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월호 10년 더 멀어진 안전사회, 생명안전기본법 만들라

2024.04.15 19:00 입력 2024.04.15 20:43 수정

15일 오후 광주 남구청에 마련된 세월호 참사 시민 분향소에서 남구청 직원들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오후 광주 남구청에 마련된 세월호 참사 시민 분향소에서 남구청 직원들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4년 4월16일,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을 포함해 476명의 승객을 태우고 인천에서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앞바다에서 침몰해 304명이 숨졌다. “가만있으라”는 어른들의 말을 믿고 배에 남았던 아이들이 시시각각 차가운 바닷속에 잠기는 모습을 무기력하게 지켜봐야 했던 그날의 기억은 전 국민의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다. 한국 사회는 더 안전해졌는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서 보듯 대답은 ‘아니요’다. 국가의 책임 회피와 공감 부재라는 측면에서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월호는 현재진행형이다.

사회적 참사가 발생하면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게 기본이다. 피해자에 대한 공감과 배려가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렇게 사회의 집단적 기억을 구성해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는 이정표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에선 어느 것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정부의 책임 회피, ‘세월호 교통사고론’과 같은 험담으로 정부를 엄호한 집권당의 대응은 그 자체가 참사였다. 이렇게 조성된 불신의 공간에서 음모론이 자랐고,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내인설’과 ‘외인설’ 사이에서 비틀댔다. 진실 규명은 국가의 안전시스템 결함 등 구조적 문제를 두루 짚지 못한 채 형사책임 대상을 가리는 절차로 쪼그라들었다.

애도에 무능한 집권세력의 행태는 이태원 참사에서 악성으로 반복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유가족을 따로 만나 위로하지도, 정부의 책임을 통절하게 사과하지도 않았다. 여당 사람들은 피해자를 탓했고, 그 갈라치기와 정쟁의 물길을 타고 보수단체는 피해자와 유족을 공공연하게 2차 가해했다.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있는 사람에게 딱딱 물어야지, 막연하게 다 책임지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던 윤 대통령은 이태원참사특별법에 끝내 거부권을 행사했다. 한국 사회는 세월호 참사에서 아직도 교훈을 얻지 못했다. 도리어 정쟁적 시각에 입각한 정부와 집권세력의 그릇된 학습이 안전사회로의 진입을 막고 있다고 말하는 게 진실에 가깝다.

참사의 정쟁화는 양극화한 한국 정치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참사를 정쟁에서 구출함으로써 정치 양극화 해소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당이 4·10 총선에서 참패한 원인 중에는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부의 그릇된 대응도 있다고 본다. 정부·여당의 국정쇄신 다짐이 진심이라면 이태원참사특별법을 수용하고, 재난 조사의 제도화를 위한 생명안전기본법도 제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살아남은 어른들의 책무이자 10년 전 꽃다운 목숨을 잃은 단원고 아이들을 진정으로 애도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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