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작권 무기한 연기는 무책임·무능의 결과다

2014.10.24 05:15

한·미 양국 국방장관은 오늘 한·미 연례안보협의회를 열어 미군이 전시 한국군을 지휘하는 전시작전통제권을 사실상 무기한 행사하기로 했다. 이 합의는 전작권 환수 시기를 한국군이 북한 위협에 대응할 만한 독자적 능력을 갖출 때라는 막연한 조건만 명시하고 있다. 국방부는 그 시점을 2020년대 중반으로 막연히 상정하고 있다. 이는 한국군이 나라의 안보를 스스로 책임지지 않는 군대가 되기로 작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전작권은 노무현 정부 때 2012년 4월 돌려받기로 합의하고, 국방예산을 늘린 국방부는 독자적 방위력, 작전 능력을 키우겠다고 다짐했다. 당시에도 연기론이 나왔지만 준비에 차질이 없다고 했던 국방부였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북한 핵실험과 천안함 피격 사건 등 군사도발 위협의 증가로 안보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증대했다는 이유로 환수를 연기했다. 북한 핵 위협에 대해서는 한·미 간 확장억제 전략, 즉 핵우산 강화로 대처하기로 한 바 있다. 그런데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연기한 것은 군사적 문제가 아닌, 보수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정치적 결정이라는 평이 많았다.

어쨌든 그렇게 연기한 국방부는 2015년 환수를 목표로 잘 대비하고 있기 때문에 다시 연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인한 바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자 이전의 논리, 공언을 모두 뒤집고 말았다.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를 내세운 것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능력 없다는 사실을 새삼 발견했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서해에서 국지전이라도 벌어지면 패하게 되어 있었다는 의미인가. 그게 아니라면, 능력이 없는데 있는 것처럼 그동안 전 국민을 속였다는 뜻인가. 그런 거라면 그동안 누가 무엇 때문에 거짓말했고 누구의 잘못인지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할 일이다.

3차 핵실험으로 핵무기화가 심각한 위협이 되었다는 다른 이유도 전혀 설득력이 없다. 그런 상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고, 이명박 정부 때 연기하면서 다 반영되었던 것들이다. 그런 논리에 매달릴 생각이라면 앞으로 북한이 핵실험 한 번 더 할 때 군사주권을 영원히 포기한다고 선언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 미국의 첨단 무기를 대량 구매하겠지만 그런 무기, 미군, 군비증강이 안보를 보장해주는 건 아니다. 외부의 위협을 완전히 막는다는 것 역시 어느 나라도 성취할 수 없는 목표다. 불완전성 때문에 우방국과 동맹을 맺고 적대국과 대화하고 타협하는 외교를 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안보 능력이 정말 걱정스럽다. 전작권 환수 무기 연기를 철회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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