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하는 청년 사회적 기업가들

2012.07.16 21:13 입력 2012.07.17 00:27 수정
김종휘 | ○○은대학연구소 2소장

만나신 적 있나요? 뭐든 같이해보신 적은 있는지요? 우리 곁으로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청년 사회적 기업가들 말입니다. 정부 위탁으로 전국 20개 민간단체가 수행한 ‘청년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에만 지난 1년간 310개 팀, 현재 2기엔 330개 팀이 참여 중이네요. 근 2년 새에 2000명 남짓한 청년들이 청년 사회적 기업가의 활동을 개시한 겁니다. 같은 취지의 각종 경연대회에 참가하는 청년들을 더하고, 지원 없이 독립군처럼 활동하면서 같은 목적을 추구하는 각지의 청년들까지 보태면 한 세력 된다고 봐야겠지요.

[별별시선]삽질하는 청년 사회적 기업가들

이들이 망해가는 세상을 잠깐 땜질하는 일회성 도구가 아니라 새 희망을 전염시키는 끈질긴 생명력의 바이러스이길 원하는 분들이라면 각별히 주의하셔야 합니다. 이 시대에 청년 사회적 기업가가 된다는 게 뭘 뜻하는지 말이지요. 후세에 태어난 탓에 과거 세대의 문제까지 뒤집어쓴 신빈곤 ‘청년’에게, 그 티끌조차 알기 힘들게 부서진 ‘사회적’ 자원을 손수 복구 창조해서, 대박 좇다 쪽박 차기 태반인 창업 경쟁판의 ‘기업가’로 번창하라는, 이 대담하기 짝이 없는 콘셉트가 뭐로 읽히시는지요?

이거 ‘불가능한 가능성’에 도전하라는 미션입니다. 폐허 위의 건국, 한강의 기적, 민주화 운동, 미래의 통일 한국에 견줄 당대의 ‘초특급 울트라 대한국민 구출 미션’이죠. 이 막중한 대업을 권하면서 의뭉스레 간보듯 떠보면 안되겠죠. 사회적 기업가라는 신개념의 태생부터 그래요. 착한 일 하면 돈 못 벌고 돈 벌면 착한 일에 등 돌리는 사람살이가 흉악해서 ‘사회적’과 ‘기업가’를 접붙여 딴판의 인생 모델 찾는 거잖아요. 성공한 선배 있나요? 가뭄에 콩 나듯 있죠. 그라민은행의 무하마드 유누스, 노벨상 받았잖아요. 아름다운 가게의 박원순, 서울시장 뽑혔잖아요. 이 정도의 ‘불가능한 가능성’입니다.

이 극소수 사례는 무산소 상태로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오르고 무사 귀환한 기적이에요. 청년 사회적 기업가 콘셉트는 다른 겁니다. 그런 기적이 평소에 더 작게 더 꾸준하게 이어져야 살 만한 세상 된다고 통찰한 시민, 기업, 정부가 정성껏 염원을 모으다보니 “해볼까?” 하는 청년들이 느는, 하나 성공률이 워낙 희박하니 곳곳에 캠프 차리고 별별 셰르파 붙이고 신기능 산소통 써서 “다시 해보자!”는 청년들끼리 손 맞잡는, 이렇게 ‘계속 더 많이 하다 보니 정말 그렇게 되는’ 희망의 인해전술 프로젝트예요. 초인의 기적 대신에 풋내기 청년들의 땀방울 바다로 메마른 불가능의 대지를 흠뻑 적셔보자는 삽질이지요.

이 프로젝트에 청년들이 기웃기웃하는 중입니다. 1%의 기득권에 끼지 못할까봐 불안해하다 진 빠진 청년들의 마음이 99%의 세상을 청년 사회적 기업가들의 공동 삽질로 채우면 어떨까 하는 무모함으로 살짝 기운 거지요. 이 선택을개인 책임으로 돌리면서 선배 사회적 기업가들에게 했듯 각자 수익 창출해서 각자 성공 가능성을 입증하라는 경쟁 잣대를 들이대면 희망은 쪼그라들 겁니다. 모처럼 물길 튼 이 흐름을 큰 줄기로 살리려면 사회적 기업에 대한 획일적인 수익성 위주의 심사표부터 확 바꿔야 해요.

남을 너로 바꾸는 이해관계자 만들기를 얼마나 두텁게 개척하는가를 먼저 가늠하고 여기에 높은 점수를 부여해야 합니다. 사회적 미션, 수익모델, 아이디어 참신성, 실현가능성으로 나열하는 점수표는 버리고요. 이런 배점표 따라 경쟁하다간 모두 소진될 테니까요. 청년 문제, 사회적 문제, 기업가 문제를 동시에 한 방에 성공하는 초인은 짜깁기 허상에 가까워요. 청년, 사회적, 기업가 이 각각의 문제가 심각하니 이 문제들 사이의 쉼표를 채울 청년들의 협력 삽질로 신동력 만들고 해결책 찾자는 게 실상이죠.

그래서 이 길에서는 각자 살아남아 홀로 성공하는 길이란 없다는 것을, 같이 실패하다보니 같이 살아가는 법도 배운다는 것을, 그러면서 사업도 조직도 개인도 산다는 것을 일깨우는 삽질들에 격려가 쏟아져야 마땅한 거죠. 그런 여럿의 삽질이 일구는 작은 생태계의 경험을 지켜주고 응원하면서 과거의 성패 기준과 다른 연대의 사회경제학을 생활 감각으로 만들어가는 주체 회복이 핵심이라는 걸 대놓고 알려야 좋아요. 이런 변화라야 선배 사회적 기업가들의 지난 시행착오도 보람차겠고요.

청년 사회적 기업가의 이 길은, 아무 때고 홀연히 여행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의 도피성 로망이 실패하고, ‘사회적’인 것을 착한 봉사나 소비로만 접근하는 시도가 실패하고, 대박 창업의 불타는 ‘기업가’의 욕망이 실패하는, 이 실패들이 줄줄이 만나는 넓은 교차로입니다. 이 교차로를 그대로 목적지로 삼는 극단적인 삽질 비전이 돋보일 회식지대고요. 아직도 점점점 늘어나는 반딧불 같은 청년 사회적 기업가들을 못 봤다고요? 곧 만날 겁니다. 그때 뭐든 작게라도 같이해보시길, 그럼 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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