔피언스리그에서 1-0으로 지던 팀에 걸었는데 막판에 따라잡으면서 돈을 땄어요.” 친구들과 놀면서 다 써버렸다. 가출 비용도 이 돈으로 충당했다. 따기만 하면 도박이 아니다. 홀짝에서 따고 잃기를 반복했다. 잃으면 빚을 냈다. 중3이 될 무렵 빚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불어났다.

정문이가 자주 가는 PC방에도 ‘아는 형’이 상주했다. 몇만원부터 몇백만원까지 돈을 빌려줬다. 성인들이 돈을 빌리려면 다양한 증명이 필요하다. 청소년인 정문이에게는 그런 장벽이 없었다. 부모 전화번호와 집주소를 알려주거나 오토바이나 ‘명품’을 담보로 맡기면 돈을 빌려준다. 아는 형이 없어도 된다. 페이스북에도 돈을 빌려주겠다는 이들이 널렸다.

‘1억3000만원’이 토토로 번 돈이 아니라는 건 대출하면서 알았다. 돈 많은 형들은 고리의 도박 대출이나 도박 사이트 영업(총판)으로 돈을 모았다. “이자놀이해서 돈을 벌죠. 그때는 잘 몰랐어요.”

부모 전화번호와 집주소는 ‘청소년 도박 대출’의 핵심이다. 청소년들은 돈을 잃으면 만회하려고 다시 돈을 빌리거나 범죄에 손을 댄다. 해결하지 못하면 부모에게 고백한다. 부모가 돈을 갚아주면 소문이 돈다. ‘청소년 고리대금업자’들은 이런 부모를 둔 아이들에게 더 빌려준다. 부모들에게 빚 독촉을 하게 된다.

‘청소년 고리대금업자’들
성인보다 가혹한 이자 요구
“신용불량자 만들겠다”며
부모에게 협박하기도

정문이 어머니는 ‘정문이가 돈을 안 갚고 연락이 없다’며 물어보는 건 얌전한 편에 속한다고 했다. 집 앞으로 찾아와 몇 시간 동안 기다리며 문을 두드리거나, 새벽 3~4시에 불쑥 ‘돈 갚으라’는 문자를 보내는 경우도 있다. 정문이를 신용불량자로 만들겠다는 협박 아닌 협박도 한다.

“몇십만원 정도 돈을 갚아주기도 했어요. 문제가 될까봐 신고도 못해요. ‘갚을 능력도 없는 아이인데 왜 그런 돈을 빌려준 거냐’고 하면 ‘부모니까 당연히 갚아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되물어요. 윽박지르거나 화 내는 경우도 있어요.”

이자는 저마다 다르다. 정문이 대출은 3일에 30%씩 이자가 늘었다. 한번은 40만원을 빌렸는데 24시간도 안 돼 65만원으로 불어났다고 했다.

“급전을 빌려 이자가 더 높대요.” 정문이 어머니가 말했다. 성인들을 노린 고리대금보다 이자가 높기 일쑤다. 돈 구할 데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50만원이 200만원으로 순식간에 불어난다. A가 B에게 50만원을 빌려 이를 못 갚으면 B는 C에게 A의 명의로 이자까지 쳐서 100만원을 빌려 받아간다. C는 A에게 이자를 더해 150만원을 갚으라고 한다. 정문이가 모텔에 끌려갔을 때도 그랬다. 원금에 혹독한 이자까지 갚으라며 주먹을 휘두르는 장면이 연출될 법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형들이 원한 건 정문이의 페이스북 아이디와 비밀번호였다. “돌려막기를 했어요. 제 이름으로 다른 사람 돈을 빌려서 자기 돈을 챙겨가겠다는 거였어요.” 정문이가 모텔에서 빠져나온 뒤 ‘담보대출 가능한 사람’이라는 글이 정문이 아이디로 페이스북에 또 올라왔다. 모텔에 감금됐을 때 시켜 먹은 밥값도 정문이 빚으로 처리했다.

청소년들 간 사적인 대출은 명백한 불법이다. 온라인 도박을 하다 빚낸 청소년들은 마땅히 하소연할 곳도 없다. 부모에게 말하거나, 직접 마련해야 한다. 집에 있는 귀금속을 부모 몰래 판다. 정문이는 형들이 범죄 방법을 알려준다고 했다. 잠금 장치가 걸려있지 않은 자동차를 털거나 중고거래 사기를 치라는 것이다. 요즘은 중고거래 사기를 치면 도박 사이트의 입금 계좌로 돈을 받아내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대포통장’이라 추적하기도 어렵고 도박 자금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정문이는 “진짜 나쁜 형들은요…”라며 이렇게 말했다. “부모님 휴대폰을 훔쳐 오라고 해서 문화상품권을 소액결제로 사 뺏어가기도 해요. 액수가 더 많으면 부모님 휴대전화, 신분증, OTP(보안카드) 같은 걸로 가져오라고 해서 대출받게 하는 경우도 있어요.”

어머니는 정문이를 데리고 상담 치료 등을 받으러 다닌다. 정문이가 말했다. “용돈을 통장에 넣었으면 많이 모았겠죠. 그렇게 잃어봐야 깨닫는 것 같아요.”

■중독된 일상

청소년단체 활동가들은 청소년 도박이 위험하고 심각한 단계라고 말한다. 청소년 상담·지원 활동을 하는 박흥주 목사(순천 기독교청소년협회장)는 “친구끼리 돈 빌려주는 정도가 아니라 고리대금과 협박, 범죄 수법을 알려주는 식으로 심각해진다”고 말했다.

움직이는청소년센터EXIT의 김지혜·황인성 활동가는 학교 밖 청소년들의 위험한 상황을 지적한다. “숙박비나 식비 등 생활비를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요. 여러 학교 밖 청소년들이 도박을 이런 상황을 타개하는 수단으로 여겨요.” 두 활동가는 도박 빚을 받아내려고 휴대폰을 6대나 가개통해 소액결제까지 한 뒤 팔아버리게 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범죄 유혹에 빠지는 건 처음부터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도박 빚과 2차 범죄는 중독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선 도박 중독을 정신질환의 하나로 본다. 중독되면 도박으로 돈 딸 확률은 0에 수렴된다. 빠져나오기는 더 힘들어진다. 성인도 자기 의지로 끊기 어려운데, 청소년들이 극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달 25일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만난 박주민군(18·가명)이 처음 온라인 도박을 알게 된 건 중학교 때다. 반 친구가 다른 친구들에게 돈을 받아 대신 걸고, 돈을 따면 수수료를 떼고 돌려줬다. 종목을 가리지 않고 스포츠를 좋아하던 박군은 고1 무렵 불법 사설 스포츠토토에 빠졌다.

“일과를 알려드릴게요.” 하루는 도박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오전 6시쯤부터 곧 열릴 미국프로농구(NBA)의 베팅을 준비한다. 아침을 먹으면서도 중계 방송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농구가 끝나면 메이저리그(MLB)가 열린다. 대륙을 옮겨가며 스포츠 경기는 이어진다. 등굣길 버스 안에서, 학교에서도 전력 분석과 경기 시청을 멈추지 않는다.

“선생님들도 토토하는 애들은 잘 안 건드리는 것 같았어요. 못하게 하면 진짜 돌아버리니까 내버려 두는 것 같기도 해요. 혼내는 선생님들도 얼마나 심각한지 잘 모르는 듯해요.” 하교 뒤에도 학원을 빼먹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지구 반대편의 스포츠 경기까지 다 챙기는 건 여러 경기를 묶어 베팅해야 배당금이 커지기 때문이다. 박군은 도박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15개 종목의 경기 결과를 맞혔다. 1만원은 200만원이 됐다고 했다. 친구들을 식당에 데리고 가 80만원어치 소고기를 사먹였다. 돈은 순식간에 날아갔다. 다시 도박을 했고, 빚이 생겼다. “그때 만약 돈을 따지 않았으면 그렇게 오래 도박에 빠져 있진 않았을 것 같아요. 심할 때는 하루 30분도 제대로 못 잤어요. 경기 분석하고 시청해야 하는데, 전 세계에서 경기가 이뤄지니까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에너지 음료를 마시면서 버텼어요.”

중독을 깨달은 건 부모에게 들켜 야단맞은 뒤에도 도박에 손을 대는 자신을 확인한 뒤다. 끊겠다고 결심했지만 스포츠 경기를 보면 돈을 걸고 싶었다.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친구를 만나도 도박 이야기가 나온다. 박군은 휴대전화 문자와 페이스북 화면을 보여줬다. ‘무료 이벤트’를 한다거나 새로운 도박을 해보라는 광고 글이 넘쳐났다. “차단해도 계속 나와요.” 도박을 완전히 끊기란 어렵다.

“가족들이 나를 포기하는 것 같다고 느꼈어요. 마음을 독하게 먹고 상담을 받으러 갔어요. 혼자서는 유혹을 이기기 힘들 거든요.” 박군의 친구도 일생일대의 입시를 앞두고 도박에 빠졌다. 음대 입시를 앞두고 도박 자금을 마련하려 악기를 팔았다. “친구가 이제는 마음 단단히 먹고 아르바이트하면서 도박 빚을 갚고 있어요. 서로 자주 전화하면서 힘을 줘야 해요.”

주변에선 도박 중독을 알기가 쉽지 않다. 부모는 자녀가 스마트폰 게임을 하거나, 스포츠를 좋아하는 것으로 여기기 쉽다. 박군은 “부모님들이 (자녀의) 통장정리를 한 번 해보면 도박을 하는지, 안 하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도박 사이트의 사이버머니를 충전하고 현금화하려면 은행 계좌를 이용해야 한다. 거래기록의 ‘주식회사◇◇’ 같은 이름이 도박 사이트의 차명계좌라고 했다.

박군은 고등학생인 자신이 이렇게 쉽게 도박을 접하고 중독된 걸 이상하게 여긴다. 학교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만나는 친구들도 쉽게 도박에 대해 이야기한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공공연히 도박을 해도 아무도 제지하지 않는다. 경찰이 불법 도박을 알 텐데도 별 수사나 처벌을 하지 않는 것도 이상하다. “도박하라는 광고는 SNS에서 너무 쉽게 볼 수 있어요. 걸려도 ‘벌금만 내면 된다’고 하던데 그마저도 걸린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다 도박하는데 누가 신고하겠나 싶기도 해요.” 학교 예방 교육은 1년에 한두 차례인데 영상을 보고 감상문을 내는 식이라 별 효과가 없다고도 했다.

“도박을 끊고 나서보니 낙오자가 된 것 같기도 하고 후회가 돼요.” 박군은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의 지역상담센터에서 중독치료 상담을 받고 있다. 이 단체가 박군을 소개했다. ‘인터뷰가 귀찮거나 싫지 않았냐’고 물었을 때 고개를 저었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여기저기 이야기하고 기록에 남기면 나중에 제 발목을 잡아서 더 이상 하지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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