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2023

국감장에 오른 ‘게임업계 페미니즘 사상검증’…노동부 “노동자 보호 조치 검토”

2023.10.17 18:04 입력 2023.10.17 18:10 수정

청년유니온 등 1만2000여명 청원 목소리 전달

서울고용노동청장 “게임업계에 소홀한 점이 있었다”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이 17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게임업계 사이버불링, 성희롱 및 성차별 실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이 17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게임업계 사이버불링, 성희롱 및 성차별 실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1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게임업계 페미니즘 사이버불링(사이버 따돌림)·사상검증’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이 처음 논의됐다. 고용노동부와 소속기관 서울·중부고용노동청은 “노동자 보호를 위한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피해 노동자를 보호해야 하는 의무는 정부에 있는데 게임업계는 완전 방치됐다”며 “특별근로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형소 서울고용노동청장은 “그간 근로감독은 중대재해 발생 가능성이 높은 건설업, 제조업 중심으로 해왔고, 감정노동자 보호 조치도 그간 문제가 된 콜센터 중심이라 게임업계에 소홀한 점이 있었다”며 “고용노동부와 협의해 근로감독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최현석 고용노동부 기획실장도 “담당부서와 함께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청년유니온과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이하 디콘지회), PM유저협회,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게임업계의 성차별·성희롱·사이버불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했다. 이들은 근로감독을 요구하는 시민 1만2745명의 청원서가 담긴 박스를 국감장에서 노동부에 전달했다.

이번 청원은 계속 반복되는 게임업계 일부 유저들의 사상검증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지난 7월 일부 유저들이 프로젝트 문이 출시한 모바일 게임 ‘림버스 컴퍼니’의 일러스트 작가의 페미니즘 관련 SNS 글을 문제 삼으며 회사에 집단 방문한 일이 대표적이다. 회사는 이후 해당 작가와 계약을 종료하겠다고 밝혔고 결국 작가는 일을 그만뒀다. 지난달 27일 카카오게임즈 모바일 게임 ‘가디언 테일즈’가 진행한 공모전에서 유저들이 당선된 여성 작가의 ‘페미니즘 성향’을 문제 삼자 당선작을 게임에 구현하겠던 가디언 테일즈는 발표 7시간 만에 결정을 번복하기도 했다. 2016년 넥슨, 2018년 IMC게임즈, X.D 글로벌 등 게임업계에서는 일부 유저들이 여성 작가의 SNS 등을 뒤지고 문제제기하면 회사가 받아들이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노동 단체들은 현행법으로 노동자들을 적극 보호할 수 있다고 본다. 2021년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악성 고객(이용자)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법이 시행된 2021년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게임업계에 대한 근로감독은 단 1건에 그쳤다”고 말했다.

게임업계 노동자 10명 중 8명 “사상검증 심각”

[국감2023]국감장에 오른 ‘게임업계 페미니즘 사상검증’…노동부 “노동자 보호 조치 검토”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여성 개발자들을 찾아내 페미인지 아닌지 대답하라는 메시지와 함께 여성이 칼로 난자당한 사진들을 계속 보냈어요.”(게임회사 직원 A씨)

“게임이 온라인상에서 공격 대상이 되지 않도록 대외적으로 게임 원화가(일러스트 작가)들이 SNS 등에 자신의 가치관이나 정체성(페미니즘)을 드러내지 않기를 요구하는 회사지침이 내려왔어요.”(게임 원화가 B씨)

“과거 트위터 행적을 이유로 게임 유저들에게 사이버불링을 당했는데, 대표님과 면담하고 사과문까지 작성했어요. 퇴사 후에 (회사에서) 다른 외주처에도 이 사실을 알렸어요.” (게임 원화가 C씨)

청년유니온 등이 게임업계 노동자들의 피해 사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게임업계 노동자 10명 중 8명은 “사이버 불링·사상검증, 직장 내 성차별 문제가 심각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응답자 62명 중 게임업계 내 사이버 불링 문제의 심각성을 묻는 질의에 85.5%(53명)가, 사상검증 문제에는 83.9%(52명) “심각하다”고 답했다. 반면 응답자 46명 중 회사로부터 보호 조치를 받은 이들은 4명(8.7%)에 그쳤다. 오히려 불이익을 받았다고 응답한 이들이 41.3%(19명)였고, 회사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답변한 노동자가 절반(50%, 23명)이었다.

김설 위원장은 “게임업계는 지난 10년간 급속한 규모로 성장했지만, 성장 뒤엔 야만적인 노동권 침해가 관행적으로 자리잡고 있었다”며 “노동청은 제대로 근로감독을 해야 하고, 안전망에서조차 배제돼 있는 프리랜서를 위해 산업안전보건법상 보호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민성 PM유저협회 대표는 “(특정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악성 이용자들은 소수에 불과한데 게임 기업들이 그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고용노동부는 게임업계 근로감독을 통해 악성 이용자들의 요구를 수용한 결과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역할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정화인 디콘지회 사무장은 “2016년 넥슨 게임 ‘클로저스’ 사상 검증 이후 7년의 시간이 흘렀는데 정부는 무얼 했나 묻고 싶다”며 “주무 부처인 문체부는 실효성 없는 대책만 내놓으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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