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5년 미국 오하이오에서 태어난 메리 올리버는 1963년 첫 시집을 출간한 이후 2019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자연의 아름다움과 경이에 관한 무수한 시와 산문을 썼다. 시인 월트 휘트먼과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시집을 펼쳐보면 자연을 관찰하는 메리 올리버의 감수성에는 남다른 데가 있다. 굴뚝새, 여우, 청둥오리, 홍관조, 개똥지빠귀와 같은 동물, 낙엽 쌓인 숲, 새벽녘의 오솔길, 얼어붙은 연못과 같은 야생 공간의 생명력에 매번 놀라워하는 순수한 기쁨 때문일까. 그중 메리 올리버의 시에서 또렷이 들리는 특별한 소리는, 그녀가 평생을 함께한 충직하고 다정한 반려견들의 목소리다.
메리 올리버가 개에 관해 쓴 시집 <개를 위한 노래>(민승남 옮김, 미디어창비, 2021)에서 반려견들은 이렇게 말한다. “사랑과 반려는 모든 걸 바꿔놓는 장식과도 같아.” “나를 염두에 두고 있어줘.”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줘.” 이 연약하고 사랑스러운 목소리는 여행을 떠나려고 애견호텔에 전화하거나 세금 정산 업무를 하려는 반려인의 손을 도중에 멈추게 한다. 폐차장에서 태어난 루크, 아픈 기억이 있는 유기견 벤저민, 연애를 잘하는 리키. 메리 올리버는 제각기 개성을 가진 반려견들의 초롱초롱한 눈, 재빠른 몸짓, 슬픈 표정에서 가장 본능적이고 원초적인 무언가를 본다. 그리고 자신에게 모든 것을 의존하고 사랑을 갈구하는 생명 앞에서 이렇게 말한다. “개는 확고해, 개는 옳아.” “그리고 당신, 마음이 복잡하게 뒤엉킨 당신은/ 참을성 있고 평화를 사랑하긴 하지만,// 틀려.”
‘개는 옳고 인간은 틀렸다’는 말은 반려견을 향한 애정과 농담이 섞인 위트이지만, 한편으로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직관적인 통찰이기도 하다. 개는 인간과 생애 주기가 달라 아무리 함께 살고 사랑해도 그것이 인간의 소유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고, 가늠할 수도 없는 야생적 감각을 통해 인간은 자연에 대해 거의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하기 때문이다. 메리 올리버는 개들이 “우리에게만 헌신하는 게 아니라 젖은 밤이나 달, 수풀의 토끼 냄새, 질주하는 제 몸에도 몰두할 때” 하나의 시가 된다고 말한다. 어쩌면 이것은 단지 비유가 아니다.
메리 올리버가 시론(詩論)이 담긴 산문집 <긴 호흡>(민승남 옮김, 마음산책, 2019)에 적었듯, 시란 인간과 세계 사이에서 태어난 역사의 산물이며 역사란 언제나 자연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언어란 인간을 표현하거나 기술하는 수단이 아니라 그저 인간을 지나가는 천 개의 열린 문이라고 여기는 시인에게, 시는 자연과 다르지 않다.
나는 반려동물과 살아본 적도 없고 태어난 이후 줄곧 도시에서 살고 있지만, 메리 올리버의 시를 읽으면 한없이 작아진 기분과 무한한 연결감을 동시에 느낀다. 나 같은 사람도, 그러니까 인간이 아닌 다른 종과 깊이 교감해본 적도 없고 울창한 자연 가까이서 일상을 꾸려본 적도 없는 나 같은 사람도, 그것을 느낄 수가 있다. 이 강렬하고 돌연한 감동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시의 힘에 빚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