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파업에 ‘불편’의 틀,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

2023.04.03 03:00 입력 2023.04.03 03:04 수정

파업에 대한 언론 보도가 파업의 원인을 조명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기여하기보다는, 파업으로 인한 손실을 강조하면서 갈등을 부각하여 노동 운동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생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어 왔다. 언론은 객관적 위치에서 사건을 보도하는 것처럼 하면서 정부나 기업 등 권력을 가진 편의 입장을 주로 반영해 왔다. 노동자의 단체 행동을 보도할 때 “국민을 볼모로 삼는다” “국가의 이익에 반한다”라는 내용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

3월31일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총파업이 있었다. 이에 대해서 다수 언론들은 “밥 대신 빵” “학생들 배고파요” “이 식단에 만족하십니까” “학생만 피해”와 같은 기사 제목을 통해 파업의 이유나 노동 현장의 문제가 아닌 파업 때문에 생긴 차질에 주목하는 보도를 했다. 이번 파업의 주요 이슈는 임금 차별 해소와 급식실 폐암 종합대책 마련이다. 급식 노동자의 건강 문제는 폐암으로 인한 산업재해 사망 사례가 알려지고 조합원의 건강 검진 결과 폐암 의심군이 30%에 달하고 있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더욱 중요한 노동 의제가 되었다. 물론 열악한 처우 문제가 새롭게 부상한 의제는 아니다. 급식 노동자가 대량의 식자재와 조리기구를 다루면서 근골격 관련 질환을 경험하거나 비정상적으로 긴 업무 시간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꾸준히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그럼에도 뚜렷한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 데에는 여성 노동자가 다수인 상황에서 이 노동이 평가절하되어 그 사회적 가치가 인정되지 않는 현실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분명하게 인식하게 된 것 중 하나는 어떤 노동은 비대면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 사람이 직접 사람을 대면해서 끊임없이 이루어져야만 사회가 유지되는 필수노동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 필수노동의 주요한 한 축이 돌봄 노동이다. 노동자는 저임금과 상시적 과로 등 안전하지 않은 노동 환경에 놓여 있음에도 노동 가치를 인정받거나 권리 보호를 받지 못하는 유령 노동의 상태에 있다. 필수노동에서 필수라는 말이 ‘나’에게는 필수적이고 꼭 필요한 일이니 이 노동을 담당하는 사람이 어떤 처지에 있는지와 상관없이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라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모든 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노동이라는 의미에서 필수노동이다. 돌봄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는 것은 우리가 모두 서로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지 누군가가 유령처럼 드러나지 않은 채로 돌봄을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학교에는 급식 노동을 비롯한 무수한 돌봄 노동이 학생들이 공부하고 생활하는 공간을 유지하기 위해 이루어진다. 학교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처우 개선을 위해 지난 10여년간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왔지만 매번 언론은 이를 ‘돌봄 공백 우려’라거나 ‘급식 대란’이라는 틀로만 보도해왔다. 만약 이것이 정말 ‘대란’이라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이제까지 무엇을 해왔는지에 대해 확인하여 보도하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언론은 이 노동이 계속 유령 상태였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문제인 양, 파업하는 노동자의 요구도 전달하지 않고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말하려 하지 않는다.

이제 필요한 것은 파업으로 인해 누군가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가 헌법에 보장된 단체 행동권을 행사한 결과로 무엇을 얻었는지를 알려주는 기사일 것이다. 노동 환경이 개선되고 건강권을 보장받아 학교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돌봄 노동이 더 잘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 파업의 목적이다. 만약 이를 이루지 못했다면 왜 그렇게 되었는지 정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세밀하게 따져 보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향후 관련 보도가 필수노동자의 목소리를 드러내기를, 더 이상 ‘불편’의 틀을 반복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