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총선용 2차 개각’
당정 장악 옥죄기…친박 결집으로 당내 공천경쟁 대비
유일호·강은희 등 ‘충성파’ 내각 배치 레임덕 차단 뜻도
박근혜 대통령은 21일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4·13 총선 출마를 희망하는 5개 부처 장관을 교체했다. 지난 10월 ‘총선용 1차 개각’에 이어 두 달여 만에 ‘총선용 2차 개각’을 단행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 ‘12·21 개각’을 통해 충성파 정치인들과 관료들을 발탁했다. 집권 4년차 국정 장악력을 높이고 레임덕을 막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신임 장관 내정자 5명(정치인 2명, 관료 2명, 학자 1명) 중 그간 예상을 벗어난 깜짝 인사는 없었다.
총선으로 촉발된 개각이지만, 청와대는 이참에 집권 4년차 당정 장악력을 죄겠다는 계산을 하는 것 같다. 특히 박 대통령 최측근인 최 부총리를 새누리당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비주류들이 다수인 여당 지형을 친박 위주로 재편하겠다는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 부총리를 중심으로 친박을 결집시켜 당내 공천전쟁에 대비하고, 궁극적으론 20대 국회 여당을 ‘진박’(진짜 친박) 의원들로 채우겠다는 계산을 청와대로선 할 법하다.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도 내년 4월 총선에 당선된다면 여당 내 진박 역할을 할 인사들이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충성파 정치인(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 내정자)과 관료(홍윤식 행자부, 주형환 산업부 장관 내정자)를 발탁해 내각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뜻도 드러냈다. 특히 최 부총리에 이어 유 내정자까지 연속해서 ‘친박 정치인’을 경제 수장으로 임명한 데서, 박 대통령의 이런 의도가 드러난다. 박 대통령은 총선용 1차 개각에 포함됐던 유 내정자를 두 달여 만에 단행된 개각에 다시 포함시키는 무리수까지 뒀다. 강 내정자도 새누리당 역사교과서개선특위 간사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전면에 나서는 등 충성심을 증명했다.
관료 발탁은 전문성을 감안한 것이지만, 부처 사기 진작 등 집권 4년차에 느슨해지기 쉬운 공무원 조직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계산도 엿보인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내정된 이준식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를 두고, 청와대는 교육계뿐 아니라 현 정부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이 발탁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비판도 적지 않다. 총선을 위한 정치적 개각이라는 이번 개각 성격은 그대로인 데다, 최 부총리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경제부처 장관들을 한꺼번에 바꾸는 것은 경제위기 관리나 정책 일관성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청와대와 여권이 ‘국가 비상사태’라며 경제위기를 부각시켰던 것과도 모순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전국 시·군자치구의회 의장 226명과 가진 청와대 오찬에서도 쟁점법안 처리를 촉구하면서 “눈앞에 위기의 파도가 밀려오는데 손발이 묶여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할 수 있는 일도 못해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22일 국무회의에서 개각 의미 등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