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이기는 길’로 가고는 있습니까

2024.02.12 20:09 입력 2024.02.12 22:18 수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준연동형 비례제+준위성정당’을 채택하면서 ‘멋지게 이기는 길’을 기대했다. ‘이기는 길’인지는 몰라도 ‘멋지게’는 턱없다. 이 대표의 긴급 회견이 난감한 수사로 가득한 것은 대선 공약을 뒤집는, 명분 없는 위성정당을 설명하기가 그만큼 구차했기 때문일 터이다. 위성정당을 작정한 순간 준연동형을 선택하는 건, 용이한 일이다. 병립형과 비교해 의석 손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통합’비례정당 등의 명분은 견강부회일 뿐이다. 21대 총선에서도 민주당은 비례‘연합’정당, ‘범진보진영의 플랫폼 정당’ 등을 내걸고 위성정당을 강행했다.

준연동형은 병립형보다 다양성 확대를 위해 진일보한 제도이지만, ‘위성정당 있는 준연동형’은 최악이다. 비례성 강화와 다양성 확대에 가장 반하기 때문이다. ‘위성정당 있는 준연동형’으로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양당의 의석점유율은 94.3%에 달했다. 결과는 민주화 이후 최악의 정치양극화다.

이 대표가 장고 끝에 병립형 회귀를 포기하고 ‘위성정당 있는 연동형’을 채택한 건, 선거공학적으로는 최고의 선택이다. 의석 손해도 거의 보지 않고, 연합정치의 진지를 마련하고, 무엇보다 욕을 덜 먹는 길이기 때문이다. 다만 거기에 대의나 가치를 부여하는 건 도단에 가깝다.

이재명 대통령 후보가 직접 2022년 1월 정치개혁을 막판 승부수로 띄우면서 ‘멋진 길’을 토로한 적이 있다.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만들면 ‘당신들은 그렇게 하지만 우리는 정도를 가겠다’고 해야 했는데 우리도 어쩔 수 없이 따라 하는 바람에 제도의 본질이 사라져 버렸다.”

아마도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는 말만큼 정치인 이재명의 특질을 꿰뚫는 것도 없을 터이다. 원칙보다 상황을 중시하는, 정치적 수지타산을 앞세우는 일종의 실용주의.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 그중 상인적 현실감각이 승한 정치인이 이 대표다. 소위 ‘원칙 있는 패배’ 같은 건 이재명 정치 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다.

자성과 변화 가능성이 거의 없는 윤 대통령은 차치하고,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 ‘명품백’이 없었다면 지금 민주당의 총선 지형은 어땠을까 싶다. 정권심판론에 취하면 자체 혁신과 변화, 통합의 노력은 나올 리 없다. 선거 낙관론에 빠지면 보신과 기득권, 반쇄신의 리더십이 둥지를 튼다.

연이은 민주당의 분열과 공천 갈등 국면에서 도드라진 게 이 대표의 리더십 부재다. 비주류 의원들의 탈당 사태 당시 당 안팎의 통합 호소에도 침묵으로 응대했다. 공천을 둘러싼 파열이 커지는데도 이 대표는 보이지 않는다. 찐명, 친명, 친문, 비명을 가르고 다투는 행태는 2016년 총선 때 새누리당의 ‘진박 감별’ 파동을 떠올리게 한다. 새누리당은 그래서 폭삭 망했다. ‘윤석열 정권 탄생’ 책임을 물어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친문 핵심 인사들을 쳐내려는 시도는 본말이 전도됐다. 대선 패배 책임의 9할은 후보에게 있다. 다시 흐르기 시작한 ‘조국의 강’ 앞에서도 어쩔 줄 몰라 한다. 무차별 부자 감세와 ‘김포·구리 서울 편입’ 등 정부·여당의 터무니없는 매표 정책에도 제대로 견제하기보다 눈치를 보면서 회피한다. 죄다 원칙이나 가치보다는 당장의 정치적 유불리에만 급급한 탓이다.

그러니 정책과 인물, 혁신의 영역에서 민주당만의 어젠다로 정국을 주도한 적이 없다. 등판한 지 2개월도 안 된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의 혁신 경쟁에서도 밀린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공통된 흐름은 정권심판론이 높은 가운데서도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민주당 지지율이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바닥이고, 정권심판론이 우세함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와 민주당은 반사이익조차 챙기지 못하고 있다.

이제라도 이 대표가 혁신과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 상황을 반전시켜야 한다. ‘가만히 있고 사고만 안 치면 이긴다’고 안주하면, 이기는 길은 열리지 않는다.

너무도 안온한 ‘이재명 민주당’ 덕에 성찰과 변화 없이도 집권세력이 총선에서 승리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봉창’ 신년 대담에서 보듯 너무도 뻔뻔한 윤 대통령은 총선 승리를 모든 실정(失政)에 대한 면죄부로 간주하려 들 게 뻔하다.

“국회까지 집권여당으로 넘어가면 지금 이 폭주, 과거로의 퇴행, 역주행을 막을 길이 없지 않습니까.”(이재명 대표) 그리 절박한 이 대표에게 묻고 싶어진다. ‘멋지게’는 고사하고, 지금 ‘이기는 길’을 가고는 있습니까.

양권모 칼럼니스트

양권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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