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유니온 조합원 12명이 3일간 배민, 쿠팡이츠, 요기요 AI시스템을 직접 검증했다. 첫날은 AI가 주는 배달을 100% 수락해 배달했고, 둘째 날은 가기 싫은 배차는 거절하면서, 셋째 날은 교통법규를 지키며 배달했다. 11시부터 20시까지 진행된 인간과 AI의 대결은 라이더 12명을 줌으로 연결해 유튜브로 생중계했다. 배달회사들은 자신이 만든 AI가 안전하고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반박은 한 시간 반의 중계만으로 충분했다.
AI는 직선거리 기준으로 배차한다. 오토바이가 오를 수 없는 산과 계단은 고려하지 않는다. 극적인 장면은 강과 바다가 있는 부산에서 나왔다. AI가 배차해주는 배달을 거절하지 못한 라이더는 다리를 몇 번이고 건너야 했다. 보통은 거절하는 배달을 라이더가 받아주니 AI는 비슷한 코스를 계속 꽂았다. 참다못한 라이더는 비명을 질렀다. 강남 라이더는 직선거리 4.7㎞로 안내된 배달을 받았는데, 우면산 때문에 8㎞를 돌아서 달려야 했다. 배달회사를 위해 일하는 AI는 실제 노동의 대가가 아니라 자신이 지도 위에 그린 직선거리로 배달료를 계산한다. AI가 잘못된 주소로 안내하는 경우도 있다. 주소지는 101동인데 404동으로 찍는가 하면, 대학교처럼 주소는 하나지만 건물이 여러 개인데 입구로만 안내하는 경우도 있다. AI를 믿고 갔다 길을 헤맨 노동자의 노동이나, AI의 오류를 정정하기 위해 로봇 같은 상담원과 채팅을 해야 하는 노동은 계산하지 않는다.
심지어 요기요 AI는 먼저 들어온 주문을 제쳐두고 뒤에 들어온 주문을 우선 배달하라고 명령했다. 첫 번째 주문을 한 손님은 화가 날 터이지만, 욕은 라이더가 들어야 한다. 돌발 상황도 벌어졌다. 12층에 올라가야 하는데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서 계단으로 뛰어간 라이더, 오토바이 출입금지라고 적힌 아파트 입구에 오토바이를 놓고 뛰어간 라이더, 주소를 잘못 적은 손님 때문에 20분 동안 헤맨 라이더, 조리가 늦어져 식당 밖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라이더까지. AI는 이런 변수를 계산하지 않는다.
검증결과는 데이터 분석 후 발표하겠지만, 데이터로 표현할 수 없는 사실이 하나 있다. AI는 노동자를 인간이 아니라 점으로 대한다. 영화 <모던타임즈>에서 찰리가 기계부품처럼 돌아갔다면, 라이더들은 휴대폰 앱 속에서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이동한다. 손님은 자신의 휴대폰에서 인간이 아닌 귀여운 캐릭터가 이동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전태일은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쳤지만, 오늘날 노동자들은 “우리는 데이터가 아니다. 우리는 캐릭터가 아니다”라고 외쳐야 할 것 같다. 자유롭게 AI 배차를 거부할 수 있는 둘째 날 아침 라이더들은 ‘족쇄를 벗어던진 느낌!’이라며 좋아했다. 실험을 마친 다음날 쿠팡이츠 라이더가 징역 갔다며 문자 하나를 보냈다. 쿠팡이츠는 거절을 많이 하면 일주일 접속금지를 문자로 통보하는데, 라이더들은 이를 징역 갔다고 표현한다. 캐릭터 삭제(캐삭)다. 누군가는 우리를 자유로운 플랫폼노동자라 부르지만 족쇄와 ‘캐삭’ 사이를 아슬아슬 달리는 평범한 노동자일 뿐이다.
디지털일터에 AI라는 컨베이어벨트가 도입됐다. AI에 대한 규제와 통제 없이 플랫폼노동 대책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