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가해자들의 적반하장을 내버려 둘 것인가

2023.03.03 03:00 입력 2023.03.03 03:04 수정

아들 학교폭력을 무마하기 위해 당시 고위직 검사인 아빠가 부린 법기술을 보고 온나라가 들끓고 있다. 정치권은 ‘최상위 아빠 찬스를 사용한 학교폭력’으로 규정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다. 필자 또한 이 사건의 가해 당사자가 우리나라 최고 명문대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사실에 어안이 벙벙하다. 그 대학 학생들은 허탈감, 무력감, 자괴감을 토로하고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번 사건이 세상에 던지는 파장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학교폭력에 대응하는 새로운 틀을 제시했다. 학교폭력 가해자는 잘못을 반성해서는 안 된다. 피해자에게 용서를 빌어서도 안 된다. 그리고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으로 동원해 버티기에 돌입해야 한다. 최종심인 대법원까지 무조건 다투어야 한다. 져도 상관없다. 학교폭력 가해자 승리 답안으로 ‘시간 갉아먹기’를 제시했다. 참 무섭다.

경험적으로 많은 학교폭력 사건에서 가해자는 ‘언터처블’이다. 학교도 선생도 건들 수 없는 존재다. 이유가 가족의 재력일 수도 있고, 사회의 권력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와 함께 연대할 학생이 있을까? 단연코 없다. 그래서 피해자는 마지막으로 학교에 폭력을 신고한다. 그런데 여기에 또 다른 문제가 숨어 있다. 가해자가 소송으로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다투면 가해자가 아니다. 버젓이 학교에 다닐 수 있다. 가해 학생이 개선장군이 되는 순간이다. 국가도 학교도 피해 학생 편이 아니라 가해 학생 편에 서 있는 꼴이다. 결국 피해 학생은 아무도 자기를 도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지옥보다 더 무서운 공포와 인격이 무너지는 상실감에 빠져들게 된다.

혹자는 학교폭력에서도 가해자의 모든 권리를 지켜주어야 하고, 사법 시스템에서 허용하고 있는 제도를 이용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 이 주장이 일리가 있으려면 가해자가 소송으로 다투는 동안 완벽하게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또 향후 대법원에서 가해자로 확정된 경우, 반드시 책임을 묻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학교폭력에서 피해자 보호는 가해 인정 여부와 관계없이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하루 24시간 함께 지내야 하는 기숙학교에서 발생한 학교폭력의 공포는 차원이 다르다. 학교폭력예방법 제16조에 규정된 피해 학생 보호조치는 턱없이 부족하다. 보호조치의 하나인 ‘일시보호’는 가해 학생 조치가 전학 이상으로 결정된 경우, 가해 학생이 학교를 떠날 때까지 학교전담경찰관이 피해 학생을 보호하도록 바꾸어야 한다. ‘전문가 심리 상담’과 ‘치료’가 필요한 경우 그 비용은 해당 학교에서 전액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 학교에 무한 책임을 부과할 때 학교는 힘 있고 돈 있는 가해 학생 편에 서지 않을 것이다.

다음으로 이번 학교폭력 사건은 가해자의 명예훼손, 모욕, 따돌림에 의해 정신적 피해가 발생한 사건이다. 고약하게도 형법상의 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이며, 모욕죄는 친고죄다. 학교폭력 피해자는 트라우마 때문에 가해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거나 해당 사실을 경찰에 고소하려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학교폭력을 아동복지법 위반 사건으로 다루면 상황이 달라진다. 아동복지법은 ‘누구든지’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를 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동이 다른 아동에게 아동복지법 제17조 위반을 한 경우 처벌할 수 있다고 대법원 판결에서 명확히 밝혔다.

마지막으로 과거 학교폭력을 소송을 통해 미래로 끌고 간 경우, 그 미래에서 과거 학교폭력을 소환하면 된다. 아주 쉽다. 입시요강에 한 줄 넣으면 된다. “입학 후 합격자가 학교폭력 가해자로 밝혀지면 입학을 취소할 수 있다”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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