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북한방송’ 탈북여성 아나운서 활동

2004.04.20 19:06

북한 주민들에게 바깥 소식을 전하는 대북한 방송에 탈북여성이 발탁돼 눈길을 끈다. 생생한 북한식 어투를 구사하는 주인공은 노유진씨(35)와 정주화씨(30). 이들은 탈북자들이 설립한 인터넷 라디오 방송국 ‘자유북한방송’(대표 김성민·www.freenk.net)의 간판 아나운서.

7개월여간의 준비 끝에 20일 오후 8시 첫 방송 송출을 앞둔 서울 동대문구에 자리잡은 5~6평 남짓의 스튜디오. 노씨와 정씨가 막바지 녹음 작업에 한창이었다.

이들 중 2001년 4월 입국한 노씨는 북한의 함북 도당 선전부방송 선전차에서 10년 동안 방송원으로 활동한 베테랑. 그는 “북에서 하던 방송 일이라 아나운서 제의를 반가운 마음으로 선뜻 수락했다”며 “북녘 동포들에게는 바깥 세상을 알리고 탈북자들에게는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달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노씨는 “탈북자 사이에서도 시각이 다양해 북한에 대한 자극 등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탈북자들의 동참을 이끌어내 북한의 민주화와 통일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KBS 사회교육방송에서 방송을 경험해본 적이 있는 노씨는 “북한에서는 박력 있고 우렁찬 목소리로 사람들을 감동시키면 됐지만 남쪽식으로 부드럽게 하려다 보니 어색하다”며 “북한주민들이 방송을 직접 들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단 1명이라도 청취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탈북자 단체인 백두한라회 총무로 있다 불쑥 아나운서 제의를 받고 동참하게 된 정주화씨는 “부족한 점이 많지만 북한의 실상을 남북한 동포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소박한 뜻으로 참여하게 되었다”며 “남한과 북한의 뉴스를 무미건조하게 전달하는 게 아니라 탈북자의 시각에서 분석하여 꾸며지는 내용인 만큼 국내외 탈북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유북한방송은 매일 오후 8시부터 한시간 동안 온라인으로 방송될 예정이다. 20일 첫 방송에는 ‘남북관계 뉴스’와 함께 상임고문을 맡은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출연, ‘북한 민주화와 방송의 사명’을 주제로 50분 동안 민주주의 철학강의를 펼친다.

이튿날부터는 고정 프로그램으로 황 전 비서의 ‘민주주의 철학강의’와 탈북자 수기를 극화한 ‘북한사람 이야기’ ‘남북관계 뉴스’ 등이 매일 편성되고, 논평, 시사해설, 탈북자들이 출연하는 ‘탈북자 발언대’ 등의 프로그램이 요일별로 선보일 예정이다.

〈김윤숙기자 yskim@kuy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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