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양버들

2022.04.12 03:00 입력 2022.04.12 03:03 수정

미소 하나의 의미에 이렇게 다양한 해석을 붙이는 작품이 또 있을까. 바로 다빈치의 모나리자 미소 말이다. 웃는 듯 마는 듯, 코웃음도 비웃음도 아닌, 뭐라 콕 찝어 설명하기 어려워 신비롭다고 하는 것일까. 반가사유상처럼 관조의 미소인 듯싶다가도 살짝 올라간 입꼬리가 시니컬한 듯하다. 이 미소를 해석하고자 신경과학자나 해부학자, 심지어 심리학자까지 합세하여 애를 쓰기도 한다.

모나리자 작품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대개 유화는 나무틀에 면이나 마의 천을 씌운 캔버스에 그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다빈치는 모나리자를 양버들 판재에 그렸다. 유화를 캔버스에 그리기 전에는 나무 판재 위에 그림을 그리는 사례가 많았다. 중세 이전에는 이콘도 나무판에 그려진 것이 많고, 14세기경 이탈리아에서는 양버들, 버드나무, 피나무 등의 널빤지에 그림을 그리는 경우가 벽화만큼이나 흔했다. 다빈치는 참나무 판에도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다빈치가 모나리자를 그린 양버들은 이태리포플러와 흡사한 나무한 나무로, 가지가 하늘로 치솟아 원기둥꼴을 이룬다, 일명 롬바르디아포플러라고도 하며, 이름대로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가 원산지이다.

대부분의 나무 판재가 그렇듯 주변의 온도와 습도에 따라 균열이 생기거나 변형될 수 있는데, 이 현상은 모나리자가 그려진 양버들 판재도 마찬가지였다. 그 결과 모나리자도 그 모습이 왜곡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미국의 스미스소니언 연구소의 메클렌버그의 연구에 따르면, 루브르박물관의 전시실 벽에 걸려 있는 모나리자가 전시실 내·외부의 온습도 차이로 나무판이 미세하게 변형되었다는 것이다. 일반인들이 알아차릴 정도의 왜곡이나 훼손은 없어 다행이지만, 아무튼 흥미로운 연구다. 최근에는 모나리자 위에 방탄유리까지 덧씌워져 있어 앞으로 양버들 판재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알 수 없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사진으로 수없이 봐서 그런지, 정작 박물관에서 마주한 모나리자는 그리 큰 감동을 주지 못했다. 화폭이 작다 보니 가까이 가서 봐야 하는데 인파에 떠밀려 그냥 눈도장만 찍는 정도였다. 집에 돌아와 그때의 잔상을 사진과 꼼꼼히 대조해본다. 특히 그녀의 눈과 입가에 눈길이 머문다. 애매모호한 웃음, 아니 ‘표정’이라는 중립적인 표현이 적당할지도 모르겠다.

혹여 미세한 환경 변화가 아니라 관람자의 심경 변화에 따라 모나리자의 미소도 달리 보이는 것은 아닐까. 문득 뜬금없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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