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이기는 선거

2020.11.09 03:00 입력 2020.11.09 03:01 수정

내년 4월7일은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일이다. 딱 5개월 남았다. 민주당은 내년 재·보궐 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했다. 지난주 갤럽 조사의 서울지역 결과를 보면 민주당의 후보 공천에 대한 부정여론이 긍정여론보다 14%포인트 더 높았지만, 반대로 정당지지도는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14%포인트 더 높았다. 올해 4월 총선 두 달 전이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한 직후인 2월7일 서울지역 정당지지도 역시 민주당이 14%포인트 더 높았다. 민주당의 무공천 번복에도 불구하고, 지난 총선 여론과 비교할 때 여론 흐름이나 정치 구도엔 큰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부산지역도 크게 다른 점을 찾을 수 없었다. 부산을 포함한 TK에서도 민주당의 보궐선거 후보 공천 부정여론이 긍정여론보다 7%포인트 더 높지만, 정당지지도는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11%포인트 앞선다. 오히려 총선 두 달 전 정당지지 조사 결과와 비교하여 격차가 조금 더 벌어졌다.

최정묵 비영리공공조사네트워크 공공의창 간사

최정묵 비영리공공조사네트워크 공공의창 간사

문제는 지금부터다. 선거전문가들은 선거 승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인물, 정책, 구도로 본다. 하지만 보궐선거에서 인물과 정책이 힘을 쓴 사례는 별로 없다. 정당이 네거티브 구도 만들기에 모든 힘을 쏟아붓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이번 보궐선거도 여야 모두 자신에게 유리한 구도를 유지하거나 만들기에 골몰할 것이고, 인물과 정책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시민이다. 지방선거의 역사도 이제 사반세기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코로나19 방역의 산파도 지방정부였고, 시민의 생명과 안전, 민생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책임지고 있는 것도 지방정부다. 이러한 힘의 원천인 후보의 능력과 자질 및 정책이 내년 보궐선거에서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자동차 경주를 소재로 한 영화 <데스레이스>. 이 영화에선 일반적인 자동차 경주의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살아서 결승점에 먼저 도착하면 승자다. 내년 보궐선거도 데스레이스가 될 공산이 크다. 이런 선거를 막으려면 사전에 규칙을 정하는 것이 좋다. 레이스가 시작되기 전에 당원과 시민의 목소리로 보궐선거 투표기준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가 투표기준을 결정하고 투표하는 선거. 투표율도 높아질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정당의 역할이 중요한데, 정당의 선거 준비 과정이 당을 혁신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정당은 이득을 보고, 시민은 손해를 보는 선거를 막을 수 있다.

이를 위해 각 당은 서울과 부산의 당원과 시민을 대면 또는 비대면으로 모은다. 그리고 지역에서 해결해야 할 현안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토론하고, 선정된 현안 안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의 우선순위를 결정한다. 그다음, 이러한 과제를 잘 해결하기 위한 후보의 자질과 능력 및 정책은 어떠해야 하는지 숙의한다. 마지막으로, 결정된 지역 과제, 후보의 자질과 능력 기준에 합당한 후보를 정당이 추천하면 된다. 최소한 경주용 자동차에 올라탈 선수의 자질과 능력, 자동차가 가야 할 코스는 미리 결정한 후 레이스를 시작해야 한다. 무조건 달리지 말아야 한다. 이마저도 어렵다면, 선거기간에 ‘안정적인 국정을 위해서’ ‘정권교체를 위해서’ 등 선거 전략과 수사는 사용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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