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대 스웨덴 노조

2024.02.13 20:06 입력 2024.02.13 20:07 수정

최근 테슬라가 스웨덴 노조와의 단체협약을 거부하면서 만들어낸 갈등이 스웨덴을 넘어 북유럽,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건은 지난 10월27일 스웨덴의 테슬라 정비소 10곳에서 일하는 정비사 130명이 테슬라 측의 임금 단체협약 체결 거부에 맞서 파업에 들어가면서 시작됐다. 정비사들이 소속된 스웨덴 금속노조가 먼저 파업에 나섰고, 이 ‘130명의 파업’은 스웨덴 내 9개 산별 노조가 연대, 동조 파업에 동참하며 급격히 확산됐다. 운송 노조, 항만 노조는 스웨덴 항구에 도착하는 테슬라 차량의 취급을 중단했고, 전기 기사 노조는 테슬라 충전소 설치와 서비스를 중단했으며 페인트공 노조 역시 테슬라 차량 도색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테슬라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은 활동은 우편 노조의 신차 번호판 전달 거부였다. 스웨덴 교통국이 발급한 신차 번호판을 우편 취급 업체들이 테슬라에 전달하지 않자 테슬라는 신차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반테슬라 움직임은 북유럽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의 항만, 운송 노조들은 자국을 경유해 스웨덴으로 운송되는 모든 테슬라 차량의 항구 하역과 육로 운송을 거부하기로 했으며, 덴마크 최대 연기금인 펜션덴마크도 테슬라의 단체협상 거부를 비난하며 주식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독일의 금속노조도 테슬라의 반노조 경영에 반발하며 노조원들이 원할 시, 테슬라와 단체교섭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계화, 신자유주의 등으로 인해 스웨덴 사회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사회적 대화를 기반으로 한 스웨덴의 평화적, 협력적 노사관계 모델은 유지되어 왔다. 높은 노조조직률을 바탕으로 한 노조의 협상력, 약 90%의 노동자를 포함하는 광범위한 단체협약은 스웨덴의 산업평화를 유지하는 원동력이 되어왔다. 또한 스웨덴은 파업 횟수가 적은 편인데 노사의 자유롭고 활발한 대화로 이익을 조정하는 방식이 보편적으로 활용되어 왔고, 노조가 최후의 수단으로만 파업을 비롯한 쟁의 행위를 활용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스웨덴에서 노조가 다국적 거대기업 테슬라를 상대로 파업과 쟁의행위를 벌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모습이지만, 오랜 노사관계의 규범과 규칙을 훼손하지 않으려는 스웨덴 노조의 당연한 행동으로도 여겨진다. 스웨덴 노조는 테슬라가 단체협약을 거부하며 기존 노사관계 모델에서 벗어나기 시작할 때, 다른 다국적기업들도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또한 이러한 방향이 장기적으로 스웨덴 노사관계와 노동자의 권리 약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주장하며 테슬라의 반노조, 단체협약 거부에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스웨덴에서의 테슬라 파업, 산별 노조와 북유럽 국가들의 연대 파업은 노동자 연대의 힘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소규모 테슬라 정비사 인원이 시작한 잔잔한 파문이 결집된 힘을 바탕으로 세계 최대 기업 중 하나인 테슬라를 압박하는 모습은 자본의 영향력이 막강해진 요즘 시대에 보기 힘든 광경이다. 한편 파업을 이끈 스웨덴 노조들은 테슬라 길들이기가 목적이 아니라 노사 간 협상의 관념, 규범을 지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강조한다. 자신들이 세운 방향성을 잃지 않고 사회적 파트너 중심의 노사관계를 유지하고자 노력하는 스웨덴 노조의 모습 역시 여전히 흥미롭다.

송지원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

송지원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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