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역사교과서 공세…총선 겨냥 ‘이념 전쟁’

2015.10.07 23:33 입력 2015.10.08 00:28 수정

친일·독재 미화, 민주화 매도…색깔론 앞세워 강행

정부 “경제 어렵다”면서 이념 대립·편가르기 조장

박근혜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공론화하며 본격적인 ‘역사 전쟁’에 나섰다. 현행 교과서들에 ‘좌편향’ 딱지를 붙이는 색깔 공세와 함께여서 ‘이념 전쟁’ 성격도 띠고 있다. ‘권위주의 정권 미화’ ‘친일 옹호’ 등 국정화를 빙자한 역사 뒤집기 시도로 비쳐 파장이 예상된다. ‘유신독재’ 과오가 큰 박정희 전 대통령 딸인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 나서면서부터 제기된 ‘역사 전쟁’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청와대는 7일 “균형 잡힌 역사교과서를 개발해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공개적으로 찬성했다. 정부가 내주 중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 국정화 여부를 확정·발표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에서 청와대가 가이드라인을 낸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사 교육의 전반적이고 일반적인 문제점에 대해서는 박근혜 대통령께서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한 적이 있다”면서 지난해 2월 교육문화분야 업무보고 때 박 대통령 발언을 소개했다. 박 대통령은 당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역사교육을 통해 올바른 국가관과 균형 잡힌 역사의식을 길러주는 게 매우 중요하다.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에 많은 오류와 이념적 편향성 논란이 있는데 이런 것이 있어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는 이와 같은 문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균형 잡힌 역사교과서 개발 등 제도 개선책을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준비한 듯 박 대통령의 당시 발언을 자세하게 소개했는데, 박 대통령이 작심하고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힘을 싣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무부처인 교육부도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황우여 장관이 여론 반대를 언급하며 “과격한 결론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였으나 최근 국정화를 밀어붙이는 쪽으로 태도가 돌변했다.

이를 두고, 집권세력이 역사 해석을 독점하고 국민을 우민화하겠다는 후진적·비민주적 발상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 국정화를 찬성하는 쪽에서 “우리 역사를 자랑스러워해야 한다”며 친일·독재를 미화하고 민주화운동을 좌파로 매도하는 ‘색깔론’을 제기하고 있는 만큼 좌우 이념 논쟁도 불가피해 보인다. 여권으로선 총선 공천을 둘러싼 청와대와 여당의 권력투쟁이 물밑으로 잠복하게 되는 정치적 효과를 노릴 수 있다.

결국 연일 ‘경제가 어렵다’며 국민의 마음을 모아줄 것을 주장해온 정부가 우리 사회를 이념적으로 편 갈라 대립시키는 ‘반통합’의 길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여권에 발맞춰 교육부도 다시 색깔론을 앞세우기 시작했다. 교육부는 지난 1일 한국사 검정 교과서 집필진 12명이 수정명령 합법 판결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하자 다음날 “(검정교과서 일부 서술이) 마치 북한 교과서의 일부를 보는 듯하다”고 주장했다.

466개 단체가 모인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는 이날 전국 9개 시·도에서 ‘한국사교과서 국정제에 반대하는 전국 동시 시민선언’을 발표하고 “국정화 기도는 친일·독재 세력이 자신에게 불리한 과거를 비틂으로써 미래권력을 차지하려는 정치적 속셈에서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가 국민의 반대여론과 헌법정신을 무시하고 국정화를 강행한다면 엄청난 저항에 직면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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